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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급 제자 둔 조선족 퉁소명인 신용춘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중국 지린성 옌볜예술대학에서 교사로 일하다 1993년 한국에 온 조선족 동포 신용춘(77) 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에서 소금과 중금, 대금, 피리 등 여러 종류의 악기를 개량했고 앞으로도 그 일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2013.1.14 kjw@yna.co.kr |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20년 전 한국에 와 우리의 전통악기를 개량하면서 길러낸 제자들이 유수 대학에서 박사도 되고 교수도 됐습니다. 그것이 재산이지요."
중국 지린성 옌볜예술대학에서 교사로 일하다 1993년 한국에 온 조선족 동포 신용춘(77) 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에서 소금과 중금, 대금, 피리 등 여러 종류의 악기를 개량했고 앞으로도 그 일에 힘쓸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오는 25일 서울 양재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퉁소 55년, 퉁소음반 출시 10주년 기념 독주회'를 여는 신 씨는 우리의 전통 관악기를 손수 만드는 장인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어느 스님이 한쪽 팔로 연주해 화제를 모았던 대금을 만든 이가 바로 신 씨이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 국악기를 만드는 연악사라는 곳에서 일할 때 스님이 찾아 와 한 손으로 부는 대금을 만들어 달라고 해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손으로 부는 대금을 만드는 일은 악기의 특성과 연주기법은 물론 제작 원리와 방법까지 대금에 관한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한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는 옌볜예술대학에서 플루트와 단소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면서 중국 국악기 개량에도 참여했고 그가 가르친 이금호 옌볜시 조선족예술단 악대 대장은 중국 무형문화재가 됐다.
그가 한국에 온 것도 한국의 국악기 개량 사업을 위해서였지만 시흥에 있는 국악예술고등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시간이 더 많았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국악에 대한 정부나 국민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았고 국악기 개량을 위한 전문 연구단체를 만들거나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한국행을 권유했던 국내 악기사들의 여건도 생각만큼 좋지 못했다.
신 씨는 "여기(한국) 국악기들 가운데는 음정이나 피치가 맞지 않는 것이 많은데도 악기 개량을 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런 일을 할 사람도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시흥 예술고에서 학생들이 배우던 소금(小琴)이나 중금(中琴)이라고 시중에 팔리는 제품은 음계가 맞지 않아 다른 악기와 어울릴 수 없을 정도였고 대금(大琴)도 음이 모자라 연주자가 억지로 몸을 제치고 숙이면서 불어 음을 내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1997년부터 다른 국악기와 잘 배합할 수 있도록 이 악기들을 개량했고 서양 악기에 붙이는 금속 키를 달아 새로운 음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또 1999년에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모 대학의 요청으로 대피리연구팀에서 일하며 개량 피리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퉁소연구회도 현재 회장으로 있는 이보형 선생이 지난 2000년 신 씨를 발견한 뒤 함께 만든 것이다. 그는 또 서울 강동구 구립국악단 소속 서울소리마당(학원) 고문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악기를 개량하는 일이나 전통 관악기 연구 및 교육에 기여한 바가 많지만 별로 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듯했다.
그가 대피리연구팀에서 만든 8대의 개량 악기로 국립국악원에서 성대한 음악회도 열렸지만 이들 피리 제작과 관련한 두 권의 두툼한 보고서에는 피리를 만든 신 씨의 이름은 들어 있지 않다.
그는 "며칠 전 누가 대피리 수리를 요청했는데 예전에 내가 만든 8개 중 하나였다"며 "그 8대 외에 더이상 피리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악과 국악기 보급에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도서지역 등 전국 각지를 매년 30곳 정도를 다니며 공연을 펼쳤지만 지금은 지원이 끊겨 지방 공연은 거의 못한다.
인터뷰 말미에 '외팔대금은 지구상에 유일한 물건이겠다'는 말에 그는 잠시 망설이다 "두 달 전에 또 하나를 만들어 '유이한' 것이 됐다"고 대답했다.
대금으로 모 대학에 수석으로 편입학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애제자 하나가 얼마 전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다. 그는 비통한 심정으로 외팔대금 2호를 만들었고 제자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대금을 전했다. 그는 "제자는 지금 사생결단의 각오로 연습에 임하고 있으니까 곧 좋은 소식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독주회는 그가 고문으로 있는 서울소리마당 최순극 원장의 후원으로 이뤄지며, 중국과 한국에서 그가 길러낸 교수와 문화재급 제자들도 연주자로 참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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