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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맞선 재한조선족에게 한화 1억100원 물어내라고?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7월21일 09시29분    조회: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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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해고’ 맞선 중국 동포에게 한화 1억100원 물어내라는 삼성물산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한 건설 노동자
삼성물산 하도급업체 목수로 일하다
단협 때 회사가 노조원만 해고하자
동료와 ‘복직 요구’ 20일 고공 농성
삼성물산 “공사에 차질” 배상 청구


한국 경기도 부천 쪽 건설 현장에서 이른바 ‘노가다’로 일하는 지아무개(38)씨의 고향은 중국 길림성 연변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지금의 부인을 만나 2007년 결혼한 뒤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고된 육체노동의 시름도 하나뿐인 딸(7)의 얼굴을 보며 잊었다. 하지만 요즘 그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하다. 지난 5월 삼성물산이라는 거대 기업이 지씨와 그의 동료 한아무개(42)씨를 상대로 1억100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는 소장을 받고 난 뒤부터다.
감당 못할 일이 시작된 건 올해 초다. 지씨는 경기 부천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래미안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했다. 삼성물산과 철근·콘크리트 등 골조 공정 하도급 계약을 맺은 원영건업과 근로계약을 맺고 설계도면대로 거푸집을 짰다. 2월께 그가 속한 전국건설노조가 원영건업 쪽에 일당 1만원(한화, 이하 동일) 인상과 하루 노동시간을 10시간에서 1시간 줄인 9시간으로 하는 등을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맺자며 교섭을 요구했다.

단체교섭은 헌법상 노동3권의 하나이니 그 결과를 떠나 교섭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100여명의 형틀목수 가운데 건설노조 소속 21명만 2월28일자로 계약해지한다는 통보였다. 김태범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은 “통상적으로 건설노동자들이 체결하는 근로계약서는 해당 공사가 끝나는 시점이 근로계약 종료일이다. 내용 없는 계약서 맨 하단에 서명날인만 한 채 회사에 준다”며 회사 쪽이 노조원만 표적 삼아 부당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발한 지씨와, 같은 귀화 노동자인 한씨는 3월4일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현장에 있던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 점거농성을 벌였다. 21명 가운데 두 사람이 총대를 멘 건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팀장과 반장 직책을 맡은 데 따른 책임의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농성 20일 만인 3월24일 두 사람은 지상으로 내려와야 했다. 농성 기간 임금에 해당하는 돈을 받기로 했을 뿐 복직도 단협 체결도 따내지 못한 우울한 결과였다.

결국 다른 현장으로 옮겨 일을 하던 중 소장이 날아왔다. 삼성물산은 소장에서 “피고들의 무단점거 기간에 타워크레인을 이용한 공사를 수행할 수 없어 공사 진행에 차질을 입었다. 이 때문에 근로자 투입, 이동식 크레인 설치 등 추가 비용, 손실이 발생했다”며 1억100원 손배 청구의 이유를 밝혔다. 민사 배상 소송가액이 1억원 이하면 고액단독, 1억원 초과는 합의 사건으로 나뉜다. 소송을 거는 쪽이 재판 도중 재판부 변경 없이 재판을 신속하게 받으려고 1억원에 100원을 더한 소송을 내는 사례가 많다.

지씨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가진 건 몸뚱아리 하나뿐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대한민국에 와 일용직으로 열심히 살며 누구를 해코지한 것도 아닌데 1억원이라니…. 약자는 그냥 죽으란 얘기냐”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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