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김철(2)- 누런 휴지에 쓴 시
조글로미디어(ZOGLO) 2005년10월19일 09시58분    조회:1136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누런 휴지에 쓴시(詩)-'동틀무렵'

중국동포 시인(詩人)-김철(金哲).

[원제:중국작가협회중앙위원 김철 그는 누구인가] (2)누런 휴지에 쓴 시 그를 지난 7월 중순, 서울의 어느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짙은 눈썹, 잘 정돈된 외모. '정중도(靜中動)'의 사내였다. '동토(凍土)에서 살아 남은자'의 고뇌가 비쳤다.

"문화혁명은 '자본주의 성향의 세력 타도'였죠. 성장(省長)으로부터 농촌 말단의 생산대장(이장)까지 모조리 끌려가 '사상 검증'을 받았습니다. '장(長)의 수난시대'였죠. 저도, 체포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죄과가 없으니까, 저의 시를 샅샅이 뒤졌던 겁니다."

유년기, 할머니 등에 업혀 "태향을 따달라 했다'는 표현과 강철 생산을 사실적으로 묘사한'태양을 녹여서 강철이 흘러내린"는, 시의 구절이 문제가 됐다.'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다.

"저는, 시 구절로 인해, 반동분자가 돼버린 거죠. 저의 집안도 '반동 가정'이 됐고요. 아내가 근무하던, 우편국 검사과의 벽에는, '잡귀신의 아내 방채봉을 축출하자'는 대자보가 걸렸고요. 해마다 모법으로 칭송 받던 아내가, 졸지에 반동분자 의 아내로 전락한 겁니다."

그의 큰아들 '훈'도 '반동의 자식'으로 몰렸다. '훈'도 소년선봉대 대대장이었다. 현실은 과거를 무참히 난도질했다. 이 언저리. 그를 따르던 젊은 문학도가 그의 집을 찾았다. 반동분자를 찾아 온 것만도 대단한 용기였다.

"집에 있는 책을 없애십시오."

자식처럼 아꼈던 책들은 태웠다. '최서해 선집',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등이 한줌의 재가 돼버렸다.

그 며칠 후 홍위병들이 그의 집에 몰려왔다.

"책장이 왜 이리 비었어?"

"돈이 없어 책을 못 샀소."

"뭐, 거짓말 마. 네가 원고료도 제일 많이 받고 부자라던데."

열 몇 살짜리, 홍위병들이 그에게 거침없이 반말을 해댔다.

"이 건 뭐야?"

어느 홍위병이 솔로호프의 '고요한 돈갈'을 꺼내 들고 묻는다. "거기 써 있지 않소?"

"'고요한 돈강'이라. 그렇지, 고요하다는게 뭐야. 혁명을 하는 데 조용할 수가 있나? 이건 틀림없이 수정주의야."

"수정주의가 아니라.."

"잔말 마. 수정주의라면 주정주의지. 고요하거나 아름다운 것, 꽃이나 향기 나는것은 모두 수정주의야."

그들이 난장질을 끝내고 돌아 간 뒤, 그는 나머지 책도 몽땅 꺼내 리어카에 실어다 페지 수집상에게 넘겨 버렸다. 그는 뒤에 잠깐 문화대혁명의 피해자로 취급됐다. 그러나 한 달이 채 못돼 그는 다시 '조선 특무''외국 내통''국제간첩'이란 죄명으로 특별심사를 받는다. 수갑을 찬 채 지프에 실려 공안국으로 갔다. 감방에 던져졌다. 철창밖엔 까마귀 한 마리가 울며 지나갔다. 날마다 반동죄악 사실을 써내가 했다. 쓸 게 없었다. 감방에선 똥통에 대소변을 보게 했다. 다음날 그 걸 들고 나가 공동변소에 버리게 했다.

손바닥만한 누런 휴지가 주어졌다. 그는 그걸 절반으로 찢어 거기다 깨알같은 글씨를 박아 썼다. 그 종이 쪽지는 옷섶이나 이불 귀퉁이에 숨겼다. 그러던 어느 날. 감방 검사 때 그것이 발각돼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았다. '누런 종이 반쪽에 깨알같이 박은'게 첫 장편 서사시 '동틀무렵'이다. 연변일대에서 투쟁하던 반일 투사의 얘기다. 1978년에야 출간됐다. 너무 억울하고 괴로워 볓 번인가 자살하려 했다. 이불보를 찢어 밧줄을 만들어 유리항에 목을 매려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마음을 돌려 먹었다.

"자살하면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는 데 생각이 미쳤죠. 변절자로 취급돼 한평생 누명을 벗을 수도 없고요. 살아 남기로 작심했던 겁니다."

(계속) OKTIMES 2005년 9월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문화현장, 오늘은 대외경제무역대학의 교수이며 중국 조선족문단의 이름난 수필가이신 서영빈선생님을 모시고 중, 한 양국 수필문학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그 인터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적습니다. [img count='1' width=350' img] 기: 안녕하세요? 서: 안녕하세요, 저는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
  • 2005-08-29
  • 사회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오랫동안 번역사업에 종사해왔고 최근에 중한 실용번역사전을 펴낸 중국 민족번역국의 전홍열 교수를 모셨습니다. 녜, 반갑습니다. 전홍열: 반갑습니다. 사회자: 지금까지 번역사업에 종사해온 년한이 어떻게 됩니까? 전홍열: 지금까지 30년정도로 번여사업에 종사해왔습니다. 사회자:...
  • 2005-08-29
  • 중국 100대 명교수의 한사람-채미화 교수 인터뷰 정리 내용- 중국 100대 명교수의 한사람으로 불리우는 연변대학 조문학부 채미화 학부장, 교사생활에 종사한지도 어언 22년이다. 채미화 학부장을 만나 그녀가 그동안 걸어온 길들에 대해 알아본다. 기자(이하 기로 약칭):22년간 교사사업에 몸담아 오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
  • 2005-08-29
  • 료녕성 심양시 소가툰구 신흥촌은 현재 1200여호(그중 호적을 갖고있는 호수가 820호이고 동북3성 각지에서 모여온 류동호수가 450여호)에 총인구 4000여명이 모여살고있는 조선족마을입니다. 지금 조선족사회는 일대 변혁의 소용돌이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많은 조선족학교들이 페교되고...
  • 2005-08-28
‹처음  이전 358 359 360 361 362 36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