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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재한조선족: "조선족이라" 처벌받는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1월4일 10시24분    조회:6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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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족이라 차별받는다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천대… 건설 현장선 대부분 월급 떼여
일당 받는 인력시장으로 와 구급차 실려가도 치료비 못 받아

● 조선족이라 자랑스럽다
일제에 저항, 한국 문화 보존… 교육 수준도 높고 청결한 민족
한국인들은 그 자부심을 몰라

● 갑오년의 소원은…
"그런 거는 별로 없어 그냥 떳떳하게 일 했으면"
가족 위해 오늘도 새벽 버스에


24일 새벽 4시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삼거리. 간판 네온사인마저 꺼져 어두운 거리를 흐릿한 커피 자판기 혼자 밝히고 있었다. "부아아앙" 적막을 깨고 버스 한 대가 자판기 앞 정류장에 섰다. 대림-석수역을 오가는 5618번 지선버스. 새벽 3시40분에 출발한 첫 차다. 남자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모두 짧게 깎은 머리에 두툼한 점퍼와 장갑으로 '중무장'했다. 구로 새벽 인력시장은 그렇게 열렸다.

남왕수(54) 씨가 커피 자판기로 향했다. 어디서 왔냐고 묻자 연변 억양으로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이라고 대답했다. 구로동 보증금 50만원 월세 28만원의 4평 쪽방에 사는 그는 조선족(중국 동포)이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 놓은 가방에는 안전화와 안전모 망치 따위의 공구가 들어 있다고 했다. 왜 한국에 오셨냐는 뻔한 질문에 그는 사람 좋게 웃었다. "돈 벌러 왔다. 돈. 한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거 아니냐. 하얼빈에서 30마지기(약 900평) 논농사를 지었다. 월 1,000위안(약 17만원)쯤 벌었다. 환율 차이가 줄어들긴 했지만, 월 150만원을 벌면 중국에서 회사 다니는 것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법무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체류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은 44만 7,877명. 통계청이 가장 최근(2010) 발표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조선족 남성의 56%가 단순 노무에 종사한다. 서울에서 가장 큰 인력시장인 남구로 인력시장의 주력도 조선족이다. 태영인력사무소 박용문(37) 대표는 "서울 경기지역 건설인력 60~70%가 조선족 노동자"라며 "그들이 없으면 건설현장이 안 돌아간다"고 단언했다.


하루 노동으로 버는 돈은 소개수수료 떼고 5만~9만원선. 이맘때는 일거리가 드물어 허탕치는 날이 더 많다. 왕태석기자

"돈 벌러 왔다"

새벽 4시20분 태영인력사무소 3층 철문 앞은 벌써 20여 명의 조선족 인부들로 붐볐다. 직원이 문을 열자 우르르 들어가 책상 위에 신분증과 외국인 등록증을 꺼내 놓는다. 쪽지에 이름만 써서 건네는 이들도 있다. H2비자(취업비자)가 없는 사람들이다.

소개소는 그날그날 현장의 인력 주문에 따라 인부들을 안배해 '인력 송출표'를 작성한다. 원칙은 선착순이지만 실제로는 사무소와 친밀한 오야지(팀장)에게 우선 순위가 돌아간다. 솜씨 좋고 부지런한 인부 10~12명을 거느린 오야지를 확보해야 성수기 비수기를 막론하고 안정적으로 노동자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일 노동 당일 임금이 원칙. 수원 인천 등 장거리는 현장에서 보낸 봉고차를 타고 가고 서울 지역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한다. 임금은 잡부(자재정리) 6만~9만원 목수(형틀 제작) 11만원 선이다. 거기서 10%는 인력 소개소, 10%는 오야지 몫이다. 건설 비수기인 겨울에는 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박 소장은 "여름 성수기 인력시장 규모는 1,500명에 달하지만 겨울에는 30% 수준으로 줄어 아예 여기 안 나오는 인부들도 많다"며 "여름에 하루 280명까지 보내봤는데 지금은 12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왕수 씨는 폐 건축자재를 치우거나 철근 등을 정리하는 잡부다. "오후부턴 다리가 후들거린다. 조금 쉴라 치면 게으르다고 욕설이 날아 든다. 니야까(밀차) 데꾸(못 빼기)등 현장 용어도 어렵다. 일당 받고 셋방으로 돌아오면 밤 9시. 라면 끓여먹고 곧장 곯아 떨어진다. 또 그래야 다음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일자리를 못 구한 남 씨는 "다른 데도 알아봐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일대에는 약 200여 곳의 인력사무소가 있다.

거리에는 구로구 자원봉사자들이 설치한 2m높이의 가스난로 2개가 시뻘건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거기 불나방처럼 붙어선 이들만도 줄잡아 200여 명이다. 대부분 남씨처럼 허탕친 이들. 좀 적게 벌어도 월급 주는 일자리가 낫지 않을까. 남씨는 "정기로 건설 현장에서 일했는데 2개월치 월급을 떼였다. 월급 받으려면 경찰서 노동부 가고 변호사 선임해야 하는데 그럴 돈도 시간도 없다. 조선족 중에 월급 안 떼여본 사람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일당 받는 새벽 인력시장에 온다"고 말했다.

한두 사람씩 우리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에서 왔다는 최모(51)씨는 "한국 정부가 한국에 5년 이상 머문 조선족에겐 재외국민동포(F4)비자를 주는데, 그 비자론 단순 노무(노가다)일은 못 한다. 일본이나 미국 동포는 F4비자로 단순 노무도 할 수 있는데 조선족만 차별한다"고 말했다. 랴오닝성(遼寧省) 선양(沈陽)에서 왔다는 손모(47)씨는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는데 무슨 일을 하겠냐. 단순노무 하지 말라는 건 일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남구로역 앞 4차선 도로를 조선족 동포들은 '두만강'이라 불렀다. 길을 경계로 조선족 동포들과 한국인 노동자의 영역이 나뉘어, 밥차가 선 '한국땅'에 무료급식을 먹으러 가는 것도 머뭇거려진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경계와 차별을 견디며 그들은 저렇게 매일 새벽 인력시장을 지킨다. 지난해 31일 새벽 4시 구로인력시장 풍경. 왕태석 kingwang@hk.co.kr

'조선족'은 자부심이 깃든 단어다

인력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남구로역 5번 출구 앞은 한국인 공간이고, 조선족 영역은 거리 위쪽 하나은행 주변이다. 그래서 5번 출구 앞에 있는 '희망식당 빨간밥차'에 조선족이 다가가려면 배짱이 필요하다. 서울 가톨릭재단에서 운영하는 빨간밥차는 주중 오전 4시30분부터 6시 15분까지 새벽 노동자와 노숙인을 위해 식사를 제공한다. 이미 밥차 주변에는 2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김치찌개 냄새를 맡으며 모여 서 있었다. 조선족 최모씨는 "이 길이 두만강이다. 이 쪽은 중국 땅 저 쪽은 한국 땅"이라고 말했다. 빨간 밥차의 최승아 사회복지사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조선족이 오면 무시하고 괴롭히는 한국인들이 있다. 그래서 조선족들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모 씨는 "한번은 일 끝나고 삼겹살 회식을 하는데 한국인 반장이 '이런 거 먹어 봤냐'고 하더라. 중국에선 더 거하게 차려 먹는데 우스웠지만 참았다. 더운 여름 노가다판에서 무더위에 쓰러지거나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람도 봤다. 그렇게 사고가 나도 치료비 제대로 못 받는다. 천대받는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런 것들 보다, 길거리에서 한국인들이 '조선족'이라고 숙덕이는 게 제일 싫다. 한 핏줄 아닌가? "

6만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 조선족 인터넷 커뮤니티 '중국조선족대모임' 허을진(47) 대표는 "조선족은 일제에 저항하고 한국 문화를 지켜온 민족이다. 소수민족 가운데서 교육수준도 높고 청결하다. 한국 사람들은 조선족들이 지켜온 자부심을 모른다"고 말했다.

전날 밤 11시까지 택배 분리작업을 한 이태균(41)씨는 5시간 일하고 3만5,000원을 벌었다.이씨는 택배회사나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한다. 이 씨의 할아버지는 경남 합천에서 3.1운동을 하다가 투옥된 이계엽(李啓燁)씨다. 출소 후에도 중국 북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사망했고, 유해는 2006년 대전 국립묘지에 안치됐다. 하얼빈에서 살던 이 씨도 그때 한국으로 들어와 귀화했다.

-한국엔 왜 왔나요?

"할아버지도 한국 사람. 아버지도 한국 사람. 나도 한국 사람. 조국이라 왔다."

-야속할 때 많겠네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중국에서 농사를 짓던 조선족과 지금 한국인들 사이에 20년 정도 문화적 차이가 난다. 세대가 넘어가기 전까지, 내 자식이 장성해서 한국에서 대학 나와 인정받기 전까지, 한국 사람들이 내게 붙인 '조선족'이라는 딱지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아빠 언제 옵니까?"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무~웃힌 바~암"

24일 오후 8시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7층에서 성탄 예배가 열렸다. 하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깔끔히 차려 입은 지구촌 학교(다문화 대안 초등학교) 여덟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200평 예배실을 채웠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 그를 부축하는 청년, 분홍색 가방을 멘 어린 소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허을진 대표는 "가장 사람이 많은 단체도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 200여 명 모이는데 그친다"고 말했다. 허 대표 말처럼, 국내 조선족 인구가 50만 명에 달하지만 조선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없다. 대다수가 간병인, 보모, 단순노무 등 불안정한 일을 하고 거주지도 자주 옮겨 다닌다. 많은 이들이 사업장 임금 체불과 인권유린에 시달리지만 하소연 할 곳도 거의 없다.

그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자리를 내준 게 교회다. 가리봉동 주변에만 한중사랑교회, 중국동포교회, 서울조선족교회 등 조선족 대형 교회가 있어, 종교를 넘어 사회적 법률적 '지원센터' 역할을 한다. 중국동포교회는 노동자 운동에 투신한 김해성(52) 목사가 1996년 설립했고, 지구촌사랑나눔센터를 만들어 다문화 주민 법률 상담, 쉼터 제공, 의료 지원과 보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환잉, 콰이 진 라이 바.(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2003년부터 교회에 다녔다는 조선족 권모(61) 집사는 예배실 앞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권씨는 "임금 체불 문제로 고민하다 교회에서 도움을 받은 뒤 '나도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세 살짜리 막내를 중국에 두고 2005년 한국에 왔어요. 전화하면 '아빠 언제 옵니까?'하고 매번 울던 그 아이가 벌써 저렇게 컸네요."이용해(48)씨가 아이들의 공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재작년 한국에 데려올 때만 해도 낯 가리는 울보였던 희동(13) 군은 이날 무대 위에 서서 씩씩하게 예배찬양공연을 펼쳤다. 이씨는 건설 현장 외벽에 매달려 창문 새시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매달려본 가장 높은 곳은 33층이라고 했다. "줄 하나에 매달려 있으면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이 휘청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정말 아찔하죠. 위험하지 않냐구요? 안 위험한 게 어디 있나요? 그런 거 가리면 일 못합니다."부모님과 여동생, 아내와 막내아들 모두 한국에 와 있다는 그는 "큰 아들도 1월 19일 입국해요. 10년 만에 전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거죠. 방 3개짜리 아파트 하나 마련하는 게 꿈입니다."어느덧 공연을 끝내고 온 희동군이 쪼르르 달려와 그에게 안겼다.


'오야지(십장)'가 인력사무소에 일자리 신청하러 가면 조선족 노동자들은 저렇게 좁은 인도 위를 바장이며 오늘의 가난한 행운이 자신의 몫이기를 기도하고 기대한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가족이 누군지 모른다"

김해성 목사는 "한국 사람들은 중국 동포들이 처한 현실에 잔인할 정도로 무관심하다"고, "조선족이 일으킨 범죄는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조선족이 처한 어려움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한동포연합총회 김숙자(58) 회장도 "다문화 가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정착금과 세금 혜택, 문화센터 건립하면서 조선족을 위해서는 단 하나의 정책도 없다"고 말했다.

차남진(가명ㆍ61)씨는 연길(延吉) 에서 한국 방송을 보며 한국에 오는 꿈을 키웠다. 차씨의 부모는 일제때 연길로 강제 이주됐다. 차씨는 "중국에서 남한 방송은 금지됐지만 마을 주민들은 수상기를 개조해 남한 방송을 들었다"고 웃었다. 29일 일요일 가리봉동 한 교회 쉼터에서 만난 차씨는 쉼터의 '최장기' 주민. 11명이 함께 사는 18평 쉼터를 그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떠나는 적이 없다. 그의 짐은 트렁크 속 옷가지 몇 벌이 전부. 주민등록증도 외국인등록증도 없는 그는 불법 체류자다. "한국인 브로커는 취업 비자와 체류 자격을 조건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어요. 돈을 빌려 비용을 지불하고 받은 비자는, 하지만 아무나 받을 수 있는 15일짜리 단기 비자였죠." 설상가상 그는 천안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리어카에 깔려 왼쪽 고관절이 산산조각 났다. 의료보험도, 산재혜택도 없는 그에게 함께 일하던 한국인이 건강보험증을 빌려줬고, 그 덕에 치료를 받고 인공 고관절을 삽입했다. 회사의 보상은 병원비 650만원이 다였다.

조선족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차씨 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노동자는 국적에 관계없이 산재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사측은 합의를 종용할 때가 많고, 특히 당장 치료비가 아쉬운 조선족 노동자에게 장시간 걸리는 산재 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건강보험료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세대당 평균 8만1,120원의 보험료를 내는데 월 200만원 소득 직장인 건강보험료 월 5만8,900원보다 비싸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윤혜숙씨의 2010년 논문에 따르면 실제 지역의보에 가입한 조선족은 30% 남짓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조기치료를 못 받아 병을 키우는 예가 흔하지만 실태조차 조사된 게 없다. 한중사랑교회 서영희 목사는 "조선족 노동자는 대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암이나 당뇨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덤덤히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던 차씨는 가족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였다.

-언제 가족 생각하세요?

"매일. 어머니 장례식도, 아들 결혼식도, 손녀 얼굴도 못 봤다. 심지어 내 가족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바보가 됐다. 지난달 교회에서 쉼터민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했다. '식구'가 어떻게 되냐기에 아내와 아들을 말했다. '아들은 미혼인가요?'라는 질문을 듣고 그제서야 며느리와 손녀가 있다는 생각이 났다. 내 가족이 누군지조차 모르고 있는 거다."

-새해 소망은 무엇입니까?

"한국 와서 폐인이 됐다. 아들이 빚은 대부분 갚아줬지만 돌아갈 면목이 없다. 산재 보상도 필요 없고 사기 구제도 괜찮다. 동포라고 지원해 달라고 손 벌리지도 않는다. 그냥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해 달라. 내 나이 60이지만 아직 건장하다. 돈 벌면서 떳떳하게 살고 싶다"

"새해에 봅시다"

3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조선족 시장 '중국식품점' 앞. 사람들의 "와"하는 탄성이터져 나왔다. 최동훈(37)씨와 이창식(62)씨의 장기 대결이 한창이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을 못 구한 조선족 노동자들은 더러 중국식품 앞에 모여 장기를 둔다. 이 씨는 "중국식품점에 장기판을 맡기고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인다"며 "구로구청 앞 구로어린이공원이나 남부순환도로 시흥나들목 녹지에서도 장기를 둔다. 젊은 조선족들은 PC방, 장년들은 노래방 마작 장기가 주요 흥취(취미)다"라고 말했다.

2005년 한국으로 건너온 이씨는 12살 때 문화대혁명을 겪어 학업을 중단했다. 그는 "공부를 많이 못했지만 일은 열심히 해서 한국에서 제법 돈 모았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인천 대구 안산 등지에서 마사지사, 배즙 회사 직원, 버스 운전사도 했다."새해 소원을 묻자 그는 "그런 거 없다. 그냥 손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녀 이름은 뭔가요?

"뜻지(旨), 돈원(元). 지원이다. 내가 지은 이름이다. 나는 돈에 쪼들리며 살았지만 손녀는 양껏 벌고 태양 아래 당당히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이 씨는 1월 2일에도 새벽 인력시장에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돈 벌러. 가족을 위해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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