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동포재단 김영근 사업이사
재외동포재단 김영근 사업이사는 재외동포 출신이다.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가 30여 년을 재미동포로 살면서 워싱턴한인연합회 회장, 세계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입국한 뒤로는 세계한인네트워크를 설립해 운영했고, 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정책위원회,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하면서 재외동포관련 정책에 관여했다. 재외동포들의 사정과 현안을 잘 아는 이른바 ‘동포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포들의 사정을 잘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외동포에 대한 애정이라고 김 이사는 말한다. 김영근 이사로부터 재외동포재단에서 수행하고 있는 중점 사업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보기로 한다.
한민족 정체성을 잇는 중요한 고리, 한글학교
“재외동포로 살때 제 아이들과 주변 1.5세대, 2세대들을 보면서 한글이라는 매개가 없어지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혼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거죠.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도 좋지만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고리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한 데 바로 그 고리가 한글입니다.”
김영근 이사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워싱턴연합회장을 하면서 특히 한글학교 중요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8년 세계한인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할 때도 그렇고, 재외동포재단에 들어와서도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차세대 육성과 한글교육이다. 집중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재외동포재단 예산은 약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 중 많은 부분이 한글학교에 지원되고 있다. 지원금도 예전에 비해 평균 열 배 정도 늘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김 이사는 말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전세계 곳곳에 있는 1875개 학교를 일일이 지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받으시는 분들은 얼마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를 보면 엄청난 규모입니다. 단번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점진적으로 지원을 늘려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예정입니다.”
김 이사가 한글학교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장기적인 안목과 애정을 갖고 꾸준히 행해야 할 ‘백년대계’ 사업이기 때문이다.
“동포관련 사업 대부분이 10을 투자한다고 바로 10이 나오는 사업이 아닙니다. 한글학교 역시 투자한다고 바로 성과를 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또 그 아이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이 꾸준히 이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걸 단기적인 성과로 판단할 수는 없죠. 따라서 20, 30년 혹은 100년 후까지 재외동포 차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한민족 정체성을 이어가는 한인사회 세대교체 필요
김 이사는 이렇듯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을 예로 들면, 제가 이민을 갔던 1980년대에는 아이들에게 일부러 한글을 안 가르쳤어요.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영어를 배우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 한국이 잘 살기 시작하면서 젊은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본인은 한글을 못 배웠어도 자녀들은 한글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한글교육과 정체성 교육을 통해 자라난 차세대들이 한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대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재일동포나 CIS국가 동포들은 벌써 3세대를 넘어섰지만 민족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이고 한인회 개념도 없다. 재중동포 역시 점점 민족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재중동포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김 이사는 강조한다.
재중동포 특별지원사업 중점 추진할 것
재외동포재단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재중동포 특별지원사업’을 시행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재중동포 청소년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인데 김 이사가 강조하는 ‘한민족 정체성 함양’과 맞물려 있는 사업이다.
“재중동포들은 주로 동북3성에 몰려 있는데 대략 20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 중 1/3인 70 여만 명은 한국에 있습니다. 주로 근로가 가능한 청장년층이지요. 또 다른 70 여만 명은 상하이, 베이징, 칭다오 등 중국 연안 및 미국, 일본 등 해외에 나가 있습니다. 나머지 70 여 만명이 동북3성에 있는데 대부분 아이들과 노인들입니다. 재중동포 수가 줄다보니 조선족학교도 유지가 어려워 한족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족 아이들이 많아지다보니 조선어가 아닌 중국어로 가르칩니다. 조선어 학습시간은 별도로 배정이 되고 있어요.”
김 이사는 재중동포 청소년들이 CIS동포, 재일동포들처럼 한국어를 잊는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중국사회에 동화되면 한민족의 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재중동포 특별지원사업은 중ㆍ고등학교 모국연수, 장학사업, 재중동포 언론지원사업 등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52명의 재중동포 청소년들을 초청해 8박 9일 동안 서울 고궁, 남산 한옥마을, 천안 독립기념관, 한글박물관 등 한국 문화를 체험했고,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재중동포 특별지원사업은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재외동포정책 관련 컨트롤타워 시급
재외동포들 사이에서 재외동포청(혹은 처)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이사 역시 청이 됐건 처가 됐건 재외동포정책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효율적인 예산집행 및 사업수행이다.
“현재는 재외동포 관련 예산이 각 부처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교육부에 있는 해외교육원 예산이 재외동포재단 예산보다 큽니다. 문체부, 병무청, 여가부 등 각 부처에도 재외동포 관련 예산이 있어요. 이렇게 산재된 현실에서는 효율적인 예산집행 및 사업수행이 어렵습니다. 지금보다 더 응집력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김 이사는 새로운 재외동포관련 기관의 형식이 어떠하건 가장 중요한 것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단이 교육부와 의논을 하고 싶어도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논의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인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재외동포재단을 흡수하는 '청' 방식도 있고 상설 정책기관을 두는 방안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상설화해서 실질적인 정책기관으로 하고, 재외동포재단을 사업기관으로 하는 형식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봅니다.”
세계한상대회, 청년인턴 취업과 효율적인 부스관리 모색
김 이사가 보는 지난해 제14차 세계한상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해외 청년인턴사업이다.
“한상들이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의 ‘한상&청년, Go Together’ 프로그램을 통해 20여 명 정도 청년들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가나, 브라질 등 전 세계로 취업시켰습니다. 올해에는 더 체계적으로 청년 인턴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또한 한상대회에 참가한 한상들의 비즈니스 참여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효율적인 부스 운영 방안도 고민 중에 있다.
“한상대회가 주로 지역 지자체에서 하다 보니 한상들이 원하는 적합한 파트를 구비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한상은 IT분야 파트를 원하는데 개최 지역에서는 특산물을 홍보하는 식이죠. 앞으로는 이런 부적합한 부분을 시정하고 효율적인 매칭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재외동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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