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ㆍ분노에…여성ㆍ중국동포ㆍ장애인 혐오 도(度) 넘었다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온라인 상에서 여성과 중국동포,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도(度)를 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의 좌절과 분노 등을 약자에게 전가해 자기 감정을 해소하려는 전형적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의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모니터링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란이나 일간베스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크녀’, ‘성괴’, ‘김치녀’, ‘상폐녀’ 등 여성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남성들이 점점 가중되는 좌절과 분노를 견디다 못해 약자인 여성에게 그 감정을 투사함으로써 공동의 적(敵)을 형성하고, 그럼으로써 자신들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며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가 여성 혐오 표현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됐는데 이에 위기감을 느낀 남성들 상당수가 여성을 적대시하는 성향을 나타낸다”며 “대체로 혐오 표현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위기를 느낀 주류 집단이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해 무고한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이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 혐오 표현을 읽다 보면 혐오감을 갖고 있지 않았던 일반인도 여성에게 학점이 밀리거나, 과거의 헤어진 여자친구 등 여성을 혐오할 만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며 이 같은 혐오 표현이 ‘전염성’을 갖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온라인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나 장애인 비하 등도 사회 불안이라는 근본 원인에 바탕을 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불안 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은 타인의 불행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내는 대신 가학적인 감정을 쏟아내게 된다. 결국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사회 불안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소통을 배우지 못한 구성원들은 약자에게 분노와 억울함을 비겁하게 표출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중심적으로 키워진 젊은 세대가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한풀이를 하고 있는 측면이 있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인터넷의 발달을 시민의 의식이 쫓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문화지체현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