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봇나무’를 닮은 음악인생…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16일 08시50분    조회:824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최창규

평생영예칭호 수상자 최창규

연변에서는 어디를 가나 봇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춥고 황량한 벌판일 수록 더욱 꿋꿋하게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봇나무는 아름다운 자태와 굳센 의지가 회자되면서 세인들의 칭송을 받아왔다.
 

지난 1월 29일에 만난 최창규옹(84세), 그가 창작한 우리 민족의 우수한 관현악곡작품 <봇나무>처럼 그의 음악인생 역시 세파 속에서 흔들림없이 자라온 ‘봇나무’와도 같았다.

 

음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최창규옹은 혹시 이 생에 음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어떤 삶을 살았을가라는 생각을 가져본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마 나는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을 이으며 그는 음악과 함께 울고 웃던 지난 60여 년을 회억했다.
 

1935년에 태여난 그는 중화인민공화국의 파란만장한 력사를 직접 보아온 산증인이다. 지난 세기 40년대 말, 꿈 많은 소년이던 그는 자신의 음악적 천부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지지에 힘입어 바이올린과 손풍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예술이 선물하는 미지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재능을 키우며 그는 문득 제대로 된 음악을 하려면 기초적인 지식과 리론부터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로운 꽤 얻기 어려운 일본어로 된 음악리론집 《악전》을 구해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끝내는 조선평양음악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 조선전쟁은 최창규옹의 배움의 길을 막았다. 하여 그는 아쉬운대로 꿈을 접고 당시 할빈에서 로씨야인들이 운영하는 학교인 할빈쏘련고등음악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그 곳에서 1년 남짓 공부했으나 결국 아들의 뒤바라지를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가 안쓰러워 공부를 접고 고향에 돌아왔다.
 

1952년, 최창규옹은 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던 김재창 선생의 추천으로 연변문공단(현 연변가무단) 바이올린 연주원으로 취직하게 되나 어린 나이 탓에 정규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이어 화룡중학교의 음악선생님으로 취직, 하지만 그 곳에서도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던 18살의 앳된 선생님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국 반년 후 학교에서 나와 당시 장춘으로 이주했던 조선영화촬영소 본부에 악대 대원으로 가입, 나중에는 중국 탄광 문공단(심양)에서 3년 동안 악대 대원으로 있었다. 그렇게 5년 동안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최창규옹은 끝내 자신의 가장 원하던 바를 알게 됐다.
 

“민족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 것이야말로 내가 해야 할 일 같았다.”
 

이처럼 민족음악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간절해지자 1957년, 그는 끝내 다시 연변문공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995년까지 장장 40년, 그는 더이상 한눈을 팔지 않고 오로지 민족음악예술사업을 위해 자신의 젊은 날을 바쳤다.

 

<봇나무> 그리고 그의 음악들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가곡의 창작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법한 관현악 창작에 매달린데는 최창규옹만의 리유가 따로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는 노래보다는 악기에 더 관심이 많았으며 여러가지 악기가 혼연일체로 되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종종 그의 넋을 빼앗아갈 때가 많았다.
 

그는 훌륭한 음악은 선률도 아름다워야 하거니와 ‘음악의 두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화성, 다성부, 곡식, 배기법 등은 작품을 완성하는데 그 어느 것도 빠질 수 없다. 그는 특히 화성기법의 사용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 것을 어떻게 달리 쓰느냐에 따라서 음악의 전체 색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창작리념이 가장 잘 돋보이는 작품은 바로 관현악곡 <봇나무>이다. 1991년에 창작한 이 작품은 최창규옹이 자신의 모든 음악지식과 리론을 총동원 해서 창작한 작품으로 화성기법이 유난히 돋보이는데 전통적인 화성 외에도 중중음 화성과 같은 것들을 도입했으며 악기의 배합에 있어서도 교묘하다. 따라서 <봇나무>는 리론과 예술성이 잘 매치된, 우리 민족 관혁작품 가운데서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족녀성의 깨끗하고 단아한 이미지와 고난 앞에서 굴할 줄 모르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굳센 의지를 형상화한 <봇나무>는 애초에는 무용곡으로 시작됐지만 반복적인 수개를 거쳐 지금의 관혁악작품으로 탄생했다.
 

최창규옹은 편곡에도 조예가 깊다. 매 한개 곡을 편곡할 때면 그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기를 즐겼으며 1992년 리승숙 안무의 무용곡 <처녀지>를 편곡할 때에는 당시 연변에서 처음으로 12음수법을 도입해 업계의 긍정을 받았다.
 

‘옛 것의 장점을 취해 오늘에 유용하게 하고 외국의 장점을 취해 중국에 도움되게 쓰다.’ 모택동이 연안문예좌담회에서 했던 이 발언은 이후 최창규옹의 창작방향을 가리켜주었다.
 

그는 “요즘에 와서 우리의 음악이 많은 발전을 가져왔지만 여전히 ‘옛 것’과 ‘외국의 것’을 ‘우리 것’과 교묘하게 매치시키는데 아쉬움이 보여진다”고 말하면서 “특히나 예술에서 민족적인 것들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민족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작품 속에 절적하게 녹여내야 조선족 특색의 음악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음악창작에 있어 리론적인 깊이가 약한 부족점도 보여진다”며 후배들이 기악작품 창작에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바랐다.
 

“요즘 들어 우리 민족의 기악작품 발전은 미미하다. 관현악작품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교향악은 거의 없는 상태다. 악대의 편제도 완벽하지 못하지만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리론적인 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깊이있는 관혁악작품들을 창작해내 고향인민들의 문화수양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처럼 돈으로 예술의 가치를 흥정하는 현실에도 진정으로 고독을 이겨내며 명리의 유혹에 젖어들지 않고 마음을 다해 꾸준히 음악을 연구하는 그런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다.”
 

최창규옹이 후배들에게 남기는 당부의 말이다.

 

연변일보 글·사진 박진화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44
  • 북의 왕 진경수와의 인터뷰 진경수가 맨 처음 살았던 동네는 사면이 산에 빙 둘려 있었다. 실제로 초기의 이주민들은 꽁꽁 쌓인 보루와 같다는 의미로 동네를 위자구라고 불렀다고 한다. 위자구는 연변의 국경도시 도문에서 서쪽으로 꽤나 떨어진 시골이다. 에울 위가 동음의 갈대 위로 바뀌어 쓰인 것은 후날의 이야기이다...
  • 2021-04-14
  •        한동안 우리의 안방을 뜨겁게 달구었던 '트롯 전국체전'이 드디어 끝났다. 다재다능 실력파 엔터테이너 김윤길 가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감성으로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이번에는 '불후의 명곡'500회에 출연해 또 한 번 만능 싱어송라이터의 실...
  • 2021-04-13
  •  구성지고 신명나는 우리 민족의 소리 - 판소리에 현대음악을 접목시켜 틱톡이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통하여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가 있다. 바로 현재 연변가무단에서 판소리 전승자, 민요가수로 활약중인 최              구성지고 신명나는 우리 민족의 소리 - ...
  • 2021-03-08
  • 국제미술전시행사의 총괄 기획인 허문길 화백   ▲사진설명: 허문길 화백    2월 22일 주칭다오 한국총영사관 김경한 총영사는 조선족 출신 허문길 화백을 면담하면서 중한 양국간의 문화교류행사에 대해 진지한 자문을 구했다.      그렇다면 허문길 화백은 누구인가.    허문길...
  • 2021-02-26
  •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땅거미가 어둑어둑 깔리는 1월 12일 초저녁, 전화기 건너편으로 또랑또랑하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코로나19로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충분히 최련화 가수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최련화 가수는 각종 무대와 경연프로그램을 휩쓸고 있는 요즘 말로 한창 주가를 올...
  • 2021-02-19
  • 《길림성식물지》(총3권)출판을 위해 90대 고령에도 수년간이나 연길시 조양천진 삼성촌 5대에 거주하면서 일에 여념없는 원 연변농학원 교수 96세의 김수철옹, 오늘도 그는 사진기를 들고 박람회 관람을 다닌다.   작품을 롄즈에 담는 김수철옹   지난해 12월 29일, 화가인 마동석의 작품이 며칠전인 26일부터 ...
  • 2021-01-14
  •             허옥련 씨(조선족)는 독주, 실내악, 교향악 등 분야에서 두루 성과를 이룬 첼리스트이다. 현재 중국교향악단 수석 첼리스트, 아시아교향악단 객석 첼리스트, 중앙음악학원 객원교수를 맏고 있다. 30여년의 음악생애에서 세계 여러 걸출한 예술가 례를 들면 Zubin Mehta, C...
  • 2021-01-05
  • 최연화 가수     조선족 최연화 가수가 20일 방송된 한국 KBS1 '전국노래자랑' 연말 특집 '전국 가수 노래자랑'에서 호소력 높은 가창력으로 930점의 높은 점수로 결선에 진출하여 27일 방송되는 결선 무대에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다.   '전국 가수노래자랑'은 무대를 잃어버린 가수들...
  • 2020-12-22
  • 요즘 틱톡을 통해 노래를 부르는 한 조선족 가수를 봤다. 의연히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는 1988의 주제곡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며 행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물론 1분도 안되는 사이 내 마음도 이미 그녀의 가창력에 매료되여 있음을 발견했다.           ...
  • 2020-11-26
  •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라빈이 연주한 , 그만의 섬세한 테크닉이 틱틱거리는 레코드판 특유의 잡음을 뚫고 나온다. 음악이 담은 울적함에 빠져 허우적대다 돌아오는 기차시간을 놓칠 번했다. 간편한 음악감상 방식에 길들여진 귀가 호강하는 순간이였다. “어떠세요? 파일로 듣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죠? 레코드판...
  • 2020-11-25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