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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김성권
중국에서 온 칠장(漆匠) 김성권
올해 스물여덟 살인 김성권은 옻칠장이다. 칠예(漆藝) 장인이라고도 한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화룡시(和龍市) 팔가자진(八家子鎭)이 고향이다. 전주가 본관에 조상이 경상도에서 왔다는 사실만 알 뿐, 나머지 가족사는 알지 못한다.
아버지 김동철(金東哲·54)은 기관사였다. 어머니 김화(金花·52)는 공장 근로자였다. 김성권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는 아이를 친척에게 맡기고 러시아로 가 돈을 벌었다. 2년 뒤 돌아온 아버지는 한국으로 갔고 또 2년 뒤 어머니도 한국으로 갔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해 두 사람은 인생을 바쳤다.
용정(龍井)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김성권은 "중국에서 대학 나온댔자 장래에 뭐 하겠는가"라고 생각했다. 2009년 3월 김성권은 부산 영산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로 유학을 왔다. 2012년 4학년 1학기 옻칠 거장 전용복(全龍福)이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난생처음 접한 옻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졸업식을 앞두고 김성권이 전용복에게 찾아가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나 제자 시켜 주시라." 세월이 4년 흘러 전용복이 말했다. "성권이는 1등이다." 거장(巨匠)이 인정하는 젊은 칠장이가 있는 곳은 대한민국 강원도 원주 상지영서대학교 칠예연구소다.
후회하지 않는 칠장이 김성권
신성한 숲 옆 부부의 찻집에서 김성권이 말했다. "옻을 접한 순간 느낌이 왔다. '이건 내 운명'이라고." 옻은 안료를 섞으면 무지개색을 낼 수 있는 총천연색 도료요, 1000년을 간다는 견고한 도료다. 자개에 금속, 흙까지 웬만한 재료는 섞어서 쓸 수 있는 열린 도료다. 무덤에서 나온 500년 전 옻칠 그릇 속 연꽃 씨가 싹을 틔우는 기적의 방부제다. 그가 말했다. "세상은 옻을 경쟁력 없는 분야라 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첨단 도료와 미학적 재료로 틀림없이 각광받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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