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자주: 동아일보 인터넷판 2015.1.24일자는 "[토요판 커버스토리]재외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700만의 힘"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중에 중국 조선족이 언급된 부분을 발취하여 전재한다. 조글로미디어
한국이 필요로 하는 ‘재한동포들’
지난해 1∼11월 재외동포 비자(F-4)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사람은 32만2833명.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다. 전년 같은 기간(25만7752명) 대비 125%로 늘었다.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영주(F-5), 방문동거(F-1) 비자를 받아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 국적 재외동포를 모두 합치면 70만1985명에 달한다.
이처럼 ‘재한동포’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도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중국동포 방문취업제(쿼터 30만 명)를 도입하면서 획기적으로 입국 문호를 넓혔다. 귀화와 재외동포 비자 발급 기준도 완화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동포의 귀화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외국인력 유치를 위해 재외동포의 취업 제한을 추가로 완화하기로 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동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지금처럼 저출산이 계속되면 2050년에는 군 병력이 현재보다 12만3000명 부족해질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 체류 동포 86%는 중국 출신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 국적 동포는 60만4553명으로 전체 외국 국적 동포의 86%에 달한다. 사실상 대부분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렇지만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이중적이다. 노동력 부족 상황인 한국 사회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에서 그들을 필요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백안시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오원춘, 박춘봉 등 최근 입길에 오른 살인 사건의 범인이 공교롭게도 조선족으로 밝혀지면서 인식이 더욱 나빠졌다. 김형식 전 서울시의회 의원 살인청부 사건의 주범도 조선족 팽모 씨였다. ‘조선족 아줌마가 없으면 서울시내 음식점 중 80%는 문 닫아야 한다’는 우스개가 무색하게 중국동포의 강력범죄 뉴스가 한번 뜨면 직업소개소에는 “조선족은 무서워서 못 쓰겠다. 차라리 돈도 적게 요구하는 동남아나 중동 사람을 보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고 한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과거 있었던 중국동포의 페스카마호 사건(선상 반란 살인), 인신매매 소재 영화 등을 거론하며 “추방하라”, “일자리를 뺏으라” 등 폄훼하는 글로 도배되는 게 현실이다.
‘조선족’은 한국 3D 업종에만 종사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한국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해 취업하거나, 석·박사 과정으로 진학하기 위해 제3국으로 떠나거나, 한국 경험을 토대로 중국에서 창업을 하는 등 종사하는 업종과 진로 형태가 다양하다. 김봉섭 재외동포재단 교육지원부장은 “미국 내 조선족이 10만 명을 웃돌고 일본에도 동북 3성 출신 학생이 5만 명에 육박하는 등 중국동포들의 직업군과 거주지가 여러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미 한민족도 초국경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부하고 생활은 미국에서 하는 ‘순환이주’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고급인력 늘면서 중국 동포 분화 현상
조선족, 조선족 동포, 재중 한인, 재중 동포, 중국 동포, 중국 교포, 연변 동포. 중국 국적을 가진 동포만큼 다양하게 불리는 ‘외국 국적 동포’도 없다. 여러 호칭만큼이나 중국 국적 동포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태도도 다양하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에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동포들과 접촉이 먼저 이뤄져 중국 동포 하면 ‘연변 동포’ 또는 ‘연변 조선족’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또 중국 변방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전통 문화를 잊지 않게 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와야 한다는 정서가 많았다. 반면 초기 한국에 온 동포들이 주로 식당 종업원이나 공장 근로자, 막노동에 종사하면서 ‘중국 동포=3D 종사자’라는 인식을 심었고 지금도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조선족 동포’들이 대륙을 여는 큰 자산이자 우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실제로 수교 20여 년 만에 중국이 한국의 제1 교역국으로 부상하는 데는 동포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접촉이 늘면서 갈등도 늘어나 사기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도 없지 않았다.
중국 국적 동포들은 ‘3-3-3’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때 연변 등 동북 3성에 있던 조선족의 3분의 1은 한국, 3분의 1은 산하이관(山海關) 남쪽의 전 중국으로 흩어지고 나머지 3분의 1만 남았다는 것을 말한다.
한중 교역과 인적 교류가 늘고, 한국 정부의 동포에 대한 포용적인 비자 정책 등으로 한국과 중국 국적 동포의 관계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13년 9월 시작된 ‘재외 동포 비자(F-4)’는 만 60세 이상의 모든 외국 국적 동포와 일정 조건을 갖춘 60세 미만 동포에게 사실상 한국 체류의 길을 활짝 열었다. ‘5년 복수로 2년 연속 체류’가 가능하고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연장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4년 4월부터 발급된 ‘동포 방문 비자(C-3-8)’는 60세 미만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에 발급한 ‘조선족’ 신분만 확인되면 3년 복수 유효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해 사실상 한국 방문의 제한을 없앴다. 2013년 말 현재 한국 체류 중국 재외 동포는 45만 명이 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8만7633명에 이른다. 중국 정부의 10년 주기 인구 및 민족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조선족’ 인구가 183만929명으로 30%가량이 한국으로 왔다.
‘3-3-3’으로 중국 재외 동포가 분화한 만큼 이들을 포용하고 한민족의 자산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안팎의 동포 유대 강화 마련해야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 내 중국 국적 동포’들이다. 이들 중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지식을 가진 엘리트 계층이 많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재외 동포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제3세대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의 활동을 밑거름으로 중국으로 돌아가 크고 작은 기업을 일군 사람도 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을 잇는 전문인으로 활약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체류 중국 국적 동포 중에는 국적을 바꿔 더이상 ‘중국 동포’가 아닌 사람도 늘고 있다. 법적으로는 ‘귀화한 조선족’ ‘돌아온 한국인’이 됐지만 정서적으로 융화하지 못해 다시 중국 국적 환원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동북 3성에 남은 동포들에게 민족 정체성을 보존하고 한국과 유대감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 김도균 영사는 중국 국적 동포와 한국이 보다 발전적으로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재정착 순환 구조’를 수립하는 데 한국 정부와 동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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