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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즈민, 중국 누비며 사업가로 ‘인생 2막’
조글로미디어(ZOGLO) 2005년12월10일 19시39분    조회:9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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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말총머리 휘날리며 날카롭게 상대를 쏘아보던 자오즈민. 2.5g짜리 탁구공 하나의 마술로 세계를 제패하며 중국 마녀군단의 선봉에 섰던 그는 1989년 한국 남자탁구 국가대표 안재형(41)과 결혼해 큰 화제를 뿌렸다. 한국과 중국이 적대국이었던 시절, 이 둘은 탁구를 통한 ‘이념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으로 모두를 감동시켰고, ‘한-중 핑퐁커플 1호’가 됐다.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여자단식 금메달, 87년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 금메달, 88년 서울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 화려한 선수생활 마감 뒤 17년 남짓 세월이 흐른 요즘, 43살의 중년이 된 자오즈민은 중국에서 첨단산업 사업가로 변신해 성공시대를 누리고 있다. 주위에서는 사업가로서도 세계챔피언급 실력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결혼 뒤 주로 한국에서 생활해온 자오즈민은 최근 몇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에서 보내며 대륙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의 직함은 취안톈퉁(全天通) 유한공사 대표이사. 한국의 모바일 콘텐츠업체 ‘옴니텔’이 투자해 2002년 8월 중국에 세운 휴대폰 부가서비스업체다. 현재 컬러링·모바일채팅 등 7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진출 3년째인 이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3500만위안(45억여원). 지난해(1400만위안)의 두배를 훨씬 넘는다. 베이징 본사 외에 현재 25개 지사를 둘 정도로 사세가 확장됐다. 직원도 지난해 40명에서 90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 한국인 중역인 이주엽(40) 옴니텔 부사장은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순익이 25%는 된다”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모바일 부가서비스업체가 20개 정도인데, 그 중 우리 순익규모가 가장 크다”고 자랑했다. 중국진출을 결정한 옴니텔은 중국 현지경영을 맡을 최고경영자(CEO)를 찾다가 자오즈민을 만났다. 회사 관계자들은 처음엔 “운동선수 출신인 여자가…”, “관시(인간관계) 쪽은 도움이 되겠지만 전문분야인 통신은 문외한인데…”라며 반신반의했지만 상황은 반대였다. 이주엽 부사장은 “(자오즈민은) 총명하고 집중력과 추진력이 남다르며, 흐트러짐 없이 자기관리도 철저하다”며 “지난해말 중국의 한 정보통신잡지에서 정보기술(IT) 분야 10대 여성에 뽑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업하는 재미에 푹 빠진 자오즈민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병훈(15)이와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주말이면 비행기 타고 한국에서 만나곤 하던 남편과 아들은 20일께 미국 플로리다로 가 장기간 머무를 예정이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본격적으로 골프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동안 탁구 방송해설가 등으로 활동해오던 남편 안재형씨는 “아들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가르쳤는데 한국에서는 공부와 운동을 겸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며 “내가 어릴 때 운동만 하느라 학창시절이 없어 아쉬웠는데 아들은 안 그랬으면 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들이 정착하는 것을 보고 돌아와야 하는데 반년이 걸릴지 1년이 넘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오즈민은 “나도 20일 함께 떠나 2주 가량 같이 머물다 먼저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그 뒤로도 어떻게든 짬을 내 자주 미국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탁구에 이어 사업가로서도 대성공을 거둔 자오즈민. 그의 다음 목표는 세계를 주름잡는 골퍼로 아들을 키우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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