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조선족 문화 알리기 한평생 “이번 中정협서 박물관 건립 제안”
유일한 조선족 정협상무위원 이승숙 씨
“조선족박물관 건립을 제안합니다.”
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제11기 3차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입구에서 만난 이승숙 위원(67·여·사진)은 또렷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320명 안팎의 정협 상무위원 가운데 유일한 조선족이다. 올해로 13년째 정협 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1급 안무가이자 옌볜(延邊)조선족 자치주 무용가협회 주석이기도 하다.
이날 그는 붉은색 저고리와 청색 치마 한복을 곱게 차려입어 내외신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 위원은 평생 중국에 조선족 문화를 알리는 데 노력해 왔다. 세계 최대이자 중국의 대표 공연무대인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최근 열린 무용수 등 약 3200명이 출연하는 대형 공연 ‘부흥의 길(復興之路)’에서도 한 부분을 맡아 조선족 고유의 춤을 선보였다. 공연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 등 고위 지도층이 관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위원은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6개 소수민족의 춤만이 공연에 포함됐다”며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 민족의 춤이 포함된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인구 220만 명의 조선족은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숫자로 13번째. 그동안 이 위원은 정협을 통해 조선족의 어려움을 해결해 왔다. 한 예로 북중 변경 지역 난시청 해소를 건의해 이 지역에 집중 거주하는 조선족들이 한국어로 진행되는 옌볜 TV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옌지(延吉)와 인천 간 정기 항공노선을 개통하고 비행기표 값을 내리는 데도 힘을 보탰다. 그는 “그동안 정협에서 제안한 것들은 대부분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과 장애인올림픽 때 안무를 맡는 등 중국의 대표적 예술가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1일 중국 건국 60주년일 때는 중국무용가협회로부터 ‘탁월한 공헌을 한 무용가’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번 정협에서는 동료 위원 50명의 연대서명을 받아 중국 조선족 역사와 중국 혁명에 대한 공헌,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조선족박물관 건립도 제안할 예정이다.
동아일보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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