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7000km성화봉송 그 자체가 드라마"
중국동포 김련남 씨 중국80개 도시 돌며 동고동락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중국땅을 처음 밟은 것은 5월 4일. 하이난 성 싼야에 도착한 성화를 보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아, 정말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구나.”
그런 그가 8일 개회식에서 다시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중국 80여 개 도시를 돌며 석 달 넘게 성화와 동고동락했지만 정작 개회식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인 13만7000km 성화 봉송의 마침표를 못 찍는 것도 아쉽다.
“텔레비전을 보며 성화대에 불이 붙는 것을 봐야지요. 그 생각만 하면 또 눈물이 나올 것 같네요.”
중국 동포인 김련남(37) 씨. 그래도 그는 행운아다. 중국인들이 100년 동안 꾸었던 꿈이라는 올림픽, 그중에서도 꽃으로 불리는 성화 봉송을 곁에서 쭉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는 성화 봉송의 스폰서를 맡은 삼성전자의 중국 법인 과장이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숱한 고난을 겪었다. 그리스 채화 현장에서부터 기습 시위가 발생하더니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위대에 의해 성화가 꺼지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중국인들의 시위로 시청 앞이 아수라장이 됐다. 티베트 사태, 중국 내 인권문제 등이 겹치면서 각종 시위와 폭력이 난무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 땅을 밟은 성화를 맞은 것은 지진이었다. “21층 사무실 건물에 있던 책상이 뒤집어질 정도였어요. 경황이 하나도 없었지요.”
5월 12일 쓰촨 성 대지진 이후 사흘 만에 성화 봉송은 재개됐지만 구간이 줄었다. 주자 수는 정해져 있었지만 거리가 줄다 보니 한 사람이 열 걸음 정도밖에 달리지 못하는 경우도 나왔다.
그는 “구간이 수시로 바뀌니 주자와 응원단을 준비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죠. 길에서 10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어요.”
성화 주자는 잠깐 나와 봉송을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실무자는 다르다. 저녁에 해당 도시에 도착해 이튿날 오전 성화 봉송을 진행하고 오후에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생활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해야 한다.
그는 “매일 다른 도시를 찾아가 다른 곳에서 자다 보니 나중에 어느 도시, 어느 호텔에서 묵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웃었다. 그래도 광저우에서 40만 명의 인파가 거리를 꽉 메워 환영했을 때 느낀 감동은 잊을 수 없단다.
깨알 같은 환영 인파와 셀 수 없는 자원봉사자들. 중국인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를 물었다. “중국인들은 올림픽 개최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껴요. 쓰촨 성 대지진을 계기로 나눔의 정신도 새로 생겼지요. 올림픽이 끝난 뒤 중국은 달라질 겁니다.”
동아일보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