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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현대사진의 중요한 맥을 잇는 사진예술계 거장 랄프 깁슨(75)의 사진전이 한국을 찾는다.
랄프 깁슨은 흔히 20세기 사진사에서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라 불린다. 그의 사진은 어디서 본 듯하면서도 기이하고 낯선, 에로틱하면서도 절제된, 간결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깃털로 엉덩이를 간지럼 태우는 여인, 스르르 열리는 문 틈 사이 손, 바지 가랑이를 슬쩍 건드리는 여인의 발가락….
이러한 분위기는 논리로 해석되지 않는다. 이해 가능한 범주가 아니다. 마치 무의식 깊숙이 숨겨져 있는 불온한 욕망 혹은 꿈에서 찾아낸 파편화된 기억을 재배치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랄프 깁슨은 특히 1970년대에 발표한 ‘몽유병자(The Somnambulist)’ ‘데자뷰(Deja vu)’ ‘바다의 날들(Days at Sea)’ 등의 시리즈로 초현실주의 사진에 정점을 찍었다. 현실의 재현을 기반으로 한 기하학적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당시 진 손튼과 같은 사진평론가들은 “새로운 감각의 세계는 랄프 깁슨의 사진을 통해 열린다”고 표현했다.
랄프 깁슨은 17세 때 해군 사진병으로 근무하면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해 도로시아 랭, 로버트 프랭크 등 세계적인 사진가들의 조수 생활을 통해 사진을 배우고 익혔다. 그는 사실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식 화법을 탈피해 일상, 꿈, 욕망과 같은 소재를 간결하면서도 대담하게 표현했다.
특히 강렬한 흑백의 대비, 과감한 구도와 클로즈업, 독특한 앵글과 파격적인 프레임 구성 등 그의 전매특허다.
그의 독특한 사진 스타일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80여 점의 빈티지 프린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초창기 사진부터 2000년대까지 랄프 깁슨의 대표작을 총망라했다.
랄프 깁슨 사진전을 직접 기획한 고은사진미술관의 이상일 관장은 " 개념이 트렌드가 된 동시대 예술에서 논리가 아닌 감각과 감성, 즉 ‘필링(feeling)’의 중요성을 랄프 깁슨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가볍게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속에서 아날로그의 장인적인 요소를 이번 사진전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논리가 아닌 감각을 통해 무의식 세계의 중요한 가치를 느껴볼 기회”라고 전시를 소개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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