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받기를 바랐지만 예상은 못했습니다.
실수하지 말고 망신하지 말고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서
3순위까지만 들자라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질 않지만
그만큼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받은 상이라서
더 소중하고 뜻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초심 잃지 않고
우리말과 우리글, 우리 민족문화의
창달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제2회 전국조선어사회자경연 대상 수상자 전미령 (28세)

제2회 전국조선어사회자 (아마추어) 경연 대상 수상자 전미령씨의 수상 소감이다. 전미령씨는 현재 연변대학 중국조선언어문자 정보화기지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규범화, 표준화를 위한 어음정보 채집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제1회 전국조선어아나운서사회자경연 때 본선에 진출한 후배들의 본선 경기를 지켜보면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전미령씨는 제2회 전국조선어사회자 (아마추어) 경연을 누구보다도 손꼽아 기다린 참가자다.

제2회 전국조선어사회자경연대회 참가자들

(좌로부터 전미령, 김향선, 우향금, 김청, 배범춘, 전승룡)

#1 “경연대회 참가 계기 묻지마세요, 저 2년간 기다렸습니다 ㅠㅠ”

1회때 저희 학교 후배들과 함께 경연에 신청했었습니다. 후배들은 본선에 진출했고 저만 예선에서 탈락했죠, 아 너무 창피했습니다. 명색이 학교 방송사에서 후배들에게 화술을 가르친다는 선배가 말입니다. 예선때는 동영상으로만 본선 진출자를 선발했습니다. 동영상을 더 신경써서 준비할 걸 후회도 됐지만 후회가 어디 기회를 주나요? 결심하고 2회만을 손꼽아 기다렸죠!

2분 스피치 100번을 넘게 연습했는데도 너무 떨렸습니다.

#2 “방송 좀 한다”와 프로에 임하는 자세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정말 다르더라구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백지장이 되여버렸습니다. 2분 스피치는 100번을 넘게 연습을 했는데… 정작 무대에서는 준비했던 내용보다 갑자기 생각난 내용을 마구 곁들어 얘기했습니다.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모를 정도로요. 발음법 문제에서도 평소에 익히 알던 “ㄴ” 첨가현상 하나 해석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방송 좀 한다”는 것과 프로에 임하는 자세로 선 본선 무대는 정말 달랐습니다. “멘탈”을 좀 키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딸아, 고맙다!”

보통 대상수상자에게 축하한다고들 하잖아요? 저의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로 축하말을 대신해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꿈, 그리고 네가 이루지 못한 꿈을 무대에서 원없이 풀어줘서 너무 대견스러웠다구요. 대상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어머니는 사실 아나운서라는 꿈을 놓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한 제가 자랑스럽고 고마웠을 겁니다. 본선 현장을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버지는 주말없이 바쁘시고 어머니는 잠깐 한국에 가셔서 본선 무대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 동생, 후배들이 있어 든든했습니다.

대학 졸업을 기념해 부모님과 함께

#4 “어릴적 세식구가 함께 시랑송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꿈이 시작될 무렵이였죠.”

저의 어머니는 동네에서 목소리가 가장 좋고 얼굴도 제일 예쁜 처녀였습니다. 아버지의 지극히 개인적인 말씀에 의하면요.ㅋㅋㅋ 고운 목소리로 항상 바른말을 쓰시는 어머니의 그 모습에 홀랑 반했다나 뭐라나 하하. 어머니가 록음기를 켜시면 그때부터 저희 집은 시랑송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랑송을 시작하면 아버지도 얼떨결에 따라하셨죠. 어머니는 지금도 조선어문 교사로 계십니다. 돌아보면 그 시랑송 시간이 즐거워지면서부터 아나운서가 되려는 저의 꿈이 자라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직업 선택에서 또 아나운서의 꿈을 키우게 된데도 민족문화 발전에 관심이 많으신 어머니의 영향이 컷던것 같습니다.

“지금 모습으론 상상이 안 가시죠? ㅋㅋ”

#5 “저는요 왕청5중에서 심한 개구쟁이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소품을 많이 했는데요, 하도 개구지다보니 녀자역을 맡아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아저씨, 할아버지역을 맡아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신나게 연기했죠. 그러고보면 그때부터 용기있는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용기가 지금의 저로 성장할 수 있은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우리말방송사 신입 부원 됐어요! (왼쪽 방송사 동기 리홍, 오른쪽 전미령)

방송사 윤동주 생가 방문 기념

방송사 박물관 탐방 기념사진

#6 “저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 있습니다. 저의 유일한 꿈을 한층 더 굳혀준 식구들이죠”

연변대학 우리말 방송사라고 들어보셨나요? 연변대학 우리말 방송사는 연변대학의 발자취와 더불어 60여년의 력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말 방송 동아리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방송사에 지원했습니다. 300여명 지원자에서 10명만 모집하다보니 경쟁률이 상당했습니다. 1차, 2차, 3차 선발을 통과하고 방송사에 합격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애착이 갔던 화술부에요! 화술부에서 화술 훈련을 담당하면서 교내 뉴스프로 진행을 맡기도 했습니다. 새벽부터 진행되는 혹독한 화술훈련에도 우리가 견지할 수 있었던건 같은 꿈을 가슴에 품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점점 방송의 길과 가까워지다보니 어릴때의 시랑송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더라구요. 선배님들의 조언대로 서방흥 선생님의 록음프로를 들으면서 화술기교를 익혀나갔고 김계월선생님께 찾아가서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 수업이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던지... 그래서 저는 감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보낸 시간들이 저의 꿈을 더 굳혀주었다구요.

“저의 든든한 응원단입니다.” (좌로부터 남편, 할머니, 할아버지)

#7 “투표, 가장 힘들었지만 또 가장 따뜻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겁니다. 투표가 가장 힘들었다는 생각 말입니다. 하지만 본선을 준비하는 동안 투표로 전해준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어 본선 무대에서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기간 힘들어서 투덜거릴 때도 있었지만 아침에 눈뜨자마자 저보다 먼저 순위를 확인하고 연락주시던 모든 분들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때 저랑 공동1위였던 우향금 선수와 대기실에서 본선 경기때 저의 최강 라이벌이였죠

#8 제3회 때는 림기응변력을 좀 더 테스트하면 어떨가요?

아쉬운 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대회를 준비하면서 보니까 선수들이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부분이 스피치밖에 없었습니다. 곤충에 관한 스피치로 선수들의 순발력을 테스트하기엔 좀 제한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사전 준비내용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림기응변력 테스트 문제가 꼭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었습니다. 사회자께서 저한테 얘기를 건네면서 가볍게 인사말을 나누긴 했지만 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대상 수상 기념으로 한장

“다른분들은 모르셨겠지만 할아버지는 제가 처음 무대에 올라 첫 마디를 할 때부터 저의 목이 쉬였단걸 알아차리셨다네요. 상을 타는 것보다 목이 상할가봐 관중석에서 걱정을 하셨다고”

#9 아나운서의 꿈, 이루진 못했어도 한을 풀었습니다!

이번 경연 덕분에 저는 소원을 풀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한을 풀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0여일간 힘들긴 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꿈을 쫓는 과정을 통해 다시 호흡과 발성, 발음 등 사회자가 갖춰어야 할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했구요, 또 잊고 살았던 자신감을 되찾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얻고 가는 것이 너무나 많은 보람차고 값진 도전이였습니다. 준비한 긴 시간이나 무대에서 보낸 짧은 시간이나 모두 긴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주위에서 참가할가 말가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친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요, 아마 제3회때는 만나 볼 수 있을 겁니다. 평소에 말재주도 별로 없고 재미도 없는 제가 대상을 받으니 자기들도 자신감을 얻었다나요? 하하. 어쨌거나 다 좋습니다. 하지만 각오는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10 청취자 여러분, 네티즌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들어주시고 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를 알지 못하는 분들까지도 대회 투표에 참여해주시는 걸 보면서 저는 우리민족의 끈끈한 정을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응원의 한표에 불과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우리민족 방송과 조선어 발전에 대한 관심이겠죠. 전국조선어사회자경연을 중시하고 관심한다는 자체가 우리민족의 뿌리를 중시하고 문화를 중시한다는 것으로 저는 보아집니다. 갑자기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그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고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가치있는 일을 하시는 여러분을 저도 응원합니다^^

이런 사진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들놀이 나왔답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했나요?

정말 소중한 사진 한장 또 건졌습니다!

글 I 구서림

사진I 최월단

중앙인민방송국
제2회 전국조선어사회자경연 그 뒷이야기, 10명 선수들의 경연 도전기, 성장 드라마를 담은 단독 인터뷰, 오늘(7월 27일)부터 매주 화요일 중앙인민방송국 중국조선어방송넷 위챗 공식계정 KRCNR_CN(中国朝鲜语广播CNR)과 중국조선어방송넷(www.krcnr.cn)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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