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인생 60여년…민족혼을 담아내다
평생영예칭호 수상자 리승숙
리승숙의 몸짓에 외길 춤인생 60여년 세월이 담겨있다.
“내 삶은 전부 춤이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 자신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은 더더욱 춤을 위해 보내고 싶다. 작품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 3일, 평생영예칭호를 받아안은 안무가이자 1급 연출가인 리승숙(75살)을 만난 자리, 우리 전통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그가 처음 꺼낸 말이다. 그녀의 얼굴 표정과 몸짓에 외길 춤인생 60여년의 세월이 담겨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다.
“5살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춤을 췄고 춤이 좋아 평생 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부터 춤을 췄는지 시작점을 찍기도 애매할 만큼 그의 인생은 곧 춤이였다고 그녀는 밝힌다. 사촌언니 방초선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던 그녀는 전통무용을 시작 해 단 한번도 권태기를 느낀 적이 없다. 고난의 길이지만 아이를 낳았을 때 2, 3 개월 쉬여본 게 전부이다. 요즘도 대부분의 시간을 창작과 춤연습으로 보낸다. 칠순이 지나서도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리승숙은 ‘나이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쁜 옷을 입고 물동이 춤을 추었던 첫 무대, 후원을 받아 떠났던 류학생활, 처음 안무를 만들어 올렸던 데뷔 무대… 자신의 60년 춤군 인생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 표정에는 행복한 미소가 흐른다.
60여년을 오로지 한 우물만을 파온 리승숙은 우리 민족무용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춤과 동고동락한 전통예술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무용의 특징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자연스럽다는 것, 둘째는 진정한 우리의 것을 이어가려고 했다는 것, 셋째는 우리의 ‘흥’을 무용에 종송시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기존의 표현 기교를 답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람을 춤추게 하는 것은 마음가짐과 정신이지 기교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표현 그 자체에도 창의를 주장했다.
그래서일가? 춤 인생 60여년을 맞는 그녀에게, 전통무용의 원형을 전수하고 열정적인 창작 활동을 펼쳐온 안무가이자 연출가로서의 진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무대들이 참 많다.
리승숙은 그동안 160여부의 무용작품을 창작했다. 그중 대형민족무용서사시 <장백의 정>, 무용 <장고춤>, <수양버들> 등 26개 작품이 국내외 수상경력이 있다. 특히 그가 각색하고 안무와 연출을 맡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장백의 정>은 다수의 국가급 최고문예상을 수상했다. 제8회 ‘문화대상’과 ‘문화각색연출상’, 1999년 9월 중공중앙 선전부의 ‘5가지 하나 프로젝트상’, 2001년 9월 제2회 전국소수민족무용시합 종목 1등상을 수상했다. 제2, 3 회 전국소수민족문예회보공연에서 총연출을 맡아 창작금상, 표현금상, 무용금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그가 창작한 무용 <비상>, <연변의 봄>은 북경올림픽에 참가해 우수개인상을 수상했다. 공화국 창건 60돐 헌례작품 <부흥의 길>에서는 무용부 부주임을 맡았고 그가 창작한 중점헌례무용종목 <아름다운 시절>과 <빛나는 지역>은 북경에서 중앙 지도자들과 수도 관중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퇴직후에는 ‘리승숙무용예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무용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실험적인 안무가인 리승숙은 70대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도전적인 예술세계를 여전히 꾸려가고 있다.
리승숙에게 ‘춤과 예술’은 어떤 의미인가고 물었다.
“춤은 인생이다. 사람인지라 매 순간 좋은 감정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도 다가오고 세상에 부딪힐 때도 많다. 춤에는 이런 나의 모든 감정과 삶이 녹아 들어 있다. 과거에는 어려움에 꺾일 때마다 회의감이 든적도 잠간 있었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과 순간 속에 ‘춤’이 들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참으로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후날 리승숙이라는 안무가를 떠올렸을 때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는 춤군’이라고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일생을 건 만큼 할말도 많다.
리승숙 안무가는 “우리 지역에 제대로 된 전통무용을 이어가려는 후배들이 드물다. 전통예술이 점차 사라져간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춤을 추는 사람들,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도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단순히 돈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대중들로 하여금 전통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서 활성화시키는 길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학에서 조차도 전통무용이 점차 립지를 잃어가고 있는 위기에 처해 있으니 속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점차 우리의 전통무용이 힘들어지는 데는 전통무용 전공자에 대한 일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중소학교 수업과정 가운데 특별활동에서만 관련 수업이 진행되니 전공자들의 일자리도 여의치 않은 현실, 전통무용을 어렵게 전공한 이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제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리승숙 안무가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 진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여지기 전 그녀가 곧 자신의 새로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게 된다고 전해준다. 보아하니 그의 다음 무대까지의 공백기는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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