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눈물] 베네수엘라 탈출민들 지금...
[ 2019년 07월 15일 09시 02분   조회:4900 ]


남미 콜롬비아 북동쪽 베네수엘라와 접한 국경도시 쿠쿠타 시에 어둠이 찾아오면 도심 거리에 서성이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성매매에 나선 베네수엘라 여성들이다. 비단 쿠쿠타 접경도시뿐 아니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에도 이들의 수는 부쩍 증가하고 있다.

UN은 2015년부터 베네수엘라를 떠난 국민들이 4백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130만 명이 콜롬비아에 머물고 있다. 배고픔에 일자리를 찾아 자국을 탈출했지만,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국경도시에 머물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만나 이들의 삶을 취재하는 동안 이들에게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가족 생계 위해 성매매"

국경도시 쿠쿠타에 머무는 동안 베네수엘라 성매매 여성을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석 달 전인 4월 베네수엘라를 떠난 27살의 앙헬라 씨(가명)다. 앙헬라는 5살과 3살 아이를 둔 주부로 국경을 넘은 뒤 성매매를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한 달 버는 돈 대부분인 대략 100달러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부모의 생계를 위해 부치고 있었다. 부모가 5살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앙헬라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사람을 통해 부모의 생계를 돕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달 과정에서 비용으로 새 나가 부모가 받는 돈은 절반 정도라고 한다. 자신은 2평 남짓한 허름한 방에서 3살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도 베네수엘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에는 그나마 아이를 위한 교육이 있고, 굶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 90% 이상이 베네수엘라 여성"

앙헬라는 콜롬비아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이들이 머물고 있는 쿠쿠타의 실업률이 콜롬비아에서 두 번째로 높아 콜롬비아인들도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두 나라를 잇는 '시몬 볼리바르' 다리를 오가며 베네수엘라인들의 생필품을 실어 나르고 푼 돈이라도 벌려는 짐꾼들이 접경지역에만 수천 명에 이른다. 막일을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앙헬라는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의 90% 이상이 베네수엘라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콜롬비아 병원에서 진료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임신부

콜롬비아로 원정출산

접경도시에서 볼 수 있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의 슬픈 모습은 또 있다. 쿠쿠타 시의 공립병원인 에라스모 메오스 병원 산부인과에는 베네수엘라 임신 여성들로 붐빈다. 콜롬비아에서 아이를 낳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여성들이다.

에라스모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베네수엘라인 산모는 2016년에 2백여 명이었는데 2018년에는 약 3천 명으로 15배 증가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이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 10명 가운데 7명은 베네수엘라 산모들이 낳은 아이들이다.

병원에서 만난 20살 로즈마리 씨는 "베네수엘라의 병원 상황은 최악입니다. 산모와 아이가 먹을 것이 없고 의약품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콜롬비아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인권상황을 둘러본 미첼 바첼레트 UN 인권 최고대표는 보고서를 통해 베네수엘라 병원에서 2018년 11월부터 4개월 동안 천5백여 명이 의약품 부족과 정전으로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적 없이 태어나는 아이들

베네수엘라 임신 여성들이 국경을 넘는 주요 이유는 아이가 콜롬비아 국적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콜롬비아에서 낳는다고 해서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베네수엘라인이라면 국경을 다시 넘어 베네수엘라에서 국적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탈출 국민들은 자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아 베네수엘라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는 결국 국적 없이 태어나 자라게 된다. 콜롬비아 현지 언론은 이러한 아이들이 2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쿠쿠타 공원에서 만난 전직 베네수엘라 군인

탈출 군인, 5살 아이·아내와 공원 노숙

쿠쿠타 시 산탄데르 공원에는 국경을 넘은 수백 명의 베네수엘라 탈출 국민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전직 군인 한 명을 만났다. 페르난데스(가명) 씨로 3명의 아이 가운데 5살 큰아들과 아내와 함께 지난 4월 국경을 넘었다. 4월 말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과이도 국회의장이 군인들과 함께 군사 봉기를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그는 60여 명의 군인과 함께 베네수엘라를 탈출했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던 야권으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공원에서 두 달 넘게 노숙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에는 시멘트와 모래를 나르는 막일을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치혼란 이후 페르난데스 씨처럼 탈출한 군인은 약 천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군인들은 탈출하기를 원하지만, 국경을 넘는 걸 두려워합니다. 국경을 넘다 잡히면 감옥에 가거나 살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르난데스 씨는 베네수엘라 군인들의 속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마두로 정권은 군 고위 간부들에게 정부 산하 기관의 요직을 맡기는 등 특권을 주며 군을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군 하위직으로 내려갈수록 군심이 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국경 다리

페루·에콰도르 남쪽 국가로 수천km 도보 이동

시몬 볼리바르 국경 다리를 넘은 베네수엘라 국민들 일부는 계속해서 남쪽 국가로 여정을 이어간다. 각자의 고향을 떠나 국경까지 수 천km를 걸어왔지만, 다시 페루나 에콰도르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때로는 지나가는 차량이 태워주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이 걷는 갓길 옆에 마련된 쉼터에서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콜롬비아 여성 제니퍼는 "베네수엘라인들을 보면, 눈물이 날 만큼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이들을 돕고 있는 겁니다."라고 자원봉사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콜롬비아인들에게 안타까움이 큰 이유는 1990년대 이전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로 일자리를 찾아 향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kbs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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