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몇년동안은 조선말 문학잡지들마다에서 늘 그녀, 최순희의 글만 찾아읽었다. 그만큼 그녀의 수필은 수많은 작가의 작품속에서 유독 필자의 "사랑"을 독차지할만큼 언제나 녀자들의 일상을 잔잔한 유머로 엮어내군 하였다. 그리고 그속에는 늘 자질구레한 일상에서 겪는 녀자들의 고민과 시끄러움, 아픔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는 생활철학같은 답이 들어있어 필자는 한동한 그녀의 수필에 푹 빠져있었다.
그 몇년동안 여러 문학잡지들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던 최순희가 요즘 첫 수필집 《사랑차 한잔을 둘이서》를 펴내 이 겨울을 맞는 그녀의 팬들에게는 더없이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선물이 되였다. 언제나 머리 한오리 흐트러짐이 없이 세련되고 깔끔하고 잔잔한 목소리인, 그녀의 이미지처럼 그녀의 수필집 또한 주옥같은 글들로 아담하고 깔끔하게 빛난다.
"불평의 뿌리를 잘라내고" "자존심은 속을 빼낸후" "짜증은 껍질을 벗기"는것으로 사랑차 재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차 끓이는 방법으로 "주전자에 실망과 미움을 한컵씩 붓고" "깨끗한 감사의 잔에 부어 따뜻하게 나누어 마신다"고 작자는 이 수필집의 표제인《사랑차 한잔을 둘이서》에서 적고있다. 이처럼 그녀의 수필은 도처에 잔잔한 웃음과 유머가 넘실댈뿐만 아니라 현대 녀지성인의 뛰여난 위트와 지적세련이 넘치는 가벼운 역설과 아이러니가 깃들어있다. "애정전선소야곡", "사랑새 파랑새", "차향기에 취했더나이다", "렬차따라 레루따라"등 글에서처럼 그녀의 수필은 거대한 주제도 없고 거창한 이야기도 없으며 화려한 미사려구도 없이 그냥 우리 녀자들이 일상에서 부딛히는 남편이야기, 아이이야기, 친정부모와 시부모의 이야기들로 아기자기하고 나의 일, 나의 이야기같이 진실하고 솔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순희의 수필을 읽노라면 재미있고 통속적인 사랑철학이나 가정철학과 같아 읽고난후이면 뭔가 방향이 보이는듯 하고 생활의 조그마한 지혜를 배운것 같아 흐뭇하다.
문여기인(文如其人)"이라고 필자가 알고있는 최순희 역시 항상 자세를 낮추면서 허심하고 솔찍한, 늘 향긋한 차 한잔을 같이 나누면서 살면서 부딛히게 되는 힘든 일과 번민을 토로하고싶고 위로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싶은 그런 지적인 녀지식인이다. 현재 북경언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를 가르치는 부교수이고 문학박사이지만 직업적으로 대학교교수라는것 외에는 체험이나 생활반경의 폭이 좁은것은 여느 녀성들과 마찬가지, 그녀가 잘아는 일이라고는 밥 짓고 빨래하고 살림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슬기롭게 넘기는 그녀의 지혜와 재능, 그런 일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철학적인 사색이 똑같은 일상임에도 상이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것은 최순희만의 지혜와 매력이 아닐가싶다. 그녀의 인생철학 한마디 들어본다.
"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매화, 무슨 말 못할 사연을 간직했길래 홀로 이 겨울철을 고집하는것일가. 어쩌면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외면당한거나 아닌지 무척 외로와보였다. 꽃은 흔히 녀인에 비유되지만 우리들의 사랑이나 삶과도 너무 닮은것 같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도,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 설중매라는 말도 있듯이 만일 그 매화가 눈속에서 피지 않았더라면 아마 외롭고 쓸쓸해보이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강정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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