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태안의 억척 아줌마' 중국동포출신 권금란씨
조글로미디어(ZOGLO) 2008년10월29일 09시31분    조회:912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권씨는 나이가 많은 남편의 그늘 아래 사는 보통의 외국인 이주 여성과 달리 ‘연하남’을 배필로 두었다. 재중동포 출신으로 중국 옌볜대학을 나온 그녀는 1994년 산둥(山東)성 웨이하이웨이에 진출한 한국 액세서리 회사에서 통역으로 일하다 총경리(부사장)로 있던 남편 홍영상(36)씨를 만났다.

 

 


고교 졸업 후 기술자로 중국에 건너온 홍씨는 연하지만 100㎏이 넘는 거구에 유머가 풍부한 이상형의 남자였다.

딸을 타국에 시집 보내지 않으려는 친정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그녀는 2년간의 끈질긴 설득 끝에 홍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잘사는 한국’에 대한 동경보다는 남편과의 사랑으로 맺어진 결실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회사가 갑자기 기울면서 신혼의 단꿈은 1년도 안 돼 깨졌다.

중국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손에 달랑 150만원을 들고 황해를 건너온 권씨는 남편의 고향인 충남 태안으로 내려와 또 다른 삶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시부모와 한우도 키우고, 남편은 잠수기 어업으로 전복을 캐 돈을 모으면서 생활은 순탄한 듯했다. 은지(11)·은서(7) 두 딸을 낳아 단란한 가정도 꾸렸다.

그러나 더 큰 고난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큰돈을 벌어보겠다며 인천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6년간 떨어져 살아야 했어요. 그런데 10여명의 직원을 두고 번창하던 사업이 갑자기 도산해 졸지에 가세가 기울어 버린 거지요.”

남편이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태안으로 내려온 것은 2007년. 그동안 권씨는 갯벌 조개잡이나 어민들의 낚싯줄 정리 등의 허드렛일로 시부모와 두 아이의 생계를 도맡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을 원망하며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도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버릴 수 없어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 권금란씨가 충남 서산팔봉중학교에서 중국어 원어민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다시 부부가 뭉쳤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가난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남편의 주업이었던 잠수기 어업도 지난해 12월 이곳에 밀어닥친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여파로 일손을 놓아 생계가 막막하게 됐다.

“남편이 일당이라도 벌기 위해 방제작업을 하다 더럽혀진 기름옷을 빨 때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도 안 되겠다 싶어 통역에서 식당일까지 닥치는 대로 했어요.”

지난 11일 정부 주선으로 결혼 13년 만에 합동결혼식을 올린 권씨 부부는 이제 남편과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싶다”는 그녀는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잘사는 한국사회에 무임승차하러 왔다는 소리를 듣는 게 가장 싫다”고 말했다.

농삿일에 여섯 가족의 뒷바라지에도 힘이 부친 권씨는 요즘 무려 네 가지 일에 도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름유출사고 당시 해양경찰청과 사고 유조선 사이의 통역을 맡기도 했던 그녀는 매주 목요일 집 부근의 서산 팔봉중학교에서 중국어 원어민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적부터 부모에게서 배운 한국어 실력이 탁월하다 보니 최근에는 외국인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방문서비스 지도사 교육과정’을 이수,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말이면 인근 해안가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녀는 요즘 한 가지 더 욕심을 부리고 있다.

농촌의 수많은 노인 가정을 돌볼 수 있는 간병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차례 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교육에 그녀는 한 번의 결석도 하지 않는 등 한국여성보다 더한 억척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시부모를 모시다 필요성을 알게 됐는데, 막상 교육을 받다 보니 시부모님 봉양이 소홀해진 것 같아 걱정”이라는 권씨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니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주변의 외국인 이주여성에 대한 상담활동도 벌이고 있는 권씨는 “어떤 환경에서도 부부간에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두가 잘살아보자고 온 건데 가끔 이주여성 가정에서 폭력이나 도주 등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짝맞추기식 결혼보다는 부부 사이에 사랑이 싹틀 수 있도록 묘안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권씨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대한민국에서 사는 한 포기하지 않으면 늘 희망은 있다는 점을 동료 이주여성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세계일보/ 태안=임정재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혜성처럼 나타난 중국조선족 영화인중국조선족 영화감독 장률 만나본다장률 프로필: 영화감독. 1962년 생중국 길림성 연변대학 중문학부 졸업주요 영화작품: 11세 (2000), 당시 (2004), 망종 (2005), 이리 (2007), 중경 (2008) 등 주요 수상: 부산국제영화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페사로영화제 베소울국제영화제 시네마누...
  • 2009-12-17
  • —연변대학부속병원 간담외과 주임 리철호"저의 치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은 모습을 보면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또한 의사라는 직업을 계속할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 연변대학부속병원 간담과 리철호주임의 말이다.연변대학부속병원에서 보통외과사업에 종사한 25년간 리철호교...
  • 2009-12-17
  • 주류문단 진입을 위해서는 온라인을 활용해야 기업인작가 정용호씨와의 대담정용호작가에게는 세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기업인작가라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문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조선족작가라는것, 또 하나는 온라인창작을 통해 등단한 작가라는것이다. 기자가 알기에 그는 온라인에서의 중문작품 창작을 통해 ...
  • 2009-12-16
  • 홍콩아태지역간병회의에 참석. 하얼빈시전염병병원 제7병구 주임 김정자 (흑룡강신문=하얼빈) 김태산 기자 =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이라 하면 먼저 공포심리부터 갖는데 기실 전염병은 결코 무서운것이 아닙니다." 할빈시전염병병원 제7병구 주임 김정자(46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2003년 각종 급성, 만성...
  • 2009-12-15
  • 새시기 연변축구의 견증인 연변축구팀 김광주감독을 만나다김광주 프로필: 1968년 4월 길림성 화룡시  동성진 흥성촌 출생1979년 화룡시 동성향 흥성소학교 3학년, 축구 시작1980년 화룡시 건설소학교 축구팀 전학1983년 연변체육학교 입학1986년 연변체육공작대팀 길림성팀 합류1988년―1992년 길림성팀 (을급팀...
  • 2009-12-15
  • 아리랑식당 리동화사장서장 라싸의 아리랑식당 리동화사장의 이야기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운둔의 땅, 서장 라싸에 우리 민족이 꾸리는 아리랑식당이 있다. 유일한 조선족음식점이다. 고향이 매하구인 리동화사장이 운영하고있는 이 조선족음식점은 각종 불고기구이, 등심구이, 삼겹살구이 등 고기구이는 물론 찌개, 볶음...
  • 2009-12-14
  • 저 세상에 가더라도 붉은 넥타이만은 매고 가겠다 영원한 백발소년 오원호: 저 세상에 가더라도 붉은 넥타이만은 매고 가겠다내 나이 올해로 85세, 머리도 하얗게 세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아직도 친절하게 《백발소년》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 부름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한것은 이 부름속에서 붉은 넥타이사업...
  • 2009-12-12
  • 18세 이하 대표팀 주장 김경도, 그는 누구인가?연변축구팀의 미드필더 김경도가 이번 제주행에서 한국매체들에 자신의 향후 목표에 대해서 “외국에서 다른 경험을 많이 하고싶다. 박지성을 제일 좋아한다. 의지가 강하고 아프면서도 포기 안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다부진 꿈을 가진 주인공을...
  • 2009-12-11
  • 탁구 남녀로소 모두즐길수 있는 “건강료리”—연변 주 탁구협회 주석 방상흥내가 경험한바에 의하면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도 탁구대, 탁구공, 라켓(球拍)만 있으면 남녀로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모두 즐길수 있는 “건강료리”이다. 탁구는 칠 때도 그다지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탁구장에...
  • 2009-12-11
  • 마음속엔 언제나 고향 민족이 녀장부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고향 민족이 있었다ㅡ대련만기국제무역유한회사 대표 김미화씨  대련 앞바다를 근거지로 전 세계 해양을 누비며 한해 매출액 6억여원을 창출하는 녀장부, 대련만기국제무역유한회사 대표 김미화(42)씨, 그는 요즘 기업과 문화의 접목을 스스로 이루고저 ...
  • 2009-12-1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