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저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에요' - 존재기록조차 없는 12살 무국적 소년의 절망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9월12일 00시40분    조회:302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불법체류자였던 중국인 부모는
진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 없이 12년째다.

보험 적용 못 받는 진료비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다.
휴대폰도 어른 요금제로 써야 하고
청소년 교통카드도 쓸 수 없다.

엄마는 중국으로 추방됐고
아빠는 수감 중이다.
새엄마가 입양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이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어렵다.

“내 이름으로 된 것을 갖는 것”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진호의 소망이다.


경기도에 사는 12살 진호(가명)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학교에서 가끔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는 문서 같은 것을 받을 때면 앞자리는 생년월일, 뒷자리는 ‘○’이 일곱개 채워진 임시 번호가 적혀 있다. 이상한 주민등록번호를 친구들이 볼까봐 진호는 늘 마음이 불안하다.

학교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올해 초 급성 장염으로 대학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던 진호는 청구된 진료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간단한 검사와 함께 수액을 맞고 약 처방을 받았을 뿐인데 진료비가 엄청났다. 그 뒤로 진호는 약간이라도 아픈 것 같으면 약부터 먹는다.

진호는 불법체류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무국적 이주아동’이다. 중국인인 부모는 돈을 벌러 한국에 들어왔다가 진호를 낳았는데, 불법체류 사실을 들킬까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진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신분이 됐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진호의 친모는 몇년 전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됐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며 홀로 진호를 키우던 중국인 아버지 김모씨(43)는 2013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중국동포 출신 오모씨(48)와 1년여 연애 끝에 살림을 합치고 지난 3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김씨는 현재 ‘위명(가짜) 여권 사용’ 혐의로 적발돼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돼 있다. 김씨 여권의 생년월일이 당국의 착오로 실제와 다르게 기재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홀로 진호를 보살피고 있는 새엄마 오씨는 진호의 ‘입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일 경향신문은 무국적 이주아동인 진호와 진호의 보호자 오씨를 만났다. 이제 한국인이 된 오씨는 “진호에게 한국 국적을 주고 정말 친아들처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래전 아들을 중국에 두고 한국에 돈을 벌러 온 경험이 있는 오씨는 진호가 마치 자기 아들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적이 없는 것은 물론, 출생신고조차 안된 진호에 대한 입양절차를 밟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진호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서류는 동네 병원에서 받은 ‘출생증명서’가 전부다. 다행히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가 진호의 사연을 접하고 입양 문제를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무국적 이주아동에 대해 입양허가가 내려진 선례가 없다. 소 변호사는 곧 법원에 진호에 대한 입양허가신청을 할 계획이다.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때 홀로 남겨진 진호는 오씨를 친엄마처럼 따랐다. 인터뷰 내내 오씨 옆에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진호는 마음의 상처가 많았다. 오씨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진호를 데리고 지역상담센터를 찾았을 때, 상담사가 진호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자 진호는 큰 도화지에 개미만 한 크기의 그림을 그렸다. 상담사는 진호에게 ‘사랑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호도 자신이 무국적자인 것을 알고 있다. 어릴 때 진호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전화통화 내용을 들었고, 집에 쌓인 각종 서류들을 보고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오씨는 진호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직접 했던 말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전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에요.” 진호는 인터뷰 내내 “내 이름으로 된 뭔가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진호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내 신분이 없으니까 휴대폰도 내 이름으로 못 만들고 어린이 요금제를 쓸 수도 없어서 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비밀이 많은 진호는 친구가 별로 없다. 진호는 “집의 사정이 있으니까 모든 걸 다 공개할 순 없다”면서 “친구가 있긴 해도 집에 데려오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진호는 “친구를 집에 데려와 같이 자기도 하고 근처에 자전거 타고 놀러도 가고 싶다”면서 “친구 집에 생일파티가 있으면 같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진호는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 짝꿍이 진호의 임시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담임 선생님에게 ‘왜 진호는 주민등록번호가 이상하냐’고 물어봤을 때를 꼽았다. 진호는 “친구들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도 외국인이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애라고 놀릴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진호는 심심할 땐 인터넷TV를 보면서 ‘실시간 댓글’을 달거나 온라인 게임을 한다. 진호는 “가상이긴 해도 게임을 하면서 가끔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게 재밌다”면서 “정말 답답할 땐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옆에 누가 있는 것처럼 막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로울 땐 혼잣말을 한다는 것이다. 옆에서 진호의 말을 듣던 오씨는 “그런 줄도 모르고 왜 어린애가 혼잣말을 하느냐고 꾸지람을 했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진호의 눈시울도 덩달아 불거졌다.

진호는 버스나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곳에 혼자 가는 것이 무섭다. 진호는 “제 ‘신분적 한계’가 있어서 친구도 많이 못 사귀어봤고,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있는 게 좀 익숙지 않고 무섭다”고 말했다. 내년 중학교 입학을 앞둔 진호는 요즘 걱정이 많다. 진호는 “아직까진 어린이로 살고 있는데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고, 그럼 청소년 (교통)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신분증이 없으니까 일단 청소년 요금을 못 내고, 현금은 더 비싸게 돈을 내야 해 싫다”고 말했다.

진호는 인터뷰 내내 ‘돈 걱정’을 많이 했다. 오씨가 옆에서 “네가 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렸는데도 습관처럼 돈 이야기를 했다. 진호는 “돈이 없으면 힘들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돈이 많으면 좋겠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진호를 입양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일로 ‘진호 명의로 된 저금통장’을 꼽았다.

인터뷰 내내 진호가 학교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자랑하던 오씨는 “진호를 보면 정말 마음이 짠하다. 난 대학에 못 갔지만 진호는 똑똑해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뒷바라지해서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경향신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등록시간 10월 12일-15일 올해 주직속 21개 부문에서 주직속 사업단위 초빙시험을 조직해 163명 사업일군을 모집하게 된다고 28일 주인력자원및사회보장국에서 전했다. 이번 시험은 인터넷등록방식을 취하는데 응시생들은 연변인력자원및사회보장국 사이트 http://www.jlyb.lss.gov.cn 혹은 http://210.47.0.215/yanbian에...
  • 2015-09-29
  • 23일, 돈화시에서 열린 제2회 “청춘혁신(创青春)”중국청년혁신 창업시합(길림지역 현대농업조)결승전에서 우리 주 2명의 선수가 은상을 수여받은 가운데 이들의 항목이 우리 성을 대표해 “청춘혁신”중국청년혁신창업경합-전국경합전에 참가하게 된다. 공청단 길림성위, 성농업위원회 등 부문에서 ...
  • 2015-09-29
  • (시흥=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경기 시흥경찰서는 29일 재결합을 거부하는 전 부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 등)로 전모(45·중국국적)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28일 오후 10시 30분께 시흥시 정왕동 소재 전 부인 A(36·여·중국국적)씨의 집으로 찾아가 재결...
  • 2015-09-29
  •   ▲ 오른쪽 두 번째 이해응 서울시외국인명예부시장 [서울=동북아신문]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4년 7월 9일 서울 시청 신청사에서 명예부시장 4명을 위촉했다.     오늘에 소개되는 인터뷰 대상자는 특수한 신분의 여성이다. 연변대학 학부 출신, 이화여대 여성학 박사, “생각하는 나무BB공...
  • 2015-09-28
  • 【안산=뉴시스】김도란 기자 = 27일 오후 경기 안산 원곡동 다문화특구 내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추석축제에서 장기자랑 참가자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5.09.27 dorankim@newsis.com 2015-09-27   【안산=뉴시스】김도란 기자 = "고향에 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예...
  • 2015-09-28
  • [앵커] 모두가 들뜬 명절에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찾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성묘도 하지 못하고 고국에서 명절을 맞는 중국 동포들이 한데 모여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배삼진 기자입니다. [기자]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여의도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180만여명의 외국인 ...
  • 2015-09-27
  • 중국동포聯·교포문제硏 세미나서 '70만 재한 조선족 역할론' 강조 "모국 사회는 이해하고 포용해야"…"중국동포는 책임과 의무 다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중 FTA 시대를 맞아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양국이 끈끈한 밀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동포(조선...
  • 2015-09-26
  • 재한 조선족 민속축제 '더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 여의도공원서 4만여 명 모여 노래·춤·씨름 등 '흥겨운 한마당'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타향에서 맞는 추석 명절이지만 모두 한자리에 모이니 하나도 외롭지 않네요." "고향 노래와 씨름, 장기, 음식…오늘 하루 맘껏 웃으며...
  • 2015-09-26
  • 북경 9월 23일발 신화넷소식(기자 추위): 당면, 우리 나라 금융범죄가 전반적으로 쾌속상승태세를 나타내고있다. 올해 상반기 검찰기관에서는 금융범죄사건을 총 7782건 1만 608명을 비준체포했는데 동기대비 54.7%와 67.2 % 상승했다. 심사기소에 이송한것은 1만 3510건, 2만 2021명으로 동기대비 49.7%와 82.07% 상승했다...
  • 2015-09-25
  • ■ 3년 미만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시 입국규제 면제 ■ 3년 이상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시 입국규제 1년 이문한 사무관이 C-3-8기술교육생들을 상대로 출입국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법을 지키면 이익이고, 법을 어기면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법무부...
  • 2015-09-25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