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 밀집한 식당가의 어떤 풍경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7월10일 07시59분    조회:312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중국동포 거주지에 밀집한 식당, 그곳 풍경들

본문이미지
/사진=김성찬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난 모교를 방문하면서 생경한 풍경에 놀랐다. 전철역부터 학교 정문까지 가장 좋은 상권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 자리는 때마다 가장 유행하는 음식점이 있던 곳이다. 양고기가 익숙치 않던 시절, 학교 축제 등에서 호기심에 양고기 케밥을 한입 베어 물었던 많은 학생들이 얼굴을 찡그리던 걸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양꼬치 전문점의 원조라 할 만한 곳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마포구 연남동, 광진구 건대입구 등이다. 대부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중국 동포나 화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건대 양꼬치 골목은 양꼬치 전문점 70여개가 밀집할 정도로 성황이다. 지금은 종로, 강남, 사당 등 서울의 대표 번화가에도 양꼬치 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사당역 인근 양꼬치 전문점을 좋아한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홍태양 양꼬치'다. 건대 양꼬치 골목처럼 유명지역은 아니지만 양꼬치 맛은 그곳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곳의 미덕은 초벌구이다. 다른 양꼬치 전문점 중에도 초벌구이를 해주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껏 가봤던 곳 중에서는 '홍태양'이 유일했다.

초벌구이가 중요한 이유는 생양고기를 알맞게 굽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다. 성급한 한국 사람에게는 특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초벌구이라지만 조금만 더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초심자가 양꼬치를 잘못 구워 못 먹게 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홍태양'은 양념도 일품이다. 양꼬치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즈란'이라는 양념인데,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풍미가 있다. 사실 한국인이 양고기를 선호하지 않았던 건 '즈란'의 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양꼬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즈란'이 속속 개발됐고 이제는 '즈란' 없이는 양꼬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념 만드는 법은 가게마다 다 다른데 영업비밀인지 그 비법은 잘 알려주지 않는다. '홍태양'도 분명 나름의 방법이 있을텐데도 여느 양념과 다를 바 없다고만 한다. 양꼬치 전문점이라고 해서 양꼬치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식 면요리인 '온면'이나 중국식 탕수육이라고 할 만한 '꿔바로우'도 있다. 양꼬치를 양껏 먹은 뒤 가볍게 입맛을 전환하기에 좋다. 물론 칭다오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본문 이미지 영역
본문이미지
/사진=김성찬

여느 양꼬치 전문점과 같이 '홍태양'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중국 동포다. 하지만 손님은 한국 사람이 더 많다. 요즘 양꼬치 전문점이 인기라 한국 손님이 많을 것이란 건 알았지만 중국 동포나 중국인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의외였다.

양꼬치 전문점에 가면 으레 다른 테이블에서 중국어가 들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홀과 주방 사이의 대화만 그렇고 손님이 중국말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국 동포와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이나 건대 입구 쪽에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섰는데 정작 그들은 사먹지 않는 양꼬치 전문점은 왠지 부자연스럽다.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일용한 양식처였던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들의 자취가 사라져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자는 양꼬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부분 중국 동포인 점을 고려하면 양꼬치 전문점이 성행하는 게 그들의 달라진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준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 동포 손님들이 사라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기없던 메뉴에서 각광 받는 외식 메뉴로 변신한 양꼬치. 이같은 변화가 중국 동포들의 한국 생활에 투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몇몇 중국 동포들의 성공담을 전체 중국 동포들의 삶이 나아진 것으로 보는 착시에 가까울 것이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는 주변인은 다른 분야보다 서비스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본 등으로 이민간 한국인들 가운데 성공한 정치가나 경제인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교포가 더 많은 것이 익숙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식당 자영업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양꼬치 전문점을 연 것은 중국 동포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려는 몇 안되는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있는 중국 동포는 같은 처지의 동포들과 아픔을 나누고 지친 삶을 달래던 자리를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예 자리를 내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양꼬치 전문점에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난무할 날을 기대해 본다.

머니투데이 김성찬 (푸드칼럼니스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인체 성분 포함 다이어트 약 유통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사람 신체 성분과 국내 판매금지된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 약 등을 중국에서 밀수입해 전국에 불법 유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중국인 유학생 모우모(26·여)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조선족 안모(21)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 2013-10-25
  •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2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0분께 서울 마포구 대흥동 다세대 주택 옥탑방에서 목을 매 숨진 중국인 이모(25)씨와 또 다른 중국인 오모(26·여)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진모...
  • 2013-10-24
  • 《손돕정리》, 《열쉬수리》, 《비빔밤집》…누구나 길을 가다가 틀린 간판이나 어딘가 읽기 불순한 표어 한번쯤은 보았을것이다. 알다싶이 상가를 비롯한 영업소들은 판매품목 표지판인 《간판》을 통해 제일 처음 대중에 알려지게 된다. 그런데 한 업종의 얼굴이라고 할수 있는 어떤 간판들이 제구실을 제대로 못해...
  • 2013-10-24
  •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강지원 변호사, 김지하 시인 등 각계 시민사회인사 63명은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고려인·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자유롭게 왕래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려인·중국 동포는 1948년 제정된 '국적에 관한 조례'에 따...
  • 2013-10-24
  •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소장 박찬호)는 22일 위조 외국인등록증을 행사한 중국인 A씨(36세, 여)를 공문서 위조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구속 송치하고, 외국인등록증을 위조해준 알선 브로커 C씨(40세, 남) 등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지난 9월30일 불법체류자인 중국인 A씨는 위조 외국인등록증 알선 브로커...
  • 2013-10-24
  • 연길 수영옥아파트단지 3년 열공급 지체 “15, 16일부터 일부 구역에는 난방이 된다는데 우리 이곳은 아직도 랭기 흐릅니다.” “재작년에는 십여일 늦게, 작년에는 엿새 늦게 난방을 보내더니 올해도 또 늦어지네요. 래년에도 열공급이 늦춰지지 않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 연길시텔레비죤방송국 북...
  • 2013-10-24
  • 노트북도적 4일만에 경찰의 "미인"계에 걸려들어 "안녕?" "안녕, 님 나이는?" "스무살" "하는 일은?" "xxKTV, 님은요?" "나는 xx공사장" ... 대화는 항주시에 있는 농민공 교씨총각과 닉네임이 “몽이”란 “미녀”간의 인터넷대화였다. 이렇게 인터넷채팅방에서 서로 만난 4일만에 교씨총...
  • 2013-10-23
  • 중국 지린성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가 외지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지린성 지역 일간지인 신문화보(新文化報)에 따르면 안도(安圖)현 공안국은 최근 중국 남방 광둥성에서 사들인 필로폰을 소포로 연변에 보내 판매한 혐의로 오(吳) 모씨 등 20대 마약사범 3명을 검거했다. 당국의 조사 결...
  • 2013-10-23
  • “나의 한생에서 후회없는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내가 피땀으로 번돈으로 시경기장을 건설해 고향사람들에게 선사한것입니다” 이는 중병으로 시달리는 원 화룡시광성건설책임유한회사 리사장 강광욱씨(58세)의 말이다. 강광욱씨는 원래 룡성진 춘화촌의 농민이였는데 개혁개방이 실시되자 30대초반의 젊은 나이에...
  • 2013-10-23
  • (흑룡강신문=하얼빈) 10월 18일 오후, 가목사시 조선족문화연구회에서 주최한 '추수예찬'문예공연이 일전 가목사시 문화궁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이번 문예공연에 가목사시 '진달래예술단', 가목사시부녀연합회, 가목사시 조선족기초교육중심, 학강시 노년협회, 탕원현 탕왕향, 화천현 성화향, 화...
  • 2013-10-23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