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평생 지적 호기심으로 우물 파”…마지막까지 펜 꽉 쥔 문화창조자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2월28일 09시08분    조회:221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시대의 석학’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碩學)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사진)이 26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8세.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1956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같은 해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 비평문을 발표해 문단에 파문을 일으켰다. 33세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1972년 출판사 ‘문학사상사’를 설립해 월간 ‘문학사상’을 창간하고 ‘이상문학상’을 제정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맡아 냉전 종식을 호소하는 명문 ‘벽을 넘어서’를 만들었고, 굴렁쇠 소년을 기획해 평화의 가치를 세계에 고요하고도 강렬하게 알렸다. 1990년 노태우 정부에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내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을 설립했다.

 
‘축소 지향의 일본인’ 등 저서 300여 권을 낸 고인은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통섭의 대가였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만큼은 앞서 가야 한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명을 합친 ‘디지로그’ 개념을 제시하는 등 시대를 꿰뚫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지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집필을 이어간 고인은 지식을 행동으로 실천한 진정한 거인이었다.

[이어령 1934∼2022]웃으며 떠난 ‘시대의 석학’
22세에 쓴 문단 비판 기고로 파란…‘문학사상’ 창간 ‘이상문학상’ 제정
서울올림픽-한일월드컵 등 기획자…새 변화 탐구하며 미래학자 역할도
항암치료 거부…친병생활하며 집필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평창로 자택 서재에서 동아일보와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어령 전 장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6일 낮 12시 20분경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영면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끝까지 진통제를 먹지 않았다. 죽음이 다가온 순간에도 초롱초롱한 눈빛을 잃지 않았다. 그가 항상 강조하던 ‘메멘토 모리’(“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를 최후의 순간까지 실천하며 죽음 앞에서 의연했던 것.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돌아가시기 30분 전까지 가족을 향해 활짝 웃으시고 손을 흔들었다”며 “호기심에 가득 차서 죽음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끝까지 관찰하시는 듯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22일 동아일보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집필) 시간이 없어 절박하다. 어쩌면 내일 해를 보지 못한다”며 집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친병(親病)’ 생활을 한 이유도 글쓰기 때문이었다. 300여 종의 책을 낸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출간 계약한 책만 40권. ‘한국인 이야기’ 두 번째 책은 이르면 다음 달, ‘이어령 대화록’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는 4월에 각각 출간될 예정이다. 윤재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은 “별세 전날인 25일 오전까지 다음 주 일정을 확인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열 정도로 생생한 아이디어가 넘쳤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얼굴의 여드름도 채 가시지 않은 스물두 살 때였던 1956년. 한국일보에 기고한 ‘우상의 파괴’로 문단에 파문을 일으켰다. 당대 거장들을 ‘우상’으로 몰아붙이며 소수 원로 문인들에 좌지우지됐던 한국 문단의 권위주의와 위선을 아프게 꼬집었다.

고인은 1972년 월간 ‘문학사상’을 창간하고 주간을 맡아 한국의 대표 문학잡지로 키워냈다. 서울대 국문과 재학 시절 ‘이상론’을 발표하며 평론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그는 1977년 문학사상에서 ‘이상문학상’을 제정했다. 고인과 문학사상을 함께 창간한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고인은 당시 ‘천재 비평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며 “문학 강연을 다닐 때면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로 한국 문학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1969년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였던 이어령 전 장관(왼쪽 사진). 한국 일본 등의 문화연구에 전념하던 1980년대 모습. 영인문학관 제공
고인은 문화 연구에도 탁월한 안목을 지녔다. 1년에 걸친 일본에서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어로 집필해 1982년 펴낸 일본 문화비평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일본인보다 일본인과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파악했다”는 현지의 찬사를 받으며 한일 양국에서 ‘이어령 신드롬’을 일으켰다. 동서양 문화와 한중일 3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관심은 기호학회 창립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개소로 이어졌다.

수많은 직함과 호칭 중 고인이 가장 좋아했던 건 ‘문화 창조자’였다. 고인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식전행사 기획자, 1990년 초대 문화부 장관, 2002년 한일 월드컵 총괄기획자 등 굵직한 직책을 맡았다. 방대한 활동을 펼친 데 대해 그는 “난 평생 지적 호기심으로 우물을 판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러 대의 컴퓨터와 모니터를 두고 글을 쓸 정도로 늘 새로운 정보와 변화에 목말라 했던 고인.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엄청난 독서량과 예민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그는 시대를 관통하는 새 개념들을 제시한 미래학자이기도 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문명의 융합인 ‘디지로그’를 주창하며 이를 한국인이 주도해 나갈 첨단정보사회의 핵심으로 꼽았다. 말년엔 생명이 자본이 된다는 ‘생명자본주의 운동’에 큰 애착을 보이며 생명 가치를 중시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가 있다. 장녀 이민아 목사는 2012년 위암으로 별세했다.

동아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땅거미가 어둑어둑 깔리는 1월 12일 초저녁, 전화기 건너편으로 또랑또랑하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코로나19로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충분히 최련화 가수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최련화 가수는 각종 무대와 경연프로그램을 휩쓸고 있는 요즘 말로 한창 주가를 올...
  • 2021-02-19
  •   —연변오덕된장술유한회사 리동춘 대표리사의 야망 문인숙 연변오덕된장술유한회사 리동춘 대표리사 “무식한 놈이 두려움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나를 두고 한 말 같다. 나는 전통된장에 미쳐서 인생 후반전을 된장사업에 바쳤다. 그 사이 좌우명도 ‘된장 먹고 된사람 되자’로 바꾸었...
  • 2021-02-09
  • 무한도전이 남기는 그라프 -쉼없는 언론인 림장춘선생의 거침없는 질주   안려홍   림장춘선생을 다루는 글을 쓰려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앞서 텔레비죤에서 자주 나오는 〈무한도전(无限挑战)〉이라는 프로그람이 느닷없이 떠올랐다. 림장춘선생의 언론인생애가 이 명사와 신통히도 맞물린다는 판단에서였다. 견...
  • 2021-02-04
  •   1966년생 김영애 교사는 교학 31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교사다. 1985년 안산시조선족학교를 졸업한 그는 료녕사범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당연하다는 듯이 모교에 돌아와 교편을 잡기 시작했다.     “내 동생같이, 내 자식같이 대하자”라는 마인드로 늘 자신을 관리해온 김영애 교...
  • 2021-02-04
  • 청도신라호성실업회사 최성 사장 공무원에서 콰징기업인으로 변신한 최성 사장이 아리랑그룹의 창시자인 아난씨와 함께 생방송프로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최성씨는 연길텔레비죤방송국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 4월 청도시경제기술개발구 대외경제무역국에서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전근해왔다...
  • 2021-01-29
  • 준마상 책임편집상 수상한 림은화 편집을 만나 “문학작품 편집, 어딘가 딱딱하고 따분할 것만 같으시다구요? 사실 해보면 얼마나 보람찬 작업이라구요.” 문학의 ‘따분’한 이미지는 젊은이들사이에서 문학이 점점 멀어져가는 분야로 떠밀려나게 되면서부터 생겨난게 아닌가 싶다. 그 ‘따분&r...
  • 2021-01-27
  • ○대형 심리학 과학경기 리얼리티쇼 프로에 ‘천재’들 운집 ○경기 시간 40분, 황혜령 1분 30초에 완성, 장내를 경악케 ○황혜령, 온라인 쇼핑몰에 ‘광고모델’로 ‘등장’ 1월 8일 밤, ‘천재’들만 출연한다는 〈최강대뇌〉 제8시즌 제1기 경기에서 황혜령이고 부르는 처...
  • 2021-01-15
  • 《길림성식물지》(총3권)출판을 위해 90대 고령에도 수년간이나 연길시 조양천진 삼성촌 5대에 거주하면서 일에 여념없는 원 연변농학원 교수 96세의 김수철옹, 오늘도 그는 사진기를 들고 박람회 관람을 다닌다.   작품을 롄즈에 담는 김수철옹   지난해 12월 29일, 화가인 마동석의 작품이 며칠전인 26일부터 ...
  • 2021-01-14
‹처음  이전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