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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노래로 스트레스 풀고...서울 '차이나타운' 달라지고 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12월21일 09시16분    조회: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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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차이나타운이 최근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지역마다 독특한 중국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선족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옌볜거리. /권욱기자

지난 18일 찾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옌볜(延邊)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붉은색 한자로 '구육관(狗肉館·개고기식당)'이라고 적힌 식당 쪽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한 무리의 남성들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었던 조선족 이모(45)씨는 "일용 근로할 때 종종 만나는 친구들인데 오늘은 일감이 없어 집 주변에서 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구로공단의 배후 주택밀집지로 형성된 가리봉동은 주민의 40~50%가량이 조선족 노동자일 만큼 대표적인 서울 속 차이나타운이다. 조선족이 밀집해 있는 만큼 주변과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도 세월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씨는 "처음 가리봉동에 왔을 때 중국식당의 음식이 실제 중국에서 먹었던 맛과 똑같아서 놀랐다"며 "서울 안에서 중국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전했다.

가리봉동의 사례처럼 서울 곳곳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음식부터 놀이까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조선족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 지역과 화교·중국인 관광객들이 중심이 된 서울 마포구 연남·연희동 일대는 같은 차이나타운임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가도로 하나 두고 마주한 벌집촌과 빌딩숲=가리봉동 옌볜거리는 주변 빌딩숲 사이에서 섬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고가도로를 기준으로 바로 옆쪽 지역인 금천구 가산동만 하더라도 각종 쇼핑몰과 고층 건물이 즐비하지만 가리봉동은 오래된 3~4층 건물들만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옌볜거리와 이어진 골목에 자리잡은 '벌집촌'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외벽 일부가 허물어지고 칠이 벗겨진 다가구주택마다 전용면적 9.9~16.5㎡ 사이의 쪽방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 쪽방들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15만~20만원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저소득 조선족이 주요 수요층이기 때문에 중개업소에서 계약을 하기보다는 골목마다 방 상태를 간략히 휘갈겨 적은 전단지를 통해 직접 거래한다. 이 지역에 3년째 살고 있다는 정모(75)씨는 "조선족들이 중국에서 처음 오면 정식 계약 절차가 복잡하고 중개료가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간략하게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선족들은 방을 구하기 전까지 하루 숙박비 1만~2만원가량의 여인숙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아 옌볜거리에서는 여인숙 간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옌볜거리에서 가장 보편적인 놀이문화는 노래방이다. 남구로역부터 옌볜거리 끝까지 걸어서 15~20분 정도의 거리에 들어선 노래방만 총 25곳에 달한다. 지하나 2층에 위치한 노래방은 저마다 최신 옌볜가요를 적은 홍보 전단지를 가게 문 앞에 붙여 놓는다. PC방 역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조선족 김모(37)씨는 "컴퓨터가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PC방이 필요한 것"이라며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PC방에서 인터넷전화를 하기도 하고 심심할 때는 한 시간에 600원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리봉동이 과거 구로공단과 함께 세월을 겪은 전통 차이나타운이라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은 일자리를 잃은 조선족이 새롭게 모여드는 신흥 차이나타운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한국계 중국인과 중국인의 숫자는 영등포구가 3만7,106명으로 구로구(2만9,132명)보다 약 1만명가량 더 많다. 이에 따라 중국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이 서울 중구의 본점 외에 대림지점을 따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림동 옌볜거리의 주거지역 역시 가리봉동처럼 벌집촌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지하철 2·7호선 대림역이 인근에 위치하는 등 교통이 편리하고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아 임대료가 더 비싸다. 전단지를 통해 연락을 나누고 직접 계약까지 진행하는 가리봉동과 달리 임대차 계약도 중개업소를 통해 이뤄진다.

대림동 B공인 대표는 "평균적으로 방 1개와 부엌 1개로 된 쪽방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 정도"라며 "주거환경이 더 좋아 가리봉동에서 이사 오는 조선족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화교가 팔고 중국 관광객이 사고=연남·연희동 지역은 중국인 학교를 중심으로 전통적으로 화교들이 모여서 생활권을 형성한 지역이다. 지난해 연남동에 술집을 차린 장모(33)씨는 "이 지역 가게의 80% 이상이 화교들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며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기 때문에 인근 가게주인들끼리 다들 친숙하다"고 말했다. 주로 음식점에서 시작해 경제력을 키운 뒤 연남동 일대 건물 두세 채를 사들이는 화교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교 중심 거리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화교들과 더불어 중국 큰 손들이 이 일대 상가와 토지를 사들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2012년 3월 2,410㎡에 불과하던 중국인들의 토지 소유 면적은 지난해 3월 2,864㎡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5,789㎡로 급증했다. 올해 2·4분기까지 중국인이 취득한 마포구 토지 면적은 8,030㎡, 금액은 183억2,900만원 수준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중국 큰 손이 건물이나 토지를 매입하는 것은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이나 식당 등을 열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대형 버스가 설 수 있는 넓은 도로변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교가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마포구 일대 화교가 소유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식이다. 이미 12월 기준 마포구 내 면세점은 45개에 달한다.

마포구 서교동 H공인 관계자는 "연남동과 연희동은 도로가 넓고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문화가 잘 형성돼 있어 중국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상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화교들은 집단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혼자만 따로 아예 다른 건물을 사들이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홍대 중심지역까지 조금씩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남동 일대 점포 권리금은 과거 2,000만~3,000만원 수준에서 최근 최대 1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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