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희대에서 한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선족 장수옥(32·여) 씨를 4일 만나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침술에 관심을 보이자 알기 쉬운 설명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중국은 고전의학에 충실해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고, 한국은 과학적인 접근을 많이 했으며, 일본은 의료 시스템화하는 데 앞서 있다"며 한 발짝 더 나간 해석을 덧붙인다.
내친김에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의 장점만을 받아들여 더 나은 침술을 펼쳐 보이겠다"는 야무진 포부까지 밝혔다.
장씨의 자신감은 3국의 연구소에서 공부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중국 길림성 훈춘시에서 태어난 그는 2005년 베이징중의약대를 졸업하고 한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톈진(天津)중의학대학원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밟던 중 2006년 일본 미에(三重)현의 스즈카(鈴鹿)의료과학대학 동양의학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돌아와 공부를 마치고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톈진공군병원에서 한의사로 근무한 그는 현지에 유학 온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9년 결혼했다. 파주시 공무원으로 일하는 남편의 권유로 지난해 2월 방한, 6개월간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재외동포재단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내 초청 장학생들을 위해 재단이 마련한 '2012 역사문화체험'에 참가한 그는 톈진공군병원에 한의사로 근무하면서 환자를 치료할 때가 지금까지 가장 보람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세 나라는 각기 다른 동양의학 이론 체계를 세워 병을 치료해왔지요. 수많은 임상 결과가 증명하듯 어느 것이 꼭 올거나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세 곳의 장점을 받아들이면 더 나은 의술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이어 "중국은 이미 중의학 전공 의사들도 진료할 때 청진기와 진맥을 둘 다 활용하는 등 양의학을 한방에 접목시키고 있다"면서 한국도 환자를 위해 의료간 경계를 허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장씨는 중국에서 취득한 한의사 자격이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자신이 한중일 3국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새로운 의술도 펼치고 후학도 양성하기 위해 공부를 마치면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재외동포재단은 러시아와 CIS, 중남미 지역 등 전 세계 11개국에서 초청돼 온 동포 유학생 112명을 대상으로 2~4일 경남 진주와 통영, 부산 등지에서 고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친교를 나누는 기회를 마련했다.
재단은 1997년부터 국내 대학에 유학하기를 희망하는 우수 동포 학생을 선발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재외동포 초청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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