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들은 늘 도움을 받고 누군가 돌봐줘야 하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주민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제 몫을 하면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한국에 공부하러 왔다 함께 공부하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 정착한 중국 국적의 조선족 박경희(40) 씨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주민들의 사회적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한국 사회도 이주민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이미 다문화강사 출강,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지 통역봉사,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서포터즈' 활동, 수원에 있는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이주여성모임 '모아'(Mom of Asia) 회장 등 스스로 '떳떳한 이주민'으로서 바쁘게 살고 있다.
그는 "이주민들도 한국 사회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가도록 그들을 도우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사실 결혼이주여성들만큼 바쁘게 사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주변의 다른 이주여성들도 대부분 나처럼 자국민들을 위한 통역봉사를 위해 먼 길도 마다않고 달려간다"고 말했다.
박 씨가 '이주민의 역할과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 것은 이주 초기 힘들게 지내야 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는 18년 전엔 1995년 한국에 유학생으로 왔다.
조선족 후예인 그를 한국에 보내고 싶어하던 부모의 뜻이 더 컸지만, 그 역시 어릴 때부터 부모와 큰삼촌 등으로부터 '고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한국에 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도 각각 하얼빈과 창춘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가 어린 나이에 증조할아버지 손을 잡고 떠나 온 고향을 잊지 않았고 결국 무남독녀 외동딸이 한국에서 살게 됐다"며 웃었다. 마침 박 씨가 대학에 다닐 때인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져 그의 한국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의 한국 유학 시절에는 외국인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고 지금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정책도 없었다.
|
이주민 돕는 결혼이주여성 박경희 씨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에 공부하러 왔다 함께 공부하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 정착한 중국 국적의 조선족 박경희(40) 씨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주민들의 사회적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한국 사회도 이주민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결혼이주여성들도 늘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주인의식을 갖고 제몫을 하면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고 말했다. 2013.7.23 kjw@yna.co.kr |
그는 "처음에는 외국인 취급당하는 것이 싫어 조금씩 늘기 시작한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박 씨는 "2008년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이주여성 모임 '모아'를 꾸리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주여성의 주인의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용국 원장은 '회비를 내는 이주여성 모임'을 만들었고 회원들이 각자 책임감을 갖고 모임을 꾸려나가도록 했다.
그래서 회원 수는 20여 명 남짓이지만 매주 화요일 오전이면 약 20명가량이 모여 다문화강사로서의 강의 주제도 논의하고 PPT를 만들어 강연 연습도 한다.
이날도 회원들은 연구원 회의실에서 키르기스스탄과 중국, 몽골 출신 회원들의 특강을 들어주며 조언했다.
이 특강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구민회관 측에서 다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에 강사 파견을 요청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모아' 회원들은 이런 열의를 바탕으로 지난 5월 연극단도 만들었고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얼마 전 제3회 경기도 다문화연극제에서 대상을 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박 씨는 "앞으로는 '모아 토론회'를 만들어 회원들이 특정 주제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할 것"이라며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한 이주민들이 계속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위해 제 몫을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면 다음이미지가 보여집니다.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