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주간이 만난 사람(68)
《우리 노래 100년에 깃든 이야기》집필자일원 석화시인과의 대담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60돐 헌례도서
조선족 이주100년사를 50수 노래의 주옥같은 이야기에 담아
일전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60돐 헌례도서의 한권으로 출간된 《우리 노래 100년에 깃든 이야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독자들은 노래속에 흘러온 력사가 담겨있고 노래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감회가 새롭다고 말한다. 그럼 이 책의 집필자인 시인 석화선생을 만나 우리 노래 100년에 깃든 이야기에 대해 알아본다.
시인이 음악과의 인연은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으로 많은 시를 쓰고 중학교 교과서에 작품이 실린 시인으로 알려져있지만 음악과의 남다른 인연은 이외로 깊다. 저의 어린시절의 꿈은 손풍금수였는데 화룡3중을 다니던 소년시절에는 학교문예대에서 활약하며 무대반주도 맡았다. 1982년,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연변인민방송국에 온 저는 저명한 작곡가 동희철선생의 수하에서 다년간 음악부 가사편집으로 일하며 작곡가, 가수, 악사 등 여러 음악인들과 사귀면서 많은 가사를 썼는데 지금까지 어림짐작으로도 천여수는 넘는다. 대중들이 즐기는 노래《동동타령》, 《동그라미》, 《노래를 부릅시다》, 《어머님생각》, 《돌다리》 등이 가사작품이다. 나의 음악사랑은 지금도 여전한바 집에는 손풍금, 기타, 훌류트 등 악기들이 있어 가끔 음악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연주하기도 한다.
이 책을 펴내게 된 계기는
중국조선족으로 새롭게 태여나는 과정에서 이주와 정착의 피어린 력사가 담겨있는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밝고 깨끗한것을 좋아하는 “백의민족”으로 불리며 기쁨과 슬픔을 노래와 춤사위에 담아 풀어내고 승화시킬줄 아는 슬기로운 민족이다. 따라서 세월을 따라 흘러온 우리 노래는 늘 우리의 희로애락과 함께 해왔다. 백년세월의 굽이굽이에 메아리로 남아있는 이런 노래들을 다시 불러보며 노래마다 구구절절 엮여있는 이야기를 되새겨보면서 그 의미를 더듬어보았다. 마침 금년이 자치주 창립 60돐이 되여 이런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낼 기회도 가지게 되였다.
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면
이 책에는 중국조선족의 이민시기(17세기초-1945년), 해방전쟁시기(1945년-1949년), 새 중국 설립초기(1949년-1966년), 문화대혁명시기(1966년-1976년), 개혁개방시기(1978년-현재)등 력사시기를 지나오면서 남겨진 수많은 우리 노래 가운데서 50수 노래에 깃든 이야기가 담겨있다, 《월강곡》, 《대성중학교 교가》, 《눈물젖은 두만강》, 《연길감옥가》, 《자치주 성립경축의 노래》, 《고향산기슭에서》,《내 고향 오솔길》, 《아, 산간의 봄은 좋아》,《선생님들창가 지날 때마다》, 《타향의 봄》…이런 노래들을 따라가보면 우리민족이 오늘에까지 걸어온 백년력사의 발자취가 그대로 안겨올것이다.
첫페지를 적은 “월강곡”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면
19세기 말엽, 청나라는 조선과 장백산 정상을 중심으로 남으로 압록강을, 북으로 두만강을 국경으로 삼았는데 이 두강을 넘나드는것을 “월강”이라 하였다. 이 노래는 지금까지 수집된 중국조선족 창작민요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노래로 1910년대의 간도사립학교 교재에 수록되여 오늘에까지 남아있었다. 이 노래는 19세기 조선봉건통치의 혹정과 거듭되는 자연재해로 기근에 못이겨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거너간 님을 그리며 “월강죄”가 두려워 리별의 아픔을 참고 견디지만 혹여 님의 신변에 불상사가 나지나 않을가 애간장을 태우는 우리민족 녀인의 애타는 순정이 담겨져있다.
제일 인상깊은 이야기는
“고향생각”은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안겨주고 절절한 그리움을 떠올려주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지은 작곡가 허세록은 1916년에 태여나 2000년에 돌아가셔 이 땅에서 80여년의 인생을 살았지만 그의 작곡가로서의 삶은 1943년 노래 “향수”의 창작으로부터 1957년, 이 노래 “고향생각”의 창작에 이르는 짧디짧은 15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은 “고향생각”을 창작하고 “우파분자”로 몰리면서 수십년간의 후반생을 예술가로서의 인격과 창작권리를 모두 박탈당한 어둡고 침침하고 소외된 삶을 보내야만했기때문이다. 한 인간은 가늠 못할 운명의 조롱앞에서 그처럼 연약하여 한순간에 걷잡을수없이 무너져버리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창조해낸 예술은 무한한 생명력을 갖고있음을 실감케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국조선족이 걸어온 100년 력사와 함께 한 노래들인것만큼 원래 계획대로 100수 노래의 이야기를 담았더면 더 좋았으련만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60주년 기념일인 “9.3”명절이 박두해와서 그중 50수만 먼저 선별, 정리하여 집필을 마무리할수밖에 없었다. 책의 첫머리 차례부분에서 이야기제목과 노래제목을 함께 적었더면 독자들이 읽기에 더욱 편리하였을터인데… 앞으로도 우리의 노래는 계속될것이고 그 노래에 담긴 이야기들도 계속 엮어질것이다. 이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 언제까지나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있으며 끝없는 감동을 안겨주는 아름다운 노래를 찾아 그 멜로디마다에 엮어진 이야기를 적어내여 독자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글 문인숙 사진 리림파
석화 략력
1958년 길림성 룡정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변인민방송국 문학부 주임 력임.
월간《연변문학》한국 서울지사 지사장 력임.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시집: 《나의 고백》, 《꽃의 의미》, 《세월의 귀》, 시선집 《연변》.
문학평론집: 《시와 삶의 대화》. 《윤동주대표시 해설과 감상》.
번역저서: 《병법36계/ 전3권》. 《중국동화선집/ 전2권》.
수상: 《천지문학상》, 《지용시문학상》, 《해외동포문학상》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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