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하와이 요양원서 쓸쓸히 떠난 94세 조선 마지막 세자빈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2월6일 07시45분    조회:71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뉴욕 설계사무소서 일하던 줄리아
영친왕 아들 이구와 58년 결혼

63년 한국 와 낙선재 안주인 생활
종친들 종용으로 이혼 뒤 미국행
마지막 남긴 말 "이건 기적이야"
1963년 시부모인 영친왕 내외의 요청으로 남편 이구(왼쪽)를 따라 한국에 온 줄리아 리. 이들은 이때부터 창덕궁 낙선재에 기거했다. [중앙포토]
조선왕가 마지막 세자빈의 죽음은 처연했다. 타계 소식조차 열흘이 흐른 5일 뒤늦게 알려졌다. 대한제국 최후의 황태자 이은의 외아들인 고(故) 이구(李玖)의 부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4세. 

줄리아 리의 부음을 챙긴 이남주(78) 전 성심여대 음악과 교수는 “손전화도 못 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다가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구 선생이 삼종숙부인(9촌) 조카다. 
줄리아는 이혼 후에도 원래 성인 '줄리아 멀록'으로 돌아가지 않고 평생을 '줄리아 리'로 살았다. [중앙포토]

줄리아 리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195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이구 선생을 만났다.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인 이오 밍 페이(I.M.Pei)의 설계사무소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했던 줄리아는 직장 동료 중에서 독특한 동양 청년을 발견했다. MIT공대를 나온 건축가인 이구는 섬세하고 진중한 성격으로 줄리아를 매료시켰고, 27세 이구와 35세 줄리아는 58년 결혼했다. 이남주 교수는 “외롭게 타국을 떠돌던 이구 선생에게 8년 연상인 줄리아가 엄마나 누나같이 의지가 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인 이구와 줄리아 리 내외. 1970년대 이들이 기거했던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82년 이혼 후에도 한국에 머물렀던 줄리아는 95년 하와이로 떠났다. [중앙포토]

이구 부부는 63년 일본에 머물던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요청으로 함께 귀국해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 짐을 풀었다. 재주 많고 정이 많은 성품의 줄리아였지만 낯선 궁궐 생활과 종친들의 외면을 견디기는 힘들었다. 푸른 눈의 이방인 세자빈을 인정할 수 없었던 종친회는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구 선생에게 이혼을 종용했다. 낙선재가 싫다며 호텔 생활을 하던 남편과 별거상태였던 줄리아는 결국 82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다. 

이구 내외의 낙선재 시절 모습. 왼쪽부터 이구, 확인되지 않은 왕실 관계자, 이방자 여사, 줄리아 리.

이남주 교수는 “시어머니 이방자 여사와 불화했지만 낙선재에 바느질 방을 만들고 이 여사가 운영하던 사회복지법인 ‘명휘원’의 장애인을 고용해 기술훈련을 시키는 등 조선왕가의 마지막 여성으로서 도리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일을 배운 장애인들은 줄리아를 ‘큰 엄마’라 부르며 따랐는데 이혼 뒤에도 ‘줄리아 숍’이란 의상실을 경영하며 복지사업을 계속하게 된 인연이 됐다. 

낙선재에 머물던 시절 이구 부부의 모습이다. 한복차림으로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아무 도움 없이 홀로 일하던 줄리아는 결국 95년 하와이에 새 정착지를 마련해 한국을 떠났다. 자식이 없었던 줄리아기 낙선재 시절 입양한 이은숙(미국명 지나 리)씨가 곁을 지켰다. 재혼하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소식이 없는 전 남편 이구를 그리워했다는 게 이 교수의 전언이다. 

2000년 9월 일시 귀국한 줄리아는 한 달 여 머물면서 추억의 장소를 둘러봤다. 시아버지 영친왕의 묘소를 참배하고 한때 안주인으로 살림을 살았던 낙선재에 들러 장애인 제자들을 만났다. 이구 선생에게 직접 전해주고 싶었을 조선왕가의 유물과 한국 근대사 관련 사진 450여 점을 덕수궁박물관에 기증했는데 이때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줄리아의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이혼 후 그렇게 바라던 이구와의 재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장례행사에 초대받지 못한 줄리아 리는 먼 발치에서 운구행렬을 지켜봤다. 장례식이 끝난 뒤 홀로 이구의 묘 앞에서 절을 올렸다고 한다.[중앙포토]

그토록 만나기를 원했던 전 남편과의 재회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2005년 7월 16일 일본 도쿄의 옛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이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이구 선생의 유해는 20일 국내로 들어와 장례를 치렀지만 줄리아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낙선재와 종묘를 거쳐 장지로 떠나는 장례행렬을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성탄절에 말년까지 소식을 주고 받은 유일한 한국 친족 이남주 교수 가족과 하와이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줄리아 리. 왼쪽부터 이남주 교수, 이 교수의 외아들 윤희선씨, 줄리아, 이 교수의 며느리 김현주씨, 손자 윤성민군. [사진 이남주]

지난해 10월 하와이 요양병원으로 찾아가 줄리아와 이별 인사를 나눴던 이 교수는 “나를 보고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이건 기적이야’라고 중얼거리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한 남자를 사랑했기에 비운의 황족이 외면받는 먼 이국땅이라도 운명처럼 따라나섰던 줄리아의 삶이 끝났다. 100여 년 전 사라진 대한제국의 희미한 그림자가 언뜻 비친다. 

시부모인 영친왕 내외와 함께 사진촬영한 줄리아 리. 왼쪽부터 줄리아, 영친왕, 이방자 여사.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이구(1931~2005)=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대한제국 황실 제3대 수장인 영친왕 이은과 일본인 부인 이방자의 아들이다. 미국 MIT 공대에 유학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건축설계를 강의했고 건축설계회사 ‘트랜스 아시아’를 운영했다.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총재, 종묘제례 봉행위원회 총재로 활동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79
  •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4일 오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5·18기념재단 등이 중장비를 동원해 암매장 추정지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2017.11.04.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배동민 기자 = 1980년 5월 이후 37년 만에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 조사가 이뤄진 것은...
  • 2017-11-05
  • '조선통신사 기록물'·'조선왕실 어보'·'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등재 한국 보유 세계기록유산 16건으로 늘어 지난 25일 열린 일본군 위안부 정기 수요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
  • 2017-10-31
  • 안중근 장군 어머니 조마리아 개화·독립에 관심 있던 집안 국채보상운동 계기로 구국운동 대열에 뛰어들어   1907년 대한매일신보에 의연금 출연 사실 실리기도   안중근의 사형 앞두고 “비겁해져서는 안 된다” 아들의 마음 다잡게 해         ‘타인보다 지혜와 용...
  • 2017-10-23
  • 맨앞줄 왼쪽부터 이기백 합동참모의장, 심상우 국회의원, 함병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계철 주 미얀마 한국 대사,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이범석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1983년 10월 9일은 동남아·대양주 순방을 떠난 전두환 당시 대통령(86)이 첫...
  • 2017-10-09
  •   중국 하얼빈역에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만들어져 있다. 기념관을 들어서면 유리창 너머로 거사 현장이 바로 보인다. 플랫폼 바닥에 현장임을 나타내는 삼각 표시가 선명하다. [사진 송의호]   1909년 10월 26일 세계의 이목은 중국 하얼빈으로 집중됐다.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는 하얼빈역 플랫폼...
  • 2017-08-31
  •   영화 암살의 한 장면 지난 2015년 개봉해 127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1872∼1933) 선생의 후손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법무부는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일제에 항거하다 목숨을 바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 중 그동안 외국 국적으...
  • 2017-08-11
  • [미래&생명] 박상준의 과거창 한반도 최초 비행기 선보인 곳...용산연병장 최초의 여성 비행사는 박경원 아닌 ‘권기옥’ 한반도에서 비행한 최초의 비행기인 일본의 오토리호(1913년). 서울에스에프아카이브 제공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항공 노선은 어디일까?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모...
  • 2017-08-07
  • 【베를린(독일)=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의 작곡가 윤이상 묘소를 찾아 고인의 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7.07.06.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5일...
  • 2017-07-06
  • [한겨레] 88년 ‘5·11분석반’ 군서류 왜곡  “시민이 먼저 총격” 폭도로 몰고  “총검 진압” 상황일지 삭제 지시 보안사는 80년 5월21일 오후 공수부대의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를 자위권 행사로 정당화하려고, 전남 나주경찰서 반남지서 총기 탈취 ...
  • 2017-05-17
  • 윤태옥의 인문기행 (6 )·끝 - '무장투쟁의 현장' 만주 이토 히로부미 처단한 하얼빈역 역사 1층엔 안중근 의사 기념관  다롄의 뤼순감옥 사형장엔 '죽음에 이른 길' 남아있어 항일투쟁 자긍심 전해주는 봉오동·청산리 기념탑 ①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 만주는 뜨거운 땅이었다...
  • 2017-04-09
  •   ▲ 서울 중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시민들이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안중근 의사 서거 107주기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오로지 나라의 안위만을...
  • 2017-03-26
  • 박종효 명예교수, ‘親日 밀정 외교문서’ 국내 첫 공개 “두만강 북쪽의 러시아, 중국 접경지역인 연해주는 일제강점기 항일 의병활동의 본거지였다. 일본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것 같다. 이번에 찾아낸 러시아 외교문서에 기록된 34명의 친일 한국인 밀정(密偵) 명단이 그 증거다. 봉...
  • 2017-02-28
  •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북한에서 주민 사상교양의 교재로 활용하는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왜곡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주장이 담긴 책 '김일성 평전'이 다음 달 출간된다. 사진은 중국 연변 조선족 출신 유순호(55)씨가 출판하는 '김일성 평전'. 2017.1.10 (서울=연합...
  • 2017-01-10
  • [64] 러시아 연해주에서 만난 잊힌 우국지사 최재형 안중근, 신채호, 이상설… 숱한 독립투사들 북적이던 러시아 연해주 군수품 납품으로 부자 된 함경도 노비 아들 최재형… 전 재산 털어 독립투쟁 주도 안중근과 국내진공작전… 안중근은 최재형 집 마당에서 사격 훈련 1920년 4월참변 때 가족들 만류...
  • 2016-12-28
  • 명성황후 사진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이번엔 풀릴까.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서 피살된 비운의 명성황후. 장례식도 바로 열리지 못하고 2년 후인 1897년 11월 21~22일에야 열렸다. 그 장례식 소식을 전하는 118년 전 신문이 발굴됐다. 1898년 1월 9일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rsqu...
  • 2016-12-19
  • [시간의 눈]105년전 오늘 태어난, 이 땅의 최고무용가…피카소도 김일성도 팬이었던 여인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1938년 12월17일 파리에서 두 번째 큰 극장인 살르 플레엘에서 한국인 무용가라고 당당히 밝히며 한국 무용을 선보인 최승희는 “일본 뿐만 아니라 동양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무용가”라는...
  • 2016-11-25
‹처음  이전 1 2 3 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