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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보이스피싱은 조선족 아닌 한국인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0월8일 15시49분    조회:10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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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직 개인정보 수집·전달
- 친인척·친구 등 주변사람 파견
- 필리핀 조직은 대출사기 주도
- 추적 어려운 인터넷전화 이용
- 월 1회이상 번호바꿔 수사 피해

처음으로 실체가 드러난 필리핀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 피싱 조직원들은 조선족이나 중국인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모두 한국인이었다. 국제 공조 수사가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 역시 필리핀과 대구에 이원화된 조직을 운영해 해외조직을 검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조직은 필리핀 조직원의 성과급을 송금할 때 사용한 지인 계좌가 경찰 수사망에 걸리면서 일망타진됐다.

부산 영도경찰서가 7일 검거한 보이스 피싱 조직은 총책 도모(38) 씨가 국내에 있으면서도 실제 사기행각은 필리핀 조직이 주도했다. 국내 조직은 필리핀 조직이 사기행각을 벌일 대상인 대출희망자의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을 수집해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 정보를 넘겨받은 필리핀 조직은 대출희망자에게 연락을 취해 신용정보 조회 승인 문자 번호를 받았다. 이들은 금융거래 정보 등 상세한 개인정보를 확인한 뒤 맞춤형 대출을 제안하는 식으로 대출희망자를 꾀어냈다.

이 같은 운영은 경찰의 수사력이 미치기 어려운 필리핀에 조직의 중추를 두면 국내조직이 붙잡히더라도 얼마든지 재건할 수 있고,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수법으로 형량을 낮출 수도 있기 때문에 보이스 피싱 조직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특히 도 씨는 조카를 필리핀 조직 총책으로 앉혀놓고 조직원도 수년간 함께 일했던 직원이나 친구 등 믿을 만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필리핀 조직원은 월 임대료 300만 원 상당의 고급 펜션에 거주하며 대출사기 성사 건수에 따라 4개월 동안 1500만 원에서 3500만 원까지의 수익 등을 받았다. 반면 국내 조직원은 월급 150만 원에 채용된 아르바이트생이 주를 이뤘다.

필리핀 조직은 대출희망자에게 연락할 때 추적이 거의 불가능한 국제 인터넷 전화를 사용했다. 필리핀과 한국으로 인터넷 전화를 걸면 그 사이에 2, 3개국을 거치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발신지 추적이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가까스로 추적이 돼도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려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하다. 이 조직도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한 달에 1회 이상 번호를 교체했다"며 "사기전과 12범인 도 씨가 대부업을 하면서 관련 지식을 많이 쌓은 듯하다"고 밝혔다.

국내조직과 필리핀 조직의 정보 교환은 웹하드 등 공용서버를 사용해 경찰이 국내조직을 검거한 후에도 필리핀 조직은 존재 여부도 파악되지 않았다. 이렇게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던 필리핀 조직은 도 씨가 조직원에게 성과급을 송금할 때 사용한 지인의 계좌가 빌미가 돼 드러났다. 경찰은 국내조직 적발 후 계좌를 추적한 결과 대부분 한두 차례에 나눠 대량인출한 뒤 폐기했지만 이 지인의 계좌만큼은 유독 대량입금한 뒤 필리핀으로 여러 명에게 분산 송금된 점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이 지인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도 씨와 필리핀 조직의 실체를 알아냈다.

이후 경찰은 필리핀 조직원에게 귀국을 종용했고, 일감과 자금이 끊긴 필리핀 조직원은 신상정보까지 모두 드러나자 자진귀국하면서 이들의 사기행각은 끝났다. 성정규 영도경찰서 수사과장은 "최근 보이스 피싱 대처법이 널리 알려진 탓에 피해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말투가 어눌해 의심받는 조선족 대신 믿을 만한 한국 사람을 해외에 배치해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조직은 4개월 운영하면서 기법이 숙련돼 피해자가 점점 증가 추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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