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득히 뻗은 레루 따라 20여년 삶 걷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1월6일 10시03분    조회:795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김웅철

 
  
10월의 끝자락, 만추다.

바람의 느낌도 코구멍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느낌도 그렇고 완연한 가을이다. 살인적인 폭염의 기억이 아직 몸에 남아있는데 첫 서리가 내렸다는 일기뉴스를 들은지도 이윽한 요즘, 오래지 않아 겨울이 도래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코스모스숲길에 녹슨 철로가 나란히 누워있다. 육중한 렬차의 묵직한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철길이다.

늦가을의 철길을 어제도 오늘도 래일에도 어김없이 걷는게 김웅철씨의 일이다. 겨울엔 눈을 맞으며 여름엔 선로의 뜨거운 열을 받으며 철길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인제 20년 흘쩍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냥 걷는게 아니다.

눈으로는 쉴새없이 선로를 살핀다. 그러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기관사에게 손신호를 보낸다. “이상없음”을 알리는 신호다.

신호를 뒤로하고 렬차는 달린다.

도문철도분국 도문공무단 철길(룡정-화룡 구간) 철도선로공(巡道工)인 김웅철(53살)씨는 요즘 바쁘다. 꼼꼼하게 철길을 살펴야 한다. 해빛에 찌들어 느슨해졌을 라사를 조이고 약해진 지반이나 옹벽이 없는지 찾아내는것이다.

“하루에 최소한 20킬로메터 이상을 걷습니다. 룡정역에서 출발해서 화룡시 룡수역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옵니다. 다리가 뻐근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걸어다녀야 선로가 안전하고 제가 안심할수 있습니다”

기차는 그의 곁을 지나간다. 바람을 가르며 무서운 굉음을 낸다.

사실 늘 불안불안한 마음을 숨길수가 없는 일이다. 눈을 맞으며 비를 맞으며 혹은 뜨거운 여름 땡볕아래가 아니면 쩡쩡 얼어들듯한 강추위에도 철길을 걸었다. 장애물, 이물질이거나 오물을 치우는건 기본이였다.

레일에, 침목에, 그리고 침목과 레일을 받치는 로반의 자갈과 흙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핀다. 이상을 발견하면 바로 상부에 보고를 하고 바로 고쳐놓는다. 벌어진 레일장을 제때에 보수하지 못할때에는 기차는 영락없이 탈선이다. 또 기차가 멈추지 말아야 할 곳에 서면 무슨 사고가 일어났다는 신호다. 그럴 땐 섬뜩함에 몸을 떤다. 그런 일이 생길가 늘 눈이 아프도록 철길 선로를 꼼꼼히 들여다 본다. 그 덕분에 그가 맡은 구간은 단 한번도 사고가 난적이 없다고 한다.

철도선로공인 그가 하는 선로작업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험한 일이다.

“추워도 불안하고 더워도 불안합니다.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마음은 항상 철도에 있어야 합니다”

자나깨나 마음 편치않은 김웅철씨이다.

철로 된 레일은 여름철 땡볕 아래 달구어지면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겨울에는 오그라든다고 한다. 하절기를 위해 간격을 둔다 해도 공기가 잘 안통하는 취약로선에선 달궈진 레일의 온도를 낮추느라 물을 뿌리기도 했단다.

고물라지오가 람루한 외모와 다르게 쾌청한 목소리로 세상이야기와 노래를 흘려놓고있다. 두줄 레일이 침목을 베고 누운 기차길 바로 옆 좁은 길이 일터인 그에게 고물라지오는 외로움을 달래는 유일한 친구가 돼준다.

인생의 절반을 철길우에서 보낸 사람이다.

레일우에서 잔뼈가 굵어진 그라지만 늘 어깨와 목이 욱신거린다. 어깨에 둘러멘 쇠망치같은 도구가 들어있는 가방만 10㎏이 넘는다.

겨울 한철은 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가장 많은 저녁 12시에 작업을 시작해서 이튿날 아침 8시에 작업을 끝낸다.

솜옷을 두겹, 세겹 껴입어도 뼈속까지 얼어드는 추위를 막을수가 없다. 눈만 내놓고 꽁꽁 싸맨 머리는 입김으로 새하얀 서리가 폭 내려앉는다.

추위도 추위지만 겨울밤의 찬 공기를 아츨하게 가르는 산짐승들의 울음소리에 소름이 쫙 돋는다.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그럴수 없었다고 한다. 철도선로공들만 가질수 있는 정과 믿음이 그를 붙잡았다고 한다.

“배운게 별루 없으니깐요. 먹고 살아야 할거구요. 편한걸 해서 돈벌 생각은 지금까지 가져본적이 없습니다. 고된만큼 보람도 큽니다”

오늘도 김웅철씨는 철길을 걷는다.

“렬차가 무사히 달리것뿐”이라는 그의 소망이 잔잔히 슴배여있는 레루우로 렬차가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달린다.        

연변일보 글 사진/ 정영철 신연희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편벽한 변강지구에서 청춘을 불태우는 김혜영담임교원의 교육사랑 소학년 5학년 9명 《자식》들에 둘러싸인 《어머니》선생 흑룡강성 학강지구의 라북현(북위 48도 위치)은 흑룡강을 사이두고 로씨야와 마주하고있다. 이곳에 중국조선족학교로 제일 북단에 있는 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가 바로 라북현조선족학교이다. 지난 ...
  • 2013-06-26
  • -흑룡강성 가목사조선족기초교육센터 현희교원의 이야기 민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안고 그녀는 십여년간 민족기초교육에 몸담갔다. 소학교 담임으로부터 정교처 주임직을 겸하기까지 평범한 일터에서 그는 말없이 학생들을 키웠다. 그가 바로 흑룡강성 가목사조선족기초교육센터의 현희선생님이다. 일전 기자일행이 이 학...
  • 2013-06-25
  • 항일구국운동의 선구자   림민호는 1904년 1월 3일 조선 함경북도 회령의 한 빈농가정에서 태여났다. 그 이듬해에 일가는 두만강을 건너 룡정에 이주, 후에 화룡현 동성촌 고성툰으로 옮겨갔다. 1919년 룡정의 3.13반일시위 운동에서 그는 비록 열다섯살에 나는 소년이였지만 친구와 둘이서 천주교 례배당 종루에 올라...
  • 2013-06-25
  • -연변장백호랑이팀 키퍼코치 정영학씨 흔히들 축구에서의 꼴키퍼를 《최후의 보루》이자 《팀의 절반》이라 부른다. 무엇이 어찌됐든 실점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도사려야 하고 온 몸을 내던져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8일, 연변장백호랑이팀(이하 연변팀)에서 키퍼코치로 활약하고 있...
  • 2013-06-24
  • 길림성교육계통사덕선진, 연변주우수담임교원인 화룡시제3중학교 김신옥교원의 교육사랑 학생들과 함께라면 늘 즐겁다는 김신옥선생님(가운데). 교육사업에 대한 끝없는 애착과 지칠줄 모르는 열정, 능수능란한 교수실력으로 30년을 하루와 같이 교단을 지켜온 선생님이 있다. 그가 바로 길림성교육계통사덕선진, 연변주우...
  • 2013-06-20
  • 연무전통태극권 김태익 사부를 만나다 제자들과 함께 수련하고있다 지난 6일 한국 광명시 시민체육장에서 한창 태극권을 수련하고있는 조선족 김태익 사부를 만났다. 2008년 제8차 국제태극권경기에서 태권, 태검 두 종목의 1등 수상자로 현재 한국에서 수십명의 수련자를 가르치고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서 기...
  • 2013-06-20
  • 손수 흙을 이개여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들, 우리 연변에서도 “흙으로 그릇 만드는 사람”이라고 당차게 밝히는 20대 젊은이가 현재 잔잔한 인기를 구가하고있다. 현재 연길 공원가두 발전 항달1품에서 “와이도자기공방”가게를 운영중인 박룡칠(29)씨, 곱사란 외모와는 달리 그의 손은 도자기를 빚느...
  • 2013-06-20
  • [조글로 기업탐방1] 식당 음식이 다 맛있다는 건 옛날 이야기가 되여버렸다. 우후죽순마냥 얼싸하게 늘어선 음식점가게 간판들을 보노라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맛평가단이 되였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다. 팽창되여가는 우육면, 미선, 윁남쌀국수 등 면들의 치열하고 불타는 전쟁속에서도 조용하면서도 두둑하게 변치...
  • 2013-06-19
  • “저는 컴퓨터나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하여 잘 모르는 무역하는 사람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지난 2003년 조선인력을 활용한 컴퓨터애니메이션제작을 시작하게 된것인데 운이 좋은지 그해부터 국가에서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국산애니메이션을 방영하여야 한다는 국산애니메이션육성정책이 나왔습니다. 그 정책에 힘입...
  • 2013-06-18
  • 조선어학회 항일투사 ▲ 동덕여고 앨범의 이윤재 이윤재(李允宰, 1888-1943) 선생은 일제시기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항일 국어학자였다. 올해는 이윤재 선생 서거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는 숭덕학교 교원시절에 3·1 운동을 주도하였기에, 평양감옥에서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하였다. 수양동우회에서 민족의식...
  • 2013-06-18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