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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의 작곡가 윤이상 묘소를 찾아 고인의 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7.07.06.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각)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묘소를 가장 먼저 찾아 고인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김 여사는 이번 방독 길에 경남 통영의 동백나무 한 그루를 전용기 편으로 옮겨와 윤이상의 묘소에 심었다. 유년기를 통영에서 보낸 윤이상의 살아생전 향수를 늦게나마 달랜다는 의미를 담았다. 통영은 동백나무가 10만그루 이상 우거진 동백 숲으로 유명하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윤이상은 위대한 작곡가였다. '동양의 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 음악어법과 결합해 표현한 작곡가'다.
하지만 '상처 입은 용'이라는 수식에서 보듯, 삶은 굴곡으로 점철됐다. 특히 그는 '원조 블랙리스트'로 통한다.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수감됐다 동료 예술가들의 탄원 등에 힘입어 풀려났던 일이 대표적이다. 이후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은 1995년 베를린에서 영면할 때까지 그리워하던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의 지난한 삶은 세상을 뜬 이후에도 여전했다. 2003년 출발한 한국의 첫 국제 콩쿠르인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홀대를 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던 윤이상평화재단은 2013년 이후 정부의 지원이 끊겼다.
유럽에서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이상의 업적을 잇달아 기리고 있는데, 정작 고국에서는 홀대 받았다. 다행히 올해 11월 콩쿠르를 이어갈 수 있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2017 문예진흥기금 정시공모 사업 결과' 등을 통해 확보하면서 고인의 명예를 고국에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작가 박선욱씨가 펴낸 '윤이상 평전' 마지막 부분에는 "그는 조국으로부터 배척당한 유배자가 돼 고립됐지만 그는 더욱더 다원주의적인 세계인으로서 생의 지평을 넓혀갔다. 그는 이 역설을 딛고 불멸의 예술혼을 길어올렸다"고 썼다.
김 여사는 이날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 선생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타신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서보고 정작 고향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울었다"며 "그래서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2의 윤이상으로 통하는 재독작곡가이자 이날 김 여사와 동행한 박영희 작곡가는 앞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윤이상 선생님의 소리 자체는 유럽에서도 새로웠어요"라며 "음악이 주는 힘이라고 할까요, 그 열정이 새로운 경향의 미학을 가진 음향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없던 작품을 태어나게끔 만드신 분이니까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라는 얘기다.
덕분에 올해 초부터 이어진 윤이상을 조명하는 일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오는 7~9일 경기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경기도립극단 '윤이상; 상처입은 용'을 선보인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작곡의 혼을 불살랐던 비운의 작곡가 윤이상의 일대기를 다룬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객원지휘자 최수열(서울시향 부지휘자)의 지휘아래 '죽음에 관한 두 개의 교향시'라는 주제로 여는 '제202회 정기연주회'에서 윤이상의 '화염속의 천사'를 들려준다.
1995년 민주화를 염원하며 분신자살을 한 학생을 위해 작곡한 작품으로 윤이상의 유작이기도 하다. 코리안심포니가 서울시향과 부산시향에 이어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연주한다.
코리안심포니 관계자는 "반평생 조국을 잃은 유민으로 살다간 그의 마지막 작품 속에 내포된 비통한 삶을 떠올리며 감상한다면,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윤이상, 작곡가(사진=뉴시스DB)
공공연하게 윤이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첼리스트 고봉인은 9월22일 금호아트홀에서 헌정 무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윤이상의 고향 경남 통영에 위치한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하반기에 내내 윤이상의 곡이 울려퍼진다.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8월 26일)가 윤이상의 무악과 예악,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10월13일)가 윤이상의 활주, 소프라노 조수미와 기타리스트 슈페이양(10월 28일)은 윤이상의 가곡을 선보인다.
그 가운데 윤이상의 탄생일(9월17일)에는 윤이상과 절친했던 거장 지휘자 하인츠 홀리거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가 실내악 무대를 꾸민다.
같은 달 22일에는 홀리거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나선다.
윤이상과 박영희의 뒤를 이어 유럽에서 활약 중인 작곡가인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공연기획 자문역)은 앞서 "윤이상 선생님은 작곡하는 사람으로서, 존경하는 음악가인데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정말 척박한 상황에서 태어나, 힘든 가운데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그 분의 능력에 대해 대단한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분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강조하는 건 저뿐만 아니라 제 밑에 세대 작곡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작곡가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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