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지만 아직은 메마른 바람이 잎사귀 하나 달리지 않은 사과배나무 가지사이를 감아 돈다. 새봄을 맞아 겨우내 묵은 가지치기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일군들이 간담간담 보일뿐 룡정시사과배농장은 적막감만 감돌뿐이다.
“초봄이라 과수농장에 들어서면 보통 사람들은 황량함을 보지만 농장을 지키는 저의 눈에는 계절이 바뀌고 바뀌여도 사과배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만이 안겨옵니다”
농예사 유광호(51살)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는 지난 1988년 연변대학 농학원 과수전업을 졸업하고 이곳 과수원에서 오로지 사과배농사에 몸담가 왔다. 그렇게 벌써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린 시절, 먹거리가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을 때 아버지가 과수원에서 따온 사과배를 한입 베여물었는데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에 사과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인줄 알았단다.
“나도 어른이 되면 사과배농사를 지을거야. 배불리 실컷 따먹을수 있을거니깐”
야무진 꿈으로 시작해 사과배농장은 이제 유광호씨의 삶의 터전이자 어린 시절 그 꿈을 완성한 곳이기도 하다.
“1년 내내 매달려야 하는 과수원 일”이라는 그의 말대로 이른 봄의 가지치기부터 거름주기, 인공수분, 제초작업, 과일 솎아내기, 수확작업…등등 모두가 그의 손길을 거쳐야 된다. 수확이 끝나고 겨울이 되여도 과수원은 그냥 방치되는것이 아니다. 한겨울 열심히 새봄을 준비해야 풍성한 가을을 맞게 된다.
특히 과일은 날씨에 민감해서 잠시라도 방치하고 게으름을 피우면 1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요즘처럼 날씨가 풀렸다가 갑자기 추워지면 랭해를 입을가봐 밤잠을 설친다. 그래서 일년내내 사과배밭에서 살고있다.
그는 “과농들이 1년 내내 고생해서 수확한 과일이 제값을 받을 때면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보람을 찾은것 같아 가장 기쁩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공들여도 변덕스러운 날씨의 조화는 예측키 어렵다보니 지난 2012년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사과배농사가 흉년이여서 과농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졌다.
“기술작업을 맡았다는 농예사인 내가 조금은 소홀했던게 아닌지? 영농기술을 더 익혀 기술지도에 힘썼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터인데...”
괜히 모든게 자신의 잘못인것 같아 마음이 몹시 괴로웠던 유광호씨였다.
언제부턴가 김치움에 한두자루씩은 꼭 저장해놓고 겨우내 간식거리로 먹어오던 사과배가 열대과일과 수입과일에 밀려나 농장도 예전같지 않다. 점점 변해가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사과배의 품질을 높이는것도 홀시할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꿈은 부가가치가 높은 과학영농을 실현해 연변의 사과배를 널리 홍보하는것이다.
올해에는 북경의 한 화학연구소와 손잡고 몇년전부터 연구해왔던 “셀렌 사과배”개발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요즘 유광호씨는 농장에서 사과배나무의 상태를 둘러보느라 쉴틈이 없다. 개발해낸 사과배에 들어있는 셀렌원소함량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동안 했던 노력이 모두 헛수고로 되여 인건비, 연구비 등 손실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할수 없다. 훈춘의 맹령셀렌사과의 개발 성공이 크게 힘이 돼주었단다.
그동안 애썼던 “셀렌 사과배”가 올해 첫선을 보이게 되기에 유광호씨의 기대도 크다.
요즘은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힘들기만 한 농예사 직업을 선택하지 않아 과수농장운영이 걱정스러운 현실이지만 유광호씨는 결코 맥을 버리지 않는다.
“사과배는 연변의 특산이고 명물이기도 하지요…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일에 충실하다보면 우리 과수원도 다시 활기를 찾게 되겠죠” 연변 사과배의 매력은 무궁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농예사 유광호씨는 오늘도 올해사과배풍년을 기약하며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