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월링턴 인근의 경찰대학(Royal New Zealand Police College)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정혜인씨가 경찰에 지원할 것을 권유한 친구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가 기사 거리가 되나요? 전 그냥 지극히 평범한 한 명의 경찰일 뿐인데…”
뉴질랜드 교민 역사상 최초로 여자 경찰이 탄생했다.
지난해 3월 이민형(Min Lee.27. 일요신문 168호 보도)씨가 한인 최초로 경찰에 입문한 뒤 3명이 잇따라 경찰 제복을 입었지만, 여자 경찰은 교민 역사상 처음 있는 일.
화제의 주인공은 정혜인(25.사진)씨.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동생과 둘이서 영어 연수 차 뉴질랜드로 왔어요. 아빠 고향이 부산이거든요. 그래서 사투리가 조금 남아있나 봐요. 하지만 영어로 말할 때는 사투리 안 써요”
정 씨는 7월 웰링턴 지방경찰청(Welinton Cetral Police Station)에 정식으로 발령을 받고, 111 긴급 출동 등 일선 현장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빅토리아 대학 2학년 때 우연히 친구와 함께 경찰 세미나를 들었던 게 인연이었던 같아요. 하루는 그 친구 엄마가 아시안 언어를 잘하는 여경 뽑는다는 라디오 광고를 들었다며 한번 지원해보라고 하더라구요. 헌데 정작 제 친구는 지원하지 않았어요.”
2005년 빅토리아대 일어과를 졸업한 정 씨는 인터뷰를 거쳐 영어 및 수학능력 검증시험인 경찰지원시험(PAT)과 체력 테스트를 치렀다. 이어 범인 추적능력을 테스트하는 체력시험인 Police Competence Test(PCT)까지 마쳤다.
마지막 관문은 선배 경찰들과의 40시간 현장 실습. Scope라 불리는 실기 시험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정 씨는 무난히 경찰대학(Royal New Zealan Police College)에 입학했다.
“5주 밖에 안돼서 힘든 일은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경찰대 19주 동안 훨씬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책 한 권 분량의 ‘36가지 범죄 정의’를 한 글자도 틀리고 않고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러야 했거든요.”
근무 시간 외에는 영화를 즐겨본단다. 정 씨는 킥복싱과 에어로빅을 접목시킨 ‘태보’로 체력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다른 문화 때문에 한인들이 겪는 불이익이 많아요. 예를 들면, 교통 사고가 났을 때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데도 한국 사람들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잖아요. 여기선 절대 안 통해요. 미안하다고 하는 순간 본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법정에서도 불리하게 돼요. 그러니까 먼저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의 잘못을 먼저 지적해야 합니다.”
영어가 서툴러 설명하기 힘들 땐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통역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정 씨의 설명.
“의사 소통이 힘든 아시아인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경찰은 ‘오픈 마인드’를 갖고 사람과 사물을 대해야 할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어요 도중하차 하지 말고 능숙한 경찰이 되고 싶어요. 경찰이 되고 싶은 교민들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 꼭 꿈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2006/08/11 "NZ선데이타임즈" 이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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