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성공시대] (16) '여의도의 중국통' 박인금 애널리스트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10월4일 11시11분    조회:772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박인금
한족 학교 다닌 조선족 3세, 언어장벽 딛고 서울대서 경제학 석사
중국어 학원강사 거쳐 증권계 입성, 고비 때마다 '포기 대신 끈기'
'차이나 데스크' 팀장으로 中시장 심층분석 "예상 적중때 성취감"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여의도의 빽빽한 빌딩 숲 사이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증권맨들 사이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 출신 애널리스트도 있다.

올해로 여의도 입성 6년 차인 박인금(33)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책임연구원.

그는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딱히 계획한 것도 아닌데 한국에 와 한국인 남편과 가정을 꾸리고 여의도에서 일하게 됐다"면서 "지금 돌아보면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고 회고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조선족 3세로 태어났지만 한족 학교에 다니며 학창 시절을 보낸 터라 한국인이나 한국어를 거의 접하지 않고 컸다.

그가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은 대학교 3학년 때. 지린대(吉林大) 경영학과에 다니다 2004년 교환학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에 들어가 1년 동안 서울 생활을 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한국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할머니의 나라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관심도 많아졌거든요. 첫 소감요? 물가가 무척 비싸더라고요.(웃음)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처음이라 힘들었죠. 한글이 글자가 아니라 그림처럼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경영학과 수업을 따라가려고 따로 시간을 내 한국어 수업을 들었습니다."

박 연구원은 교환학생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 '엘리트 코스'인 지린대 졸업장을 받고서는 다시 한국행을 결심했다. 2007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시작한 것이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한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기란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실제로 박 연구원은 당시 대학원 동기 중 유일한 조선족이어서 '나 홀로' 좌충우돌을 겪어야 했지만 고비가 닥칠 때마다 포기 대신 끈기를 택했다.

"실은 졸업을 3년 만에 했어요.(웃음) 논문 통과를 못 해서 한 학기 정도 늦었죠. 언어장벽이 너무 높았거든요. 도움을 청할 데도 없었고…. 고민 끝에 학교 게시판에 제 소개 글을 올렸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선뜻 스터디그룹에 넣어주겠다는 제안이었죠. 덕분에 선후배도 사귀고 한국 생활에 조금씩 적응했어요. 한국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피부로 느꼈죠."

졸업 후에도 한국의 취업 문턱은 조선족인 그에게 한층 더 높게만 느껴졌다. 2010년 3월 석사학위를 받고 10여 군데 지원서를 냈지만 면접은커녕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곳도 많았다. "언제까지 놀 수만은 없어서" 찾아간 곳이 서울 종로의 중국어 학원.

중국어 강사로 일하던 그에게 5달이 지나서야 전공을 살릴 기회가 찾아왔다. 2010년 10월 신영증권에 리서치어시스턴트(RA)로 입사해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첫발을 디뎠다.

"당시엔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폭발적 성장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많았죠.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전략을 분석해 국내 투자자에게 알릴 애널리스트가 필요해졌고, 덕분에 저로서는 중국에서 온 경제학 석사라는 게 유리하게 작용했죠. 그렇게 시작한 여의도 생활이 벌써 6년이 됐네요."

새내기 RA의 하루는 녹록지 않았다. 새벽에 출근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고, 서툰 한국어로 보고서를 쓰느라 남몰래 속앓이를 해야 했다. 한국 특유의 수직적 조직 문화도 낯설었다.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없지 않았죠.(웃음)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한국에 계속 있어야 할 이유가 생기더라고요. 버티다 보니 RA를 거쳐 애널리스트로 승진했고, 이직도 두 번 했고…. 2012년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가정도 꾸렸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 모든 게 인연이었나보다' 싶어요."

박 연구원은 여의도 애널리스트 중에서 '중국통'으로 꼽힌다. 당연히 그의 눈과 귀는 온통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있다 사무실 컴퓨터로는 늘 중국 정부·기업 홈페이지, 중국어 포털사이트를 띄워놓고, 정기적으로 베이징·선전 등으로 출장도 다녀온다.

"중국 투자 전망을 보고서로 쓰려면 중국의 경제 정책부터 금리, 통화량, 환율, 제조업 지수 같은 거시 경제 지표까지 샅샅이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이라는 게 정치,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움직이거든요. 저도 중국에 있을 땐 '중앙경제공작회의'(중국 정부가 연말마다 개최하는 거시경제 정책 회의)가 뭔지 잘 몰랐는데, 정작 한국에 와서 아주 자세히 알게 됐죠.(웃음)"

그는 지난해 12월 중국 경제공작회의에서 다뤄질 내용을 미리 점친 보고서를 발표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보고서는 2016년 중국 정부가 '공급 과잉 업종', 즉 철강·석탄·시멘트 등에서 구조조정을 강화할 것이라는 한발 빠른 '점괘'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투자 전망을 조금 미리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애널리스트로서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중국어가 모국어인 만큼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데 시간이 덜 걸리겠죠. 그렇다고 엄청나게 빠른 건 아니지만, 다만 한걸음이라도 앞서야겠다는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여의도를 통틀어 조선족 출신 애널리스트는 박 연구원을 포함해 3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연구원이 증권맨에게 '꿈의 도시'인 홍콩이나 상하이로 옮기지 않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도 애널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아요. 중국 시장은 2021년 완전 개방을 목표로 말 그대로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거든요. 복잡한 시장 흐름을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알릴 때, 제가 내놓은 예상이 적중했을 때 무엇보다도 큰 성취감을 얻죠. 한국에서 여전히 제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복을 타고난 그답게 최근엔 새로운 미션을 하나 맡았다. NH투자증권 내 중국 전담 리서치 조직인 '차이나 데스크'에서 팀장 역할이 주어진 것.

"중국인 또는 중국어에 능숙한 애널리스트가 7명 참가해 중국 시장과 기업을 심층 분석합니다. 중국의 선강퉁(深港通·선전과 홍콩 주식시장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 시행안이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개방 폭이 컸거든요. 앞으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이 가속할 것이란 뜻이죠. 이에 대응해 중국 시장을 빠르게, 깊숙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팀장은 공식적인 직책은 아니고요, 회식 장소를 정하는 일을 주로 해요.(웃음)"

4살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한 박 연구원은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야근할 게 좀 남았다"며 다시 16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여의도 빌딩 숲에는 꺼질 줄 모르는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호남대 유학생 이광길씨 "대학원 관광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인 중국동포의 ‘형설지공’ " "중국 관광객에게 한국 참모습 소개, 교수님의 지도에 감사” “날로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풍물 등을 제대로 안내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게 돼 기쁩니다” 호남대 대학원에서 관...
  • 2014-06-18
  •   중국 조선족 소설계의 상록수 강효근선생은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문학현장에서 왕성하게 필봉을 놀리면서 문학적 감각과 진정성을 유지하며 로익장을 과시하고있다. 강효근선생은 지금까지 60년이라는 긴 문학창작려정에서 200만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문학작품을 창작하였는데 소설집 《꽃피는 시절》, 《둥...
  • 2014-06-16
  • 《대학은 얼마나 많은 고층빌딩을 갖고있는가에 따라 지명도가 결정되는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대가를 갖고있는가에 의해 그 지명도가 결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박창욱선생은 그야말로 전반 조선민족항일투쟁사의 대가로서 우리 연변대학의 보배요 모든 사학도의 사표라 하겠다.》   연변대학 전임 교장 박문일선생...
  • 2014-06-13
  • 최상의 써비스로 관광객에게“려행의 행복감”을 전달해야 한다는 김파총경리  중국 관광사이트 앞 5위권을 웃도는 “어디로 갈가(去哪儿网)”,“도우관광(途牛旅游)” 등 사이트, 국내 관광업계인사들이 관광업에 비전을 건 연변 조선족 사나이 김파에 엄지를 내밀고있다. 관광업으로...
  • 2014-06-12
  • ‘사회파’서 ‘감성파’로 전향? 영화 ‘경주’ 만든 재중동포 장률 감독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는 잘 우려낸 차처럼 잔향이 오래간다. 장 감독은 “박해일, 신민아에게 많은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저 차를 여러 번 같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차는 사람을 교감하게...
  • 2014-06-12
  • 구룡침을 한묶음 들고 있는 장헌규   도통 믿기 어려운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녀인의 왼쪽 옆구리를 찔러 들어간 은빛의 침은 그의 오른쪽 옆구리로 비죽이 나오고 있었다. 침의 길이가 무려 60㎝나 된다는 얘기가 실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솔직히 방금전까지 허풍을 치는 의사가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고 말...
  • 2014-06-11
  •  [연변을 클릭하는 사람들-1]   연길 고려원식당 림룡춘사장의 리더십    “천만사람이 서쪽 달을 좇을 때에 홀로 동쪽 매화를 찾는 사람이랄가. 실패해도 좋고 성공해도 좋지요. 내 생각대로, 내 방식대로 밀고나가지만 모든 것은 차별화를 전제로 하지요.” 연길 고려원식당의 림룡춘...
  • 2014-06-11
  • 세계한인무역협, 칭다오에 1만5천권 옌지 다음으로 동포 많지만 도서관 無 박명예회장 "고국과 거리감 좁혀줄 것" ▲ 박광수 세계한인무역협회 칭다오지회 명예회장이 경인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온 책들이 한·중 교류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태황기자 "독서를 통해 칭다오의 동...
  • 2014-06-11
  • 김민영 유감《축구보내중 조선족처녀애 단 3명》  연변축구 치어리더 이끄는, 연변대학  김민영교수 만나본다   올들어 연변장백산천양천축구팀 홈경기를 관람하는 축구팬들 눈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바로20여명 미녀들로 구성된 《축구보배》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표현하는 률동적인 응원이였...
  • 2014-06-10
  • KT위즈 신생프로야구팀 지명...2005년 한국땅 밟은 조선족 조선족 출신 고교 야구선수인 청주고교 간판 투수 주권(19·사진)이 코리안 드림을 이뤄냈다. 9일 신생 프로야구팀 KT 위즈가 내년에 졸업하는 전국 고교, 대학 야구선수 가운데 우선 지명 선수로 주권을 선택했다. 계약금만 3억원으로 청주고 선수 중에서는...
  • 2014-06-1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