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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마라톤에는 역경이 없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22일 14시43분    조회:1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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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김기옥

해바라기장사가 꿈이였던 한 농촌소녀의 성장이야기

새로 나온 건강식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김기옥 리사장.

“왜서인지 어릴 때부터 해바라기장사나 얼음과자장사를 하고 싶었죠.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항상 반장이 되고 싶었는데 위생위원이나 학습위원밖에 못했어요.” 어린 시절 얼마나 생활이 어려웠으면 저런 생각을 하였을가 싶을 정도로 그녀는 장사에 무서운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장난처럼 무심하게 던진 말 몇마디 때문에 현행반혁명분자로 몰려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한 아버지, 화룡시 두도진 공소사 도매부 주임의 귀동녀였던 그는 하루아침에 반혁명분자의 딸로 되여 또래 친구들의 차거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돌이키기조차 지겨운 가난과 병마와 싸우면서 그녀는 고집이 세고 승벽심이 강한 소녀로 성장했다.

맹장염에 영양실조로 골수염을 6년간 앓으면서 3년을 휴학하였지만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하여 소학교에서 두번, 초중에서 한번 도합 세번을 월반하여 끝내 동갑내기들과 함께 고중을 다녔지만 기초가 박약해 대학시험은 두번이나 락방되였다는 그녀는 끈질기게도 3년 만인 1988년에 연변대학 한어학부 본과에 입학하였고 4년간의 대학생활을 무난히 마친 후에는 연길시 전자제품판매공사에 배치받아 도시출근족이 되였다.

‘열심히 일하여 남들보다 먼저 부문경리가 되고 또 사무실 주임이 되고 총경리가 되리라.’

그러나 오기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꿈은 2년도 가지 못했다. 개혁개방의 물결에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그녀는 여기저기 막벌이를 해야 하는 떠돌이신세가 된 것이다. 한달에 15원씩 하는 세집에서 살던 그녀는 대학생이고 뭐고 체면을 가릴 사이가 없었다. 서시장 옷매대에서 옷을 팔아주기도 하고 두만강호텔 커피숍에서 커피도 팔면서 어릴 때 꾸었던 ‘해바라기장사’의 꿈을 서서히 되찾아가기 시작하였다.

1995년 가을, 우연하게 흑룡강성 오상 태생의 총각이 그녀의 생활에 뛰여들었다. 1986년에 연변대학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석산린이 연변에 설립한 급수설비공장에서 기술원으로 일하던 문효빈씨였다. 수더분하지만 솔직하고 여러가지 재간이 있는 문효빈씨 역시 외지에서 연길에 온 독신이였다. 때늦게 만난 사랑은 이듬해에 결혼식장으로 이어졌지만 문효빈씨가 출근하던 급수설비공장이 파산되면서 젊은 부부의 앞길은 캄캄해졌다.

고객들에게 복분자즙을 추천하고 있는 김기옥 리사장.

‘뭔가는 꼭 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을 할 것인가?’ 길가에 널린 해바라기장사나 얼음과자 장사는 풋돈 벌이지만 힘들고 한집 건너 문을 연 개탕집이나 초두부집은 손님이 없어 쩔쩔 매는 사장님들 때문에 마음이 섬뜩했다.

그무렵 연변에 한국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였지만 한국에 친척이 없고 손에 쥔 것 없는 그들로서는 7만원이란 거금 때문에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문뜩 두만강호텔을 찾은 한국손님들이 개엿이나 뱀탕과 같은 순 자연적인 건강음식을 많이 찾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게 앞으로의 추세가 아닐가? 한국에서 보신탕이 류행되면 이튿날 연길의 개탕집이 보신탕집으로 이름이 바뀌던 세월이라 건강음식을 찾는 사람들도 차츰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음식을 만들어볼가? 그 때 그들의 창업자금은 남편이 동창들한테서 얻어온 5만원이 전부였다. 그 때만 해도 그만한 돈이면 그럴사한 음식가게를 차릴 수 있었지만 그녀는 한발자국 더 내다보고 건강원을 만들기로 작심하였다.

마침 옆집에 통일다방이 있었는데 그렇게도 손님이 많아 장사가 잘되는지라 ‘통일건강원’이라는 간판을 붙이고 영업을 시작했다. 가게창문엔 ‘개엿, 뱀탕, 오소리탕, 한약 달이기…’ 등 업무범위를 다닥다닥 붙였다. 연길시림업국 생태보호과의 허가를 어렵게 받은 그들은 고객들의 주문이 들어오면 시장에 달려가서 원재료를 구입하여 끓여주었다. 그 때가 바로 1996년이였다.

그 때로부터 20여년간 연길에서 ‘뱀탕’ 하면 ‘투도의 김기옥’이라는 이름이 붙어다닐 정도로 그녀는 유명해졌고 장사도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하루에 오소리국을 여섯번 끓인 적도 있었어요. 복무원도 쓰기 시작하였지요.” 그녀의 말대로 사실 그 때는 무슨 스푸요, 엑기스요 하는 외래어가 없던 시절이였고 몸에 좋다는 음식은 모두 건강음식으로 대접받던 시절이였다.

어린 딸애를 유치원에 보내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돌아쳤다. 건강원에 만족하지 않고 화랑, 식당, 핸드폰가게까지 겸해 하다보니 일손이 딸리여 눈코 뜰 새 없는데 남편은 주식투자에 혼이 빠졌다. “그 때가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남편이 주식투자에서 손을 떼고 공장일을 열심히 해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답니다.”

“2005년부터인가 동물을 리용한 건강음식도 인기도가 한물 가기 시작했지요.” 가게 규모를 확장하려고 생각한 그녀는 건강음식에 관한 책을 읽으며 앞으로의 추세를 가늠해보았다. ‘동물을 리용한 건강음식은 보신용 혹은 약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라 대량으로 포획하지 못하고 또 재배하는 동물체에는 인체가 수요하는 미량원소가 결핍한 등 흠집이 있다. 동물체의 미량원소는 결국 식물이 땅에서 흡수한 미량원소를 루적한 것으로 3차적인 미량원소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방향을 동물로부터 식물로 돌리기 시작하였다. 동물체를 끓인 탕이 아닌 식물즙으로의 탈태환골식의 변화는 그 때로부터 시작되였다.

사과배를 가공하고 있는 직원들.

마침 그 무렵 한국에서 식물즙을 리용한 건강상품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연변에 많이 나는 홍삼, 양파, 도라지, 사과배, 복분자 등을 원료로 건강즙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반신반의하였다. “뱀탕을 끓이던 사람이 웬 복분자즙인가?” 하는 눈치였다. 단골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고 친척, 친구들에게도 보내주었다. 식품생산허가증과 영업증이 없다 보니 포장도 할 수 없고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던 때였다. 그런데 며칠 후부터 가게에 와서 건강즙을 찾는 사람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였다. 방부제와 색소와 같은 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은 순수한 깊은 맛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하늘의 별따기라는 식품생산허가증을 따리라는 생각은 그 때부터 생겼다. 소매를 걷어올리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인 그녀는 2010년부터 5년간의 끈질긴 노력으로 끝내 식품생산허가증과 영업허가증을 따냈고 연변수아(树丫)식품유한회사를 설립하게 되였다. 연길시 소영진 리화촌에 1200여평방메터 되는 가공공장을 앉혔고 2016년부터는 대량생산을 시작하였다.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사이가 없다.

“상품명을 달 때 고민했습니다. 어쩐지 스푸나 엑기스와 같은 이름은 싫었구요. 연변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말들이고 또 비슷한 이름의 상품명은 꼭두각시 같았고 탕(汤)도 싫었습니다. 한족맛이 나고 또 동물맛이 나거든요. 그래서 입에 오르는 우리말인 즙을 쓰기로 했습니다.” 현재 그녀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홍삼즙, 오디즙, 적양파즙, 헛개나무열매즙, 도라지배즙, 흑마늘즙, 복분자즙, 블루베리즙, 비이타종합과채쥬스 등 9가지이다.

“연변수아식품에서 요구하는 과일은 항상 제일 크고 싱싱하고 비싼 것입니다.” 연길시 흥안에 자리잡은 만원도매시장 지유과일가게 사장 량민은 이렇게 말하면서 지난 20여년간 자기 가게를 찾아준 그녀ㅡ김기옥(1967) 리사장을 향해 엄지를 내든다.

과일가게를 찾은 김기옥 리사장.

“세상물정이 밝은 요즘 손님들은 어떤 원재료를 사용했는지 한번 마셔보면 인차 알아냅니다. 그래서 마진(판매 가격에서 매출 원가를 제한 차액)이 적게 떨어지더라도 좋은 원재료, 좋은 제품, 착한 가격을 고집합니다. 원재료가 항상 깨끗하고 정직해야 깊은 맛의 건강즙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기에 우리 회사는 ‘한사람이 천번 사가는 것을 바랄지언정 만사람이 한번 사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현재 이들이 만든 건강상품은 전국으로 배달되고 있다.

“설명절이나 ‘3.8절’, ‘8.15로인절’과 같은 기간에 많이 팔리지요. 선물로.” 그런데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효과가 좋다고 전화로 련계하다나니 가게에 진렬하여 파는 것보다 택배로 보내주는 제품이 더 많아졌다.

“요즘은 위챗세상이 아닙니까? 위챗을 통해 매일마다 전국 각지로 나갑니다. 광주, 심수, 남경, 합비, 포두, 북경, 장춘, 할빈…이것이 오늘 보낼 택배단입니다.” 그녀는 백여장 되는 택배주문단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 상품은 원재료가 없어서 생산하지 못합니다. 오디나 복분자는 당초 보수적인 생각으로 3톤씩 구매했는데 이미 바닥이 났습니다. 사과배나 도라지는 지금도 시장에 가면 구입할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은 아예 구매불능이지요.” 남방의 오디나 복분자는 연변의 것보다 당도나 생신도가 많이 떨어지기에 아예 구입하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해석이다.

“현재 매일 각종 즙을 2천개(70세트)씩 생산하는데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생산을 책임진 총경리인 남편 문효빈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2017)에는 설명절에 많이 팔리고 그냥 스물스물 나갔지요. 그래서 원재료를 구입할 때 3톤씩만 구입했어요. 그런데 ‘3.8절’이 지난 지금에도 그냥 주문이 들어오는 거예요. 이것 참…”

이들 부부는 올해에는 직원도 늘이고 자동생산흐름선을 더 앉히고 원재료도 더 많이 구입하여 고객들의 수요에 만족을 주겠다는 타산을 해본다.

“연변의 건강식품을 통해 연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또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 이것이 바로 저의 새로운 꿈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는 김기옥 리사장의 얼굴에는 진심이 넘쳐흐른다.

길림신문 김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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