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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반세기 항일역사연구..김양 前교수
조글로미디어(ZOGLO) 2009년8월15일 23시25분    조회: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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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식.민족혼 심어야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한국史강의.한국어학교설립.항일서적집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독립투사의 피와 땀이 어린 희생을 발굴해 후손들에게 민족의식을 가르치고 민족혼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스러져간 투사들의 활동을 재조명하고 조선족들을 위해 한국어와 항일역사를 중국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가르쳐온 한인 1.5세 여류 역사학자가 있다.

요녕대학 역사학부 교수를 지낸 김 양(金 揚.75) 선양 세종한국어학교 고문이 그 주인공이다.

김 전 교수는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7살때인 1940년 가족과 함께 만주로 건너가 요녕대학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한국어학교를 세워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일생을 바친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담히 털어놨다.

그는 국가보훈처의 국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2일 방한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은 아니지만 항일역사 연구에 대한 업무지원 공로를 인정받아 보훈처가 특별 케이스로 초청한 것.

김 전 교수는 일제시대인 1934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품팔이로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는 1937년 중국 길림으로 건너갔고 3년 뒤 가족들도 뒤를 따랐다.

돈이 없어 학교도 늦게 들어갔던 그는 유난히 공부를 잘해 중국 의과대학을 지망했지만 낙방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인생을 결정지을 순간이 될 줄은 몰랐다.

그는 할 수 없이 선양사범학교(현 요녕대)에 진학해 중국사와 세계사를 전공했다. 졸업을 앞둔 1958년 그는 학교의 권유로 옌볜대에서 한국사를 연수하게 된다.

1960년 26세의 나이에 정식교수로 임용돼 15년간 한국 고대사와 고려사 위주 강의를 했던 그는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1975년 학교를 뛰쳐나가 요녕민족출판사에 취직했다.

여기서 그는 `중국조선족의 혁명 투쟁사'와 같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항일투사의 책을 발간했다. 여기저기 원고를 내미는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당시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에 따라 항일관련 한글서적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들 민족주의 분자라는 오명을 쓸까봐 그런 책들을 펴내기를 꺼려했지만 그 자체가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출판활동을 멈추지 않았죠."

그러던 그는 조선족 2~3세들이 한국어를 못하고 한국을 잊혀진 조국으로 생각하는 듯한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1991년 출판사를 뛰쳐나온 그는 의병 우병렬 선생의 증손자인 우승희 선생의 형 우철희 당시 요녕성 민족사무위원회 처장과 함께 세종 한국어학교를 세웠다.

우 처장이 교장을, 자신은 부교장을 맡았고 6명의 은퇴한 교사들과 함께 한국어 강의에 나섰다.

돈이 없어 선양 조선6중학교에 부탁해 빈교실 6개를 무상으로 빌려썼고 학비도 받지 않았다. 말이 학교지 중학교에 공짜로 세들어 사는 처지였다.

"정말 어렵게 운영했지만 아기를 업고 오는 엄마들, 아이 손에 끌려오는 부모들, 정말 내색없이 열심히 가르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하지만 그가 항일 역사 연구를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민족혼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도 해야 하지만 과거 우리 선조의 독립운동 역사를 제대로 발굴하고 알리는 것도 소홀히 할수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는 자신이 직접 항일역사 자료를 수집해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 전 교수는 "항일역사 자료가 발굴되면 기념비를 세우고 책을 펴내 홍보를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신조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1994년엔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독립운동가 윤희순 선생의 자료를 수집했고 윤 선생이 사망한 지역인 요녕성 해성시 묘관둔에 비석을 세웠다. 2002년엔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불굴의 항일투사 윤희순'이라는 책도 냈다.

또 `항일투쟁 반세기' `압록강 유역의 조선민족과 반일투쟁'이란 책도 썼다.

작년엔 의병장 이진룡 선생의 기념원을 요녕성 관전현 청산구에 세웠고 이 선생에 대한 출판작업도 한창이다.

김 전 교수는 "예전엔 중국 거주 소수민족이 항일역사 연구와 한글교육을 하는 것은 민감한 일이었지만 정치문제가 아니라 생각했기에 지금껏 할 수 있었다"며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항일역사를 공부한 학자로 한국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을 다니면서 항일 자료를 수집하고 그들을 포상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한다"고 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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