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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성공시대] (27) 이용섭 가인글로벌 대표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12월19일 10시07분    조회:1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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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이용섭
주류·식자재 수입으로 회사설립 5년 만에 연매출 100억대
흑룡강성 특산주 '설원' 수입 대박…한국 소비자 공략도 시동
궁금증을 사업 아이디어로…"고객 문전박대를 두려워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70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조선족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한국의 소주나 맥주가 아니라 중국에서 건너온 백주(白酒)인 '설원'(雪原)이다. 양꼬치·연변냉면 등 조선족이 즐겨 찾는 식당은 물론이고 서울 구로 일대의 중화요릿집에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조선족 주류시장에서 설원의 점유율은 무려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시에서 생산되는 이 술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이는 이용섭(41) 가인글로벌 대표다. 지난 16일 서울시 구로구의 회사를 방문했을 때 그는 직원들과 함께 한국인 상대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었다.

 

이 대표는 조선족이 설원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 "저(低) 알코올의 술을 선호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보통 중국 술은 알코올도수가 35도를 넘고 50도 이상도 흔한데 설원은 30도가 대표상품이고 동북 3성과 칭다오, 다롄, 상하이 등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술을 한국에 도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평소 궁금증이 많은데 그게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중국 각지에서 조선족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인데 한국에서 고향 친구들을 만났더니 전혀 다른 중국 술을 마시는 겁니다. 식당이나 마트에서 아예 취급을 안 하는 것을 보고 한국으로 들여오면 사업이 되겠다 싶었죠."

하이린시 출신인 이 대표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일본 유학 후 도요타에 입사해 중국에서 장기출장 근무를 했다. 그러다 도요타를 그만두고 인재파견 회사를 차려 일본에 한국과 중국의 인력을 공급하다 2년만에 다시 회사를 친구에게 넘기고 2010년 한국에 정착했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것도 모자라 한창 잘나가던 자신의 회사마저 갑자기 접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도요타가 중국에 공장을 세우는 일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상하이서 파견 근무를 했습니다. 중·일 양국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안다는 이유로 60여 명의 파견 일본인을 관리했죠. 당시 급여가 월 1천500만 원이었어요. 그런데 파견을 마치고 돌아가니 다시 월 400만 원의 평사원 신분이 됐습니다. 견디기 힘들었죠. 무엇보다도 사람을 관리하는 경영에 눈을 떴기에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2008년 중국과 한국에서 인력을 확보해 일본에 공급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일본 제조업이 불황을 대비해 경기가 좋을 때도 정식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파견회사를 통해 충당하는 데서 착안했다. 사업차 한국을 자주 찾았던 그는 서울에서 귀화한 조선족 여성을 만나 2010년 결혼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정착했고 인재파견 회사도 정리했다.

"저축한 돈으로 집을 사고도 6억 원 이상이 남아서 좀 쉬다가 다시 취업하려고 했죠. 도요타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 자동차기업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결국 창업을 했습니다. 직장인보다 내 사업을 하는 게 체질인가 봅니다."

주류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그는 하이린시의 설원 제조공장을 찾아가 한국판매 독점권을 따냈다. 당시 공장에서는 고향 사람이라 도울 뿐이라며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지금은 전체 생산량의 20%를 수입하는 '큰손'이 됐다.

신고식은 호되게 치렀다. 술은 기호식품으로 보통 마시던 것을 찾기 마련이어서 시장개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마트 어디를 가든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미 잘 팔리는 술이 있는데 굳이 새 술을 들여놓을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팔리면 나중에 대금을 받는 후불제로 조금씩 납품을 했습니다. 아예 설득이 안 되는 식당은 놔두고 주변의 가게를 공략해서 실적을 쌓은 뒤에 다시 식당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공략했죠."

초기 2년간은 365일 내내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식당을 찾아다니며 직원들과 식사를 했다. 고객과 판매점이 없으면 회사도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식당의 마음을 얻는 기회이자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1년 말에 국내에 첫선을 보인 '설원'은 입소문을 타면서 급속도로 퍼졌고, 지금은 중국 식당과 중국 식자재를 취급하는 마트 등 전국의 5천여 개 점포에 공급하고 있다.

2012년에는 국내 중국음식점 등 한국인 주류시장 공략을 위해 '설원코리아'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내친김에 중국 식자재도수입해 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의 동대문, 화곡동, 마포 등 3곳에 중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전문매장을 내고 한국산 화장품을 판매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설원이 인기를 얻자 유사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2년간의 소송을 거쳐 상표 등록과 특허권을 취득했다.

서울시 구로구 에이스트윈타워에 입주한 가인글로벌 본사에서 이 대표가 직원들과 마케팅 회의를 열고 있다.

 

중국 제조공장에 항상 요구하는 것은 품질 제일주의다. 가격 상승은 감수할 수 있지만 품질 하락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안 좋은 원자재를 쓰면 결국 소비자가 등을 돌리게 된다"며 "앞으로 한국 소비자도 공략할 계획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과 유통 등 사업에 조언을 구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도 마다치 않는다. 자기만의 비결이라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일도 아니며 적만 늘어나기에 차라리 성심성의껏 조언해 친구로 만드는 게 더 이롭다는 생각에서다.

"이 정도면 성공했지 싶어 머무르려는 순간 주변을 경계하고 보수적으로 변합니다. 그러면 기업은 자연 쇠퇴하게 됩니다. 모든 걸 공개해 선의의 경쟁자가 늘어나면 더 분발하게 되고 시장의 규모도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이 대표는 중국동포연합중앙회가 추석 연휴에 여는 민속축제에 매년 2천만 원을 후원하는 등 동포 챙기기에도 열심이다. 그는 "돈을 바르게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에 나눔은 회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주량이 250mL 설원 반병이라는 이 대표에게 술을 마시는 법도를 묻자 "적당히 마시면 분위기를 밝게 하는 좋은 음식이지만 과음하면 주사가 나오고 흉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며 "주량을 알고 마시는 게 중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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