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해외에서 도주생활을 하다 수백억원치의 마약을 국내로 들여온 마약 밀수범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국내 최대 마약밀수조직과 공모해 대량의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밀수입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향정신성의약품)로 이모(46)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씨가 갖고 있던 필로폰 6.1㎏ 전량을 압수했다. 이는 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200억원 상당에 이른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8일 중국 산동성 위해시에서 한 조선족 남성으로부터 필로폰 6.1㎏을 전달받고 이를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다.
검찰은 또 이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필로폰 구입 비용을 전달한 대구 지역 소재 마약밀수·유통조직인 '윤주종파'의 2인자 김모(45)씨를 추적하고 있다. 이씨의 밀항을 도운 선원 권모씨 등 2명도 수사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달 김씨에게서 필로폰 밀수 대가로 9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범행에 착수했다. 이씨는 중국 현지에서 받은 필로폰을 7봉지로 나눠 자신의 몸에 테이프로 붙인 뒤 지난달 29일 바지선을 타고 밀항을 시도했다.
이씨의 밀항을 도운 선원들은 중국 측 경비원이 선원 출입증과 출입대장 명단만 대조할 뿐 검문이 허술하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이씨에게 선원 출입증을 주고 중국 위해시 영산항의 선원 출입구를 통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범행 3일 전 이씨가 마약을 가지고 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남 거제시 고현항에 입항한 바지선 창고에서 그를 붙잡았다.
수사기관은 마약전과 6범인 이씨가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자살한 것으로 파악해 그동안 추적을 하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
이씨는 국내에서 2011년 7월 필로폰 밀수 등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자 같은 해 8월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1월 강제추방됐다.
당시 해경은 인천항에 입항한 한 선박 갑판에서 이씨의 신발과 안경을 발견하고서 그가 자살했을 것으로 보고 인정사망 절차 진행을 검토했다.
그러나 검찰조사에서 이씨는 당시 중국에서 배가 출항하기 직전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한 것처럼 위장한 뒤 중국에서 불법체류 상태로 도피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조사 결과 이씨는 이번 밀수에 성공해 자금을 마련하면 자신과 닮은 사람의 여권을 구해 중국으로 영원히 도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자살한 줄 알았던 이씨가 범행 뒤 신분을 세탁해 중국으로 출국했다면 영원히 형사처벌이 불가능할 뻔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세관과 해경, 국정원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화물선을 이용한 필로폰 밀수입을 막는 한편 국내 마약 밀수·유통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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