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고(故) 천경자 화백을 추모하기 위한 특별전이 내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특별전에는 천 화백이 생전에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 93점이 모두 공개된다. 서울시가 소장한 천 화백의 작품이 한꺼번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9일 “천경자 화백을 추모하기 위한 특별전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할 것”이라면서 “천 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 93점을 모두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그동안 천 화백의 작품 20~30점을 선별해 1년에 한두차례 기획 전시했다. 93점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 시도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천 화백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 중 하나다. 천 화백은 1998년 미국 뉴욕으로 떠나기 전 시민과 후학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1940~1990년대 그린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당시 ‘미인도’ 위작 논란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측과 갈등관계에 있던 천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 대신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했다는 후문이다. 천 화백은 미인도 진위 논란에 대해 “내 새끼를 몰라보는 부모가 어딨느냐”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시립미술관에는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를 주제로 뱀띠 남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뱀 35마리로 표현한 ‘생태’를 포함해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스카프를 쓴 엔자’ 등 3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별전에는 최근 몇 년간 전시하지 않았던 미공개작품을 포함해 93점이 모두 전시된다.
특별전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천 화백 추모 1주기를 기리는 만큼 내년 8월을 전후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천 화백 작품에 대한 전시 수요가 많을 경우 특별전 시기를 내년 초로 앞당길 수 있다고 시 관계자는 덧붙였다.
특별전은 접근성과 상징성을 감안해 덕수궁 옆 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에서 열린다. 천 화백은 작품을 기증하면서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천 화백의 뜻을 살려 시민뿐만 아니라 서울을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을 특별전 장소로 정했다. 특별전 관람은 무료로 진행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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