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나의 삶과 음악은 바이올린과 함께 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7월21일 19시44분    조회:334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작은 체구에 늘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는 그녀지만 바이올린을 잡는 순간 카리스마가 넘친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청중의 마음을 휘여잡으며 바이올린 선률에 젖어들게 한다. 바이올린만 손에 잡으면 그런 폭발적인 에너지가 어디서 뿜어져 나올가? 5살에 처음 바이올린을 잡기 시작했으니 사실상 칠십 평생을 음악가로서의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이제 바이올린과 그녀는 한몸이 아닐가 싶기도 하다.

19일, 바이올리니스트 최정희의 자택에서 만난 그녀는 활기가 넘쳤다. 늦게까지 바이올린 수업을 하느라 잠도 못잤다면서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연변가무단 바이올린 연주자로 정년퇴임을 한 최정희는 어린 시절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 최호운 선생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바이올린을 접하게 됐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할빈에 있는 쏘련의 한 음악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료녕성가극원에 있다가 연변가무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정희는 “당시 들었던 아버지가 켜는 바이올린 음악의 선률에 나도 이런 곡들을 연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음악인의 길로 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공연에 가서 본 바이올린 연주자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면서 “이후 바이올린 독주곡과 협주곡을 따로 찾아 들을 정도로 바이올린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최호운 선생은 4남매 중 맏이였던 그녀에게 특별했다. 자신의 바이올린 기교를 남김없이 그녀에게 전수했다. 돈이 없어 배를 굶었던 시절, 값 비싸고 귀했던 바이올린을 얻을 길 없었던 최호운 선생은 재료를 얻어 직접 바이올린을 제작해서라도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배워줄 만큼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어린 그녀 또한 욕심이 많았다. 졸려서 눈이 감길 때까지 연습하군 했단다. 아버지가 남겨준 진도를 따라잡으려는 욕심에서였다.

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아서였을가? 한 방송음악회에서 베토벤 작곡인 <메누에또>를 제법 연주했던 6살의 최정희는 단번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신동 바이올린 연주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2년 주은래 총리가 연변을 찾았던 그해, 겨우 10살이였던 꼬마 최정희는 주은래 총리를 비롯한 수많은 관중들이 모인 무대에서 당당하게 바이올린 독주를 이어갔다. 당시에는 귀하디 귀했던 악기였던 바이올린을 곧잘 연주하는 꼬마 최정희의 모습은 곧 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져갔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나에게 딱 맞는 것 같았다. 음색도 매력적이고 내 체구나 성격에도 맞았다. 그리고 곡을 배워 나가고 한 곡을 완성했을 때 그 희열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다. 때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재미가 있어서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이후 1970년에 그녀는 화룡현 문공단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있다가 10년 뒤 연변가무단으로 둥지를 옮겨 한국, 조선, 로씨야로 공연을 다녔고 국내 크고작은 공연무대에서도 연주자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올해 고희를 맞은 최정희는 퇴직후에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면서 음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음악이라는 분야는 평생 연주하고 가르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나이로만 퇴임이지 음악가로서의 활동은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어릴 때 훌륭한 선생님들이 70, 80 대가 되여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을 많이 봤는 데 나도 그런 모습을 늘 잃지 않으면서 더욱 열심히 일할 계획이다.”

그녀의 바이올린 인생은 이제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셈이였다.

이어 그는 “바이올린은 기초교육이 무척 중요하다. 바이올린 활을 편안하게 써야 하고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상상력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악보를 봤을 때 작곡자의 생각과 음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리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이러한 나만의 공부법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중에 조심스레 그녀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했다. 물론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고희,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의 연주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사랑과 슬픔, 고뇌와 환희, 열정과 적막 같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그녀의 바이올린 현을 타고 흘러나왔다. 인자하고 포근한 그녀의 친숙함과 힘있는 연주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어우러져 한결 분위기는 편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반짝였고 음악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롱담처럼 말하면서도 “늘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연주한다.”고 말했다.

“쉬워진다는 생각 전혀 안들고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이던 그는“우리 지역에도 관객과 공감하는 클래식 음악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아직 여건상 부족으로 클래식이 설 수 있는 무대는 너무 제한적이다. 더구나 대중적인 음악쪽에 집중돼 클래식 분야는 상대적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 매체들에서 다루어지는 비중도 낮다.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이 모아져서 관현악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더 바랄 것 없다.”라며 결코 가볍지 않은 바람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그런 그에게 “삶에서 바이올린이 필요한 리유”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음악은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라며 그녀는 위대한 지성인이 남긴 현답으로 대신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였다.

‘내게 음악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음악 속에서 꿈을 꾸고, 음악을 통해 내 인생을 바라본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연변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양국 전통극 합동 공연으로 문화교류 추진하겠다" 중국 국가 1급 조선족 배우 광리 추이[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해외에서 전통극 공연을 하면 객석의 중국 이민자들이 고향에 온 듯하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전통극은 문화의 뿌리죠.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가진 양국의 전통극이 한 무대에...
  • 2019-03-27
  •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장호 회장과의 인터뷰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아리랑’으로 마음의 화합을 이루는 우리 민족, 그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심(地心) 속 따뜻함과도 같은 존재, 페부로...
  • 2019-03-22
  • 제1자동차공장과 조선족건설자들(2) 맨발로 공장을 건설하던 그 때를 잊을 수 없어 ㅡ제1자동차공장의 원로 김동철 “아버지는 요즘도 자꾸 기차표를 끊어 고향에 가보자고 합니다.” 장춘 제1자동차공장 원로 김동철의 둘째딸 김영옥은 이렇게 말한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려고 자식들은 2017년 10월에 차...
  • 2019-03-21
  •       (흑룡강신문=하얼빈) 류설화 연변특파원=북경청화대학을 졸업하고 홍콩대학 장학생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 현재 홍콩의 한 외국계금융기업에서 활약하는 큰딸 정남, 전국 중점중학교인 북경시제13중학교에 10만원의 장학금을 면제받은 둘째딸 정혜, 그리고 중국전역에 매년 5~6명밖에 안되는 하버드...
  • 2018-12-11
  •  [백성이야기85] 백년부락의 주인 김경남 민속문화 전승에 혼신을 다하다 관광성수기가 지난 10월말, 두만강변에 자리잡은 도문시 월청진 백룡촌 백년부락은 쥐죽은듯 고요하다. 몇년전에 소문을 듣고 와보았던 그 집, 검은 기와가 부드럽게 곡선을 그으면서 그 아래 백의민족 상징답게 흰 벽을 장식한 백년고택, 전형...
  • 2018-12-07
  • 선양동우건축보강공정유한회사 강학원 사장       (흑룡강신문=하얼빈)남석 기자=거쿨진 체격에 시원시원한 성격의 사나이, 보기에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강인한 스타일임이 확연했다. 산더미 같은 빚더미를 허물고 동산재기를 이루어낸 선양동우건축보강공정유한회사(沈阳桐宇建筑加固工程有限公司) 강학...
  • 2018-11-27
  • 조선족 성공시대 작지만 큰 사람—광동위성TV 조선족 앵커 최문혜   광동위성TV에 조선족 미녀 앵커가 있다. 그녀는 뛰여난 미모와 재능뿐만이 아닌 방송인으로서의 끈기와 열정, 프로패셔널한 모습으로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8년 전 비바람이 사납게 덮치던 그 태풍현장에서 작은 체구를 간신히 버...
  • 2018-11-26
  •   기획 (2) 길림은행 윤규섭 부행장 인터뷰  하나은행 외국계 은행 선봉장… 장길도 핵심지에 깊은 뿌리 2008년 길림성 최초이자 유일한 외자은행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장춘분행]을 장춘에 설립한 한국 하나은행이 연변에 분행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길도의 요지(장춘)와 최전방(...
  • 2018-11-16
  • 미국 중간선거에서 뉴저지주 연방하원의원 제3선거구에 출마한 ‘한인 2세’ 앤디 김(민주)의 당선이 최종 확정됐다.    ABC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14일 앤디 김 후보가 최종 득표율 49.9%로 공화당의 톰 맥아더 후보(48.8%)를 1.1%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보도했다.     한...
  • 2018-11-15
  •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회장  “지난 20여년간 한국인이 중국동포에 갖는 시선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합니다.”   ▲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회장     김숙자(63) 재한동포총연합회 회장은 11일 서울신문과 만나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
  • 2018-11-14
‹처음  이전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