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라지오방송예술단 국가1급배우 주춘복 연출을 만나
“안녕하십니까!”
아이박스에 숨겨놨던 탁주같는 컬컬한 목소리에 방금까지도 어슬렁거리던 더위가 싸악 흩어진다.
청량제같이 싸한 음성에 귀구멍이 쏘옥 열리고 소음에 뗑해졌던 머리가 시원하게 맑아온다.
아하, 이런 소리 어디서 들려오지?!
천상의 소리(?)를 찾아 번쩍 고개를 들었더니 혈색좋은 반백의 사내가 출입문가에서 쓰윽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주춘복입니다!”
연변라지오텔레비죤예술단(단장 정광)주춘복(57)선생과의 만남이였다.
국가1급 배우인 주춘복선생은 올해로 연변라지오텔레비죤예술단에 근무한지가 어언 33년을 기록한다.
1976년 연변예술학교 연극계를 졸업한 선생은 오늘의 모두가 부모님이 하사해준 독특한 목소리 덕분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진담같은 롱담이다. 천부적인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피타는 노력이 없이는 더 큰 성과와 악수하지 못하니까.
졸업이후 연길현(지금 룡정시)문공단에 잠간 몸을 담궜던 그는 1979년 연변인민방송국에 입사했다. 남한테 인정받는 성우로 되는것이 꿈이였으나 처음부터 귀로 듣고 마음에 새기는 소리를 전달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자기가 맡은 방송극 배역을 훌륭히 소화하기 위해서 극본 탐독에 밤을 지새였고 부동한 인물들의 개성있는 목소리와 감정색채를 담아내기 위해 소설랑독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강태억, 리상춘, 방미자 등 방송예술계 선배님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득음의 경지”를 추구하는데 노력을 경주했다. 덕분에 빠른 시일내에 라지오방송극에서 여러가지 배역을 마음대로 담당할수 있게 되였고 장편소설랑독도 무난히 해낼수 있게 되였다.
“혹시… ”
순간 중학시절에 매료됐던 그의 대표작 방송극들이 누가 부르기라도 하는것처럼 뇌리에 기차렷을 한다.《매화사건》,《새로 온 부관》,《소교의 비극》,《안해의 지성》… 분명 귀로 들었는데 눈으로 본것처럼 기억속에 영상으로 부활하다니?!
“하하하!… 들어주셨다니 영광입니다. ‘척척할아버지’프로도 애청했다구요?… 아, 그럼 우리방송의 단골인가 본데 요즘은 어떤 프로 즐기십니까?”
선생의 흐믓한 반문에 잠시 대답이 궁해졌다. 라지오가 텔레비죤에, 텔레비죤 또한 인터넷 충격에 어지름을 타고있는 세상, 인젠 그냥 택시와 뻐스의 전유물로만 치부해왔던 라지오방송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선생의 대답은 뜻밖이였다.
“청취자들이 많이 늘고있답니다. 등산을 하면서도 이어폰으로 방송을 듣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강변유보도거나 아침시장 쇼핑에 나서면서 휴대용라지오로 청취하는 분들이 많아지고있답니다.”
청취자는 같은 시간대에 운동과 뉴스를 획득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바라고 라지오방송은 또 그만의 특색으로 이한 틈새시장을 발굴한다는 이야기. 그래서인지 잠간 갈래친 선생의 “성우스토리”가 더욱 궁금해졌다.
“자랑거리라고는 별로 없는데… ”
건들건들한 선생의 목소리가 또 귀맛을 당겼다.
중한수교가 현실로 다가오던 지난 1990년초, 연변인민방송국에서는 “리산가족찾기”프로를 신설, 지도부에서는 주춘복선생과 방미자선생에게 프로진행을 맡겼다. 그는 이 프로에서 리산가족들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들을 정서적으로 읽어 숱한 청취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연변라지오프로사상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중국, 미국, 일본, 로씨야, 카나다, 한국, 조선 등 나라의 리산가족들이 혈육을 찾아 줄을 섰는가 하면 또 이 프로를 통해 수십년간 갈라져있던 리산가족들이 상봉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오늘까지 장장 33년간 성우인생을 걸어온 주춘복선생은 무려 1천여부의 라지오방송드라마에서 주역을 담당, 그중 400여부에서 연출로 활약했다. 그가 연출, 주역으로 등장한 라지오방송련속극 “송순녀”, 텔레비죤역제드라마 “개, 울바자, 녀인”, “나의 아버지”,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 등은 준마상을 비롯한 전국상 11차를 수상했고 연변라지오텔레비죤예술단과 중국조선족성우들을 위해 수많은 영예를 따냈다.
딸애 둘을 키우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려온 그는 이미 큰딸은 시집보내 장인어른이 됐다.둘째딸 예림이는 연변대학 예술학원에서 유명한 손풍금교수 최옥화선생을 모시고 석사공부를 하고있다. 자신의 성우경험을 넘겨받는 자식이 없어 다소 아쉬움이 있으나 천부가 없는걸 억지로 시킬수는 없다는게 그의 해석이다.
요즘 “사과배처녀”라는 라지오방송드라마에서 연출을 맡고있다는 그는 후배성우들에게 자신이 갖고있는 경험과 재간을 물려주고 퇴직하는게 소원이란다. 그만큼 청취자들에게 맛갈진 소리를 들려주고 후배들한테는 그런 소리를 찾아주기 위한 선생의 분투는 오늘도 진행형이다.
신철국기자
[
주춘복 략력]
중국 연길시 출생(1956년)
길림성연길현문공단(1976~1979)
연변라지오텔레비죤예술단 배우, 연출(1979~현재)
중국국가1급배우 직함 획득(2003)
2010년 연변라지오영화텔레비죤방송국 배음지도, 연출로 초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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