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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말려도… 이 난리에 의사가 집에 있으면 부끄럽죠"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2월28일 08시57분    조회: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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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확산] 대구 개원의사 231명, 퇴근후 코로나와 전쟁 

환자 돌보고 검체 채취까지… "막상 방호복 입으니 겁도 나더라" 
공보의 210명도 분투 "5분에 한명씩 환자,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대구 남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최은아 원장은 이번 주 잡힌 진료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27일 그가 부원장에게 대신 환자를 맡기고 달려간 곳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대구 중구 동산동). 최 원장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이곳에서 오후 2시부터 2시간여 동안 방호복을 입고 의심 환자 수십명이 격리된 병실을 돌며 환자들을 돌봤다. 28일부터는 하루 8시간씩 의료 봉사를 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가족들이 '그렇게까지 나서야 하느냐'고 말렸지만,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며 "그렇지만 막상 방호복을 입으니 두려움에 심장이 두근거리더라"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는 25일 대구 지역 의료진들에게 의료 지원 긴급 호소문을 띄웠다. 이틀 만에 대구에서 231명, 전국 각지에서 19명의 의사가 응답했다. 대부분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로, 생업을 뒤로하고 우한 코로나 전선(戰線)에 뛰어드는 중이다.
 

다들 퇴근하는 시간, 의료진은 다시 힘낸다 - 27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를 야간에 보살피기 위해 투입되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다. 27일 현재 대구동산병원에 입원 중인 확진자는 241명이다. /연합뉴스
대구 모 내과의원 정의달 원장도 이날 오후 6시 진료가 끝나자마자 대구 남구보건소로 차를 몰았다. 대구 남구는 전국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다.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업무 마비 상태로 알려졌다. 이날 정 원장은 밤 10시까지 환자들과 상담하고, 검체 채취를 했다.

'검체 채취'란 환자 코에 쇠막대기를 집어넣어 가래를 채취하는 작업이다. 환자들이 재채기와 기침을 하며 의사의 온몸에 침을 쏟는 경우가 많다. 방호복이 없다면 감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중학생 딸이 '아빠 제발 가지 말라'고 말려 잠시 고민했지만, '우리 대구에 아픈 사람이 많아 아빠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나왔다. 자녀와 같은 학원 학부모들이 전염 우려에 걱정을 많이 하셔 신경이 쓰이지만, 의사로서 꼭 해야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2회씩 의료 지원을 약속했다.

대구에서 항문외과를 운영하는 정두선 원장도 이날 보건소를 찾아 검체 채취 의료 지원을 했다. 정 원장은 "밖에서는 환자들이 병실과 의료인이 없어서 진료를 못 받는다는데, 의사라는 사람이 집에서 놀고 있기가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며 "은퇴 의사인 아내도 '빨리 가서 아픈 사람들을 돌봐달라'고 독려해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에서 차출한 공중보건의(공보의) 210명도 고군분투 중이다. 병역 의무를 의료 활동으로 대체하는 공보의들은 사다리타기나 제비뽑기로 대구 파견자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자원한 경우도 있다. 대구 수성구의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의사의 소명을 다하고 싶어 호기롭게 손들고 대구에 왔지만 일하다 보니 겁이 많이 난다"며 "하루에 4~5번씩 샤워하고, 결벽증 환자처럼 수십번 손을 씻는다. 미열(微熱)만 나도 '감염이 됐나' 싶어 잠을 설친다"고 했다.

A씨는 동료 공보의 10명과 보건소 앞에 마련된 3개의 텐트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진료를 보고 있다. 새벽 근무가 많고, 5분에 한 명씩 환자가 밀려들어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A씨는 "텐트에 온풍기가 하나뿐이라 비가 오는 새벽엔 추위에 몸을 떨며 진료를 본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환자를 처리할 시간이 부족해 방호복을 제대로 소독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방호복을 갈아입을 땐 1
시간 동안 음압병실에서 방호복에 묻은 바이러스가 사멸되길 기다렸다 환복해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 방호복 표면을 알코올로만 소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의 서영성 교수는 "젊은 공보의들부터 잔뼈 굵은 베테랑 개원의들까지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일에 나서주셔서 감동이다. 하지만 여전히 간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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