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골선생님의 외길 삶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5월22일 09시40분    조회:533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김상화

点击浏览下一页

봄에는 향긋한 산나물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드는 오붓한 시골이였다. 화룡시 남평진에서도 더 깊숙이 들어앉은 고령촌에는 100년의 력사를 자랑하는 조선족소학교-용화소학교가 있다.

차로 고령촌까지 가는것도 쉽지 않았다. 고령촌이 가까와질수록 산세가 험해지고 길이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한아름 되는 나무가 겹겹으로 하늘을 가린 산길을 힘겨웁게 2시간정도를 달려서야 아담한 크기의 용화소학교에 다달았다. 학생수 4명, 선생님 8명이 고작이지만 그들의 모습에는 그늘이란 찾아볼수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오구작작 모여들던 애들이 하나, 둘씩 시가지로 떠나가고 몇 안남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지금까지 고령마을에 남아있는 유일한 조선족소학교이다. 때묻지 않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외면할수 없어 30여년을 굳게 한자리를 지켜온 김상화씨에게 학교는 그리움이고 추억이였다.

그 추억과 그리움중엔 유년시절 추억도 한몫 한다. 이른 아침 마을 앞산에서 뻐꾸기가 울 때 긴 사래의 보리밭 사이를 지나 학교로 향했단다. 그리고 학교 울타리에 서있는 앵두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앵두를 주머니 가득 따 먹기도 하고 수업시간을 빼먹고 온종일 세치네잡이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용화소학교는 고령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그의 어린시절까지 잇닿아있어 더욱 애틋하다.

하지만 지금은 가르칠 애들이 몇 안돼 이젠 열정도 식었다는 김상화씨는 “속시원히 페교처리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고 독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래놓고도 이튿날 새벽부터 제일 먼저 학교에 출근해 교실마다 난로불을 피워놓는다, 비자루를 쥐여들고 청소를 한다 북새통이다. 그러기를 어언 30여년…

시골학교 선생님이란 외길을 걷다보니 어찌보면 영락없는 농사군의 모습이다. 농사철이면 학부모들 일에 발벗고 나선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들과 조를 무어 벼모내기에, 기음에, 땔감모으기에 못하는 일이 없다. 요즘 이들에겐 별 구경거리 없는 산촌이지만 그에겐 그야말로 별천지이다. 주말이면 산나물 뜯기에도 나선다. 그래서 더욱 소소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산촌아이들과 고향의 품에서 그는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있었다.

그의 책상우에는 누르스름한 손때묻은 필기책 하나가 고스란히 놓여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꼭 한번은 펼쳐보는 낡은 필기책은 다름아닌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기록부이다. 지난 1948년부터 지금까지 모든 졸업생들을 기록해놓은 필기책은 2001년 김상화씨가 교장을 맡아하면서부터 물려받은 이 학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단지"이다.

"모두 1800여명의 졸업생이름이 적혀져있습니다. 350여페지중 200페지만 사용했습니다. 애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 기록부가 채워치지 못할가봐 걱정됩니다. "

그 기록부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량미간의 주름이 깊어간다.

"저 운동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서 다시 찾아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학교도 옛날 모습이 아니라 섭섭해하시다가도 이 기록부를 보여주면 그리도 좋아하던 모습을 제가 어찌 잊겠습니까"고 말하는 김상화씨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넣느라 애쓴다.

"이 시골마을은 제게는 참 따뜻한 곳이였습니다. 평생 그리운 이름으로만 기억될 용화소학교 마지막 지킴이는 제가 할겁니다."

그의 말처럼 김상화씨와 산촌아이들의 가슴속에 행복했던 나날들이 사람사는 세상의 따뜻한 추억으로 남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연변일보 글·사진 정영철 신연희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문화현장, 오늘은 대외경제무역대학의 교수이며 중국 조선족문단의 이름난 수필가이신 서영빈선생님을 모시고 중, 한 양국 수필문학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그 인터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적습니다. [img count='1' width=350' img] 기: 안녕하세요? 서: 안녕하세요, 저는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
  • 2005-08-29
  • 사회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오랫동안 번역사업에 종사해왔고 최근에 중한 실용번역사전을 펴낸 중국 민족번역국의 전홍열 교수를 모셨습니다. 녜, 반갑습니다. 전홍열: 반갑습니다. 사회자: 지금까지 번역사업에 종사해온 년한이 어떻게 됩니까? 전홍열: 지금까지 30년정도로 번여사업에 종사해왔습니다. 사회자:...
  • 2005-08-29
  • 중국 100대 명교수의 한사람-채미화 교수 인터뷰 정리 내용- 중국 100대 명교수의 한사람으로 불리우는 연변대학 조문학부 채미화 학부장, 교사생활에 종사한지도 어언 22년이다. 채미화 학부장을 만나 그녀가 그동안 걸어온 길들에 대해 알아본다. 기자(이하 기로 약칭):22년간 교사사업에 몸담아 오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
  • 2005-08-29
  • 료녕성 심양시 소가툰구 신흥촌은 현재 1200여호(그중 호적을 갖고있는 호수가 820호이고 동북3성 각지에서 모여온 류동호수가 450여호)에 총인구 4000여명이 모여살고있는 조선족마을입니다. 지금 조선족사회는 일대 변혁의 소용돌이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많은 조선족학교들이 페교되고...
  • 2005-08-28
‹처음  이전 358 359 360 361 362 36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