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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첫합영회사 세운 천용수회장2
조글로미디어(ZOGLO) 2005년11월22일 08시31분    조회: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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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북한에 최초 합영회사 세운 천용수 코스트 그룹 회장 ]

“프락치 몰리고, 400만달러 날렸어도 13년 대북사업은 무형의 흑자”

북한 ‘삼흥코스트 그룹’의 노동자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천용수 회장.

그에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1992년, 북한에서 만난 일본의 유력 일간지 기자와 대북사업에 관해 인터뷰했다가 곤욕을 치른 것. 그는 서울에 들를 때마다 그 기사에 관해 해명해야 했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공연히 기 싸움하자고 그를 자극했다가 판을 깰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일요일 오전의 달콤한 휴식을 빼앗긴 화풀이로 천 회장에게 공격적인 잽을 날리듯 껄끄러운 질문부터 던졌다.

-주변을 탐문해봤더니 일밖에는 하실 줄 아는 게 없다면서요?

“사업하는 사람에게 그걸 흠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렇지만 조금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내가 이래봬도 대학 시절엔 문학클럽 회장을 2년이나 맡았습니다. 물론 선배들이 내가 글을 못 쓴다고 포기하라면서 봉사나 열심히 하라고 시켜준 회장이지만… 허허.”

천 회장은 미술을 전공하던 아내를 그 문학클럽에서 만났다. 고교시절에 시를 써서 입상한 경력을 믿고 문학클럽의 문을 두드렸는데, 처음엔 시를 고쳐주면서 다그치던 선배들이 그를 이내 포기해버렸단다. 천 회장은 ‘일만 할 줄 안다’는 평가가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이런 얘기도 덧붙였다.

“나는 노래도 아주 잘합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부르면 호주 친구들이 가수 출신이냐고 물어봅니다. 그건 그렇고, 무일푼으로 남의 나라에 온 사람이 그나마 일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사실 일만 하면서 한평생을 보내는 건 이민 1세대의 공동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청부살인 타깃이 되다

-1980년대 초에는 시드니에도 한국인이 거의 없었으니 퍼스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런데도 그곳에 정착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부모님과 형제들이 먼저 그곳에 정착해 있었습니다. 나는 학사장교(ROTC)로 군복무를 마치고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세일즈맨으로 근무하면서 잘나가는 바람에 이민이 늦어졌지요.”

부인 공영희씨가 말을 가로막았다. “난 그때부터 저이가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구두를 사면 두 달 만에 밑창에 구멍이 났다고 한다. 신입사원 천용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업실적 덕분에 특진을 거듭했고, 입사 6개월 만에 일본으로 포상여행을 가기도 했다.

나중엔 입사동기들에게 미안해서 판매실적을 조정해야 하는 고민에 빠질 정도였다. 거래처에서 받아온 약품 주문서를 판매실적이 합산되는 월말을 피해 제출한 것. 그것도 여의치 않자 담당부장이 주5일 근무를 제안했다. “혹 TV 카메라에 찍힐지 모르니 야구장에만 가지 말고 하루를 쉬라”는 부장의 배려로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세일즈의 귀재’가 된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특별한 비결은 없었습니다. 정교한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약속을 확실하게 지켰을 따름입니다. 남들은 내 장점으로 강한 설득력을 꼽는데, 그건 신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무엇보다 세일즈 자체를 즐겼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판매처의 신용을 얻기 위해 새로 나온 약품의 임상실험 대상이 되기를 자청했는데, 한번은 신약을 복용하고 나서 부작용이 나타나 큰일을 당할 뻔했다. 그런 저돌성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는지 모른다.

“좋게 말해서 일을 즐기는 거지요. 그런데 알고 보면 제가 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기타를 연주하고 스킨스쿠버다이빙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노래 부르기를 워낙 좋아해서 호주에서는 최초로 레이저 가라오케 기기를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호주로 이민 오니 어떻던가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1년 동안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지내던 어느 날 한국에서 근무하던 회사의 부장을 시드니에서 만났습니다. 그분이 회사로 복귀하라고 권유했는데 한순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입니까.

“1988년 10월에 ‘아시안 십 서플라이(Asian Ship Supply)’란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서부호주의 여러 항구로 입항하는 화물선에 음식물을 공급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업이 입찰경쟁 방식이라서 내 체질에 딱 맞았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익힌 세일즈 기법을 활용하니 백전 백승이었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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