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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해제 앞둔 가리봉동, 조선족 '쫒겨나지 않아 다행'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9월26일 07시15분    조회: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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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가리봉동의 좁은 골목 양쪽으로 '벌집촌'이라 불리는 다세대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최동순 기자 © News1


뉴타운 해제 앞둔 가리봉동, 집주인-세입자 '동상이몽'

주택 소유 주민들 "뉴타운 해제는 개발 호재, 재개발 추진할 것"

세입자인 중국 동포, "쫒겨나지 않아 다행"…주거환경개선도 기대

엇갈리는 셈법 속 한국인-중국 동포 갈등 심화 우려 제기

"일단 다행이죠. 뉴타운 개발이 시작되면 바로 쫒겨날 수도 있었으니까요."(조선족 중국 동포 A씨)

25일 찾은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132번지 일대는 골목길 사이로 '벌집촌'이라 불리는 다가구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전봇대마다 음식물 등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어 좁은 골목 사이로 매캐한 악취가 따라다녔다.

가리봉동 일대는 여성·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구로공단의 배후 주거지로 2003년 11월18일 뉴타운 지정 후 '디지털비즈니스시티' 개발이 추진돼왔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악화와 주민 갈등 속에 10년동안 개발이 지연됐고 건축허가가 제한되면서 기반시설 등이 방치돼 '슬럼화'됐다. 전체의 72.3%가 20~30년 이상이 되는 노후불량주택들이다. 

서울시는 '가리봉지구'의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을 11월 중 해제하고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진행된 사업 찬·반 주민투표에서 토지등소유자 1899명 중 32.49%인 617명이 반대에 표를 던지면서 지구해제 조건(30%)를 넘긴 상태다.

이 곳에서 만난 중국 동포 대부분은 주거 안정을 위협하던 뉴타운이 해제돼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시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면 낙후된 주거 환경도 어느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가리봉동에 정착한지 3년이 지났다는 A씨는 "개발이 시작되면 이사를 가야하는데 비용과 시간 등이 여의치 않아 늘 불안했다"며 "뉴타운이 해제된다니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가리봉동 주택 소유자들도 뉴타운 해제를 환영했다. 하지만 셈법은 달랐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담긴 표정이었다. 실제 지난해 뉴타운에서 해제된 창신·숭인 일대는 소규모 구역별로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25일 가리봉동의 좁은 골목 양쪽으로 '벌집촌'이라 불리는 다세대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최동순 기자© News1


◇주택 소유 주민들 "뉴타운 반대가 개발 반대는 아냐"
주택을 소유한 가리봉동 주민들은 뉴타운 해제는 LH의 사업 포기와 기존 개발계획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일뿐 개발 반대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타운이 해제될 경우 본격적인 재개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사업 찬·반 주민투표에 참가했다는 한모(69)씨는 "뉴타운이 해제된 것은 LH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지 개발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며 "이 일대는 기반시설과 주택이 워낙 낙후된 상태라 주민들은 개별 증축보다는 재개발 추진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가리봉동에서 월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으로 총 8가구의 중국 동포들이 그의 집에 거주한다.

시도 주민들이 원한다면 재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LH의 사업이 무산된 것이 사업성 때문인데 재개발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도 "도시재생사업은 개발에 대한 별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한다면 절차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타운이 해제된 창신·숭인지역은 창신2구역, 숭인2구역 등에서 재개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안태현 창신2구역 추진위원회 총무는 "도시재생사업은 어느정도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완전히 낙후된 우리 지역에는 맞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가리봉동의 시장 초입에 직업소개소 등 중국 간판을 내건 상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최동순 기자© News1


◇주거문제 변수…한국인-조선족 갈등 심화 우려
가리봉동 일대에 대한 개별 증축이 이뤄지고 나아가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조선족 세입자들은 대림동과 구로동 일대로 이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과 중국 동포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벌집촌'의 경우 저렴한 임대료 덕에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전단지 등을 통해 집주인과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동포타운센터 김용필 소장은 "대부분이 외국인 등록을 위해 거주지 신고를 하지만 시간이 없고 법적 사항을 잘 모르는 일부 중국 동포들은 거주지 신고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이나 이사비 등 비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주거문제 이전에 가리봉동 주민과 전체 주민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동포간 갈등은 노골화된지 오래다.

가리봉동에서 40년동안 거주했다는 이모씨는 "중국 동포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50~60년대 수준의 문화의식에 머물러 있다"면서 "쓰레기 규격 봉투도 이용하지 않고 고성방가를 하는 등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상가를 운영하는 한 주민도 "조선족들은 범죄도 많이 저지르고 태도도 방만해 한국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면서 "이 지역이 슬럼화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사람들이 많이 유입됐기 때문"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동포들이 소외될 가능성도 높다. 가리봉동에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임대 주택이 들어설 경우 외국인인 중국 동포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대상을 세대주로 한정짓고 있으며 현행 법상 세대주는 내국인만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가리봉동 일대에 중국 동포와 우리나라 거주민들의 갈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도시재생사업에 '다문화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동네'라는 이름을 달아놓은 만큼 주거문제를 포함해 주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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