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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실망,마음의 문 닫은 어느 조선족 소년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8월5일 08시39분    조회: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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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실망 마음의 문 닫은 조선족 소년

한국의 다문화사회 전환은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 흐름입니다. ‘무역대국’이 문을 잠그고 ‘우리끼리’만 외칠 순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갈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밑그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문화 학생들입니다. 다문화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일반 학생보다 20배나 높습니다. 한국말이 조금 서툴고, 성장 배경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잉여’ 신세가 될 아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들은 불평등을 감내하고 한국에 온 부모 세대와 다릅니다. 서구의 인종 폭동에서 확인되듯 사회 불안 요소가 될 수도, 저출산 고령사회에 활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이들의 실태를 조명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1부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들려준 고민을 전하고, 2부에서 다문화 배경을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아이들을 소개합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문화사회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산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열아홉 진수(가명)는 한국 생활 3년째지만 한국 사회를 직접 경험한 건 두 달뿐이다. 중국동포인 그는 서울 대림동에 형성된 중국동포 커뮤니티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한국 땅에 살 뿐 한국 사람들에게는 곁을 주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보낸 2개월은 할아버지의 나라에 등을 돌리게 한 시간이었다.

부모는 진수가 어릴 때 중국 지린성 외할머니 댁에 맡기고 한국에 왔다. 할머니와 지낸 유년시절, 한국은 어머니가 있는 ‘따뜻한 나라’였다. TV로 한국 프로그램을 보며 어머니와 함께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한국은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있는 즐거운 곳이었다. 부모님은 2013년 진수를 데려왔다. 한국에 정착하려면 적어도 한국 고교 졸업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진수가 중국어 특기를 살려 한국에서 관광가이드로 일했으면 했다. 진수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의 일반고에 진학했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휘 실력이 부족해 수업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었다. 일상 언어와 수업에서 쓰는 어휘는 차이가 컸다. 수업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고난도 어휘가 많이 나오는 역사 과목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중국에선 성적이 중위권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자존감은 점점 무너져 갔다.

친구가 있었다면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쾌활한 성격이라 중국에서는 친구가 많았다. 아이들을 몰고 다니는 ‘리더형’이었다. 한국에서도 초반에는 괜찮았다. ‘조선족’에 대한 인식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먼저 다가가 친해지려 했고 아이들도 진수를 내치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짱깨 ××, 너희 나라로 가”라는 막말을 듣게 됐다. ‘짱깨’는 자장면을 줄여 부르는 말로만 알고 있었다.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귀가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예상대로 중국인을 모욕하는 말이었다. 더 아픈 건 주변에 있던 친구들 반응이었다. “야! 우리가 다문화사회인데 그런 말 하면 쓰냐” 하면서도 진수 눈치를 살피며 웃던 얼굴들이 잊혀지지 않았다. 비웃음을 당한 거였다. 배신감으로 잠 못 이루다 공장에 다니는 친형에게 털어놨다. “그런 거 신경 쓰면 여기 못 살아”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존심이 강한 진수는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위축돼 갔다. 친구들과 대화하다 못 알아듣는 말이 있으면 “짱깨라서 그래”라고 놀리는 듯했다. 대화가 불편해지자 친구관계도 서먹해졌다. 수업시간도 휴식시간도 방과 후도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생업으로 고단한 가족들은 그의 말수가 줄고 학교에 가끔 가지 않는 것에 신경 쓰지 못했다. 7층 건물 옥탑방인 진수네 집은 김포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비행기를 볼 때마다 중국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학교를 그만둔 진수는 현재 니트족(청년 무직자)이다. 예전 학교 친구들이 가끔 연락해오지만 상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 사회에 ‘관심’이 많은데, ‘무한도전’을 보던 때와는 다른 관심이다. 인터넷에서 중국 관련 기사와 거기에 붙은 한국인의 댓글을 찾아 읽는다. 

진수는 4일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 살아야 한다. 학교에서처럼 몰라서 뒤통수 맞지 않으려고 (한국인이 중국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댓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다문화 아이들은 진수와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었다. 중국동포 아이들은 주로 ‘짱깨’란 말로, 동남아 배경 아이들은 다른 생김새로 놀림을 받아봤다. 무덤덤하게 받아 넘기는 아이들도 있지만 진수처럼 마음의 문을 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국동포들이 밀집해 사는 서울 대림2동 거리 풍경. 휴일인 지난 2일 한자와 한글이 뒤섞인 간판들로 빼곡한 거리를 여러 국적의 행인들이 걷고 있다. 김지훈 기자


상처받는 아이들 “나도 한국인” 

방글라데시인 부모와 함께 2012년 서울에 와서 경기도 안산을 거쳐 용인에 정착한 쁘띠(가명·17·여). 까무잡잡한 피부에 큰 눈망울을 가졌다. 한국어를 어렴풋이 알아듣던 2013년 말 아파트 단지에서 “저기 깜둥이 간다”는 막말을 들었다. 고교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야, 쟤 한국말 아나봐”라며 벤치에 앉아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쁘띠는 “차라리 한국말을 모를 때가 나았던 것 같다. 들리니까 더 괴로웠다”며 “인터넷 기사의 댓글은 보기가 두렵다. 외국인 범죄만 발생하면 정말 끔찍한 비난이 쏟아진다”고 했다. 쁘띠는 지난해 학교를 나와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에서 공부한다. 수학을 좋아해 미국에서 수학자가 되길 꿈꾼다. 부모는 쁘띠가 한국에 살기를 바라지만 예민한 시기에 얻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중국인 부모를 따라 2011년 입국한 원정(가명·18·여)양은 안산에서 특성화고를 다니고 있다. 중국에선 공부를 아주 잘했다. 한국에서도 언어문제로 한동안 고생했지만 극복하고 조금씩 성적을 올리고 있다. 소탈한 성격 덕에 친구도 여럿 사귀었다. 한 짓궂은 남학생이 “더러운 짱깨”라고 집요하게 괴롭혔지만 “선은 넘지 마”라며 무덤덤하게 받아 넘겼다. 

이렇게 아이들의 놀림은 ‘유치하다’고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중국인을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그리는 데에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인인 게 기쁘다. 한국에 오기 전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고 반했었다”며 “한국 사람들이 중국인을 ‘인간 말종’으로 표현하는데 저도 그리 비칠까 두렵다”고 했다. 


조직화되는 반(反)다문화 움직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외국인을 꺼리더라도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인종주의자로 지탄받기 쉽다. 그래서 평소 반(反)다문화정서는 일부 극우 사이트나 인터넷 댓글, SNS 등에서만 표출되는 데 머문다. 하지만 정부나 국회에서 다문화 관련 지원책이나 법안이 추진되면 오프라인에서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다문화 움직임은 점차 조직화되는 양상이다. 올 초 이런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이 도화선이 됐다. 법안은 약 2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 자녀에게도 의료·교육 등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 혜택을 보장토록 한다. ‘불법’보다 ‘아동 인권’에 방점이 찍혔다.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는 논란이 일었고,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리란 우려도 나왔다. 비난의 화살은 이 의원에게 집중됐다. 일부 단체는 모금을 통해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싣기도 했다. 법안에 동조한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등 조직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의원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취재팀은 당시 일간지 광고에 참여한 26개 단체와 접촉을 시도했다. 광고비로 상당액을 지불한 만큼 반다문화 활동에 적극적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14곳은 실체를 찾을 수 없었다. 나머지는 불과 대여섯 명이 운영하는, 이름만 다르고 사실상 동일한 단체로 보였다. 

갈등의 골, 점점 깊어질까 

반다문화 움직임에 앞장서는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 인구 5%만 유입돼도 중국 지방정부가 된다.” “고유 혈통이 사라진다.” “외국인 노동자 급여로 국부가 유출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긴 한국인들이 노숙자가 되고 있다.” “이질적 문화가 유입되면 갈등 해소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 “저출산은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문화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으로 복지 수요를 폭증시킨다.” 

막연한 두려움, 정치적 음모론, 피해의식 등에 기댄 주장이 대다수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부나 학계가 귀담아 들을 만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 여성단체 대표는 “다문화정책이 시혜적인 복지로만 흐르고 있어 자립의지를 해치고 사회 적응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우리 사회의 민감한 부분을 파고드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문화 전문가들은 일자리나 예산 배분처럼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되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한다. 외국인과 내국인이 일자리와 예산을 놓고 경쟁하게 되면 ‘불쌍하니 도와준다’는 시혜의식이나 관용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강진구 중앙대 교수는 “유럽처럼 일자리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노골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내국인의 박탈감이 커질 수도 있다. 이주가 장기화된 곳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럴 경우 사회적 갈등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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