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저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에요' - 존재기록조차 없는 12살 무국적 소년의 절망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9월12일 00시40분    조회:305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불법체류자였던 중국인 부모는
진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 없이 12년째다.

보험 적용 못 받는 진료비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다.
휴대폰도 어른 요금제로 써야 하고
청소년 교통카드도 쓸 수 없다.

엄마는 중국으로 추방됐고
아빠는 수감 중이다.
새엄마가 입양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이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어렵다.

“내 이름으로 된 것을 갖는 것”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진호의 소망이다.


경기도에 사는 12살 진호(가명)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학교에서 가끔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는 문서 같은 것을 받을 때면 앞자리는 생년월일, 뒷자리는 ‘○’이 일곱개 채워진 임시 번호가 적혀 있다. 이상한 주민등록번호를 친구들이 볼까봐 진호는 늘 마음이 불안하다.

학교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올해 초 급성 장염으로 대학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던 진호는 청구된 진료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간단한 검사와 함께 수액을 맞고 약 처방을 받았을 뿐인데 진료비가 엄청났다. 그 뒤로 진호는 약간이라도 아픈 것 같으면 약부터 먹는다.

진호는 불법체류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무국적 이주아동’이다. 중국인인 부모는 돈을 벌러 한국에 들어왔다가 진호를 낳았는데, 불법체류 사실을 들킬까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진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신분이 됐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진호의 친모는 몇년 전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됐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며 홀로 진호를 키우던 중국인 아버지 김모씨(43)는 2013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중국동포 출신 오모씨(48)와 1년여 연애 끝에 살림을 합치고 지난 3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김씨는 현재 ‘위명(가짜) 여권 사용’ 혐의로 적발돼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돼 있다. 김씨 여권의 생년월일이 당국의 착오로 실제와 다르게 기재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홀로 진호를 보살피고 있는 새엄마 오씨는 진호의 ‘입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일 경향신문은 무국적 이주아동인 진호와 진호의 보호자 오씨를 만났다. 이제 한국인이 된 오씨는 “진호에게 한국 국적을 주고 정말 친아들처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래전 아들을 중국에 두고 한국에 돈을 벌러 온 경험이 있는 오씨는 진호가 마치 자기 아들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적이 없는 것은 물론, 출생신고조차 안된 진호에 대한 입양절차를 밟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진호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서류는 동네 병원에서 받은 ‘출생증명서’가 전부다. 다행히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가 진호의 사연을 접하고 입양 문제를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무국적 이주아동에 대해 입양허가가 내려진 선례가 없다. 소 변호사는 곧 법원에 진호에 대한 입양허가신청을 할 계획이다.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때 홀로 남겨진 진호는 오씨를 친엄마처럼 따랐다. 인터뷰 내내 오씨 옆에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진호는 마음의 상처가 많았다. 오씨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진호를 데리고 지역상담센터를 찾았을 때, 상담사가 진호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자 진호는 큰 도화지에 개미만 한 크기의 그림을 그렸다. 상담사는 진호에게 ‘사랑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호도 자신이 무국적자인 것을 알고 있다. 어릴 때 진호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전화통화 내용을 들었고, 집에 쌓인 각종 서류들을 보고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오씨는 진호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직접 했던 말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전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에요.” 진호는 인터뷰 내내 “내 이름으로 된 뭔가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진호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내 신분이 없으니까 휴대폰도 내 이름으로 못 만들고 어린이 요금제를 쓸 수도 없어서 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비밀이 많은 진호는 친구가 별로 없다. 진호는 “집의 사정이 있으니까 모든 걸 다 공개할 순 없다”면서 “친구가 있긴 해도 집에 데려오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진호는 “친구를 집에 데려와 같이 자기도 하고 근처에 자전거 타고 놀러도 가고 싶다”면서 “친구 집에 생일파티가 있으면 같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진호는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 짝꿍이 진호의 임시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담임 선생님에게 ‘왜 진호는 주민등록번호가 이상하냐’고 물어봤을 때를 꼽았다. 진호는 “친구들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도 외국인이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애라고 놀릴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진호는 심심할 땐 인터넷TV를 보면서 ‘실시간 댓글’을 달거나 온라인 게임을 한다. 진호는 “가상이긴 해도 게임을 하면서 가끔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게 재밌다”면서 “정말 답답할 땐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옆에 누가 있는 것처럼 막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로울 땐 혼잣말을 한다는 것이다. 옆에서 진호의 말을 듣던 오씨는 “그런 줄도 모르고 왜 어린애가 혼잣말을 하느냐고 꾸지람을 했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진호의 눈시울도 덩달아 불거졌다.

진호는 버스나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곳에 혼자 가는 것이 무섭다. 진호는 “제 ‘신분적 한계’가 있어서 친구도 많이 못 사귀어봤고,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있는 게 좀 익숙지 않고 무섭다”고 말했다. 내년 중학교 입학을 앞둔 진호는 요즘 걱정이 많다. 진호는 “아직까진 어린이로 살고 있는데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고, 그럼 청소년 (교통)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신분증이 없으니까 일단 청소년 요금을 못 내고, 현금은 더 비싸게 돈을 내야 해 싫다”고 말했다.

진호는 인터뷰 내내 ‘돈 걱정’을 많이 했다. 오씨가 옆에서 “네가 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렸는데도 습관처럼 돈 이야기를 했다. 진호는 “돈이 없으면 힘들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돈이 많으면 좋겠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진호를 입양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일로 ‘진호 명의로 된 저금통장’을 꼽았다.

인터뷰 내내 진호가 학교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자랑하던 오씨는 “진호를 보면 정말 마음이 짠하다. 난 대학에 못 갔지만 진호는 똑똑해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뒷바라지해서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경향신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학교에 있던 호구를 고향으로 옮기려면? 문: 올해 졸업하는 대학생인데 학교에 있던 호구를 고향에로 옮기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가요? 답: 연길시공안국에 따르면 대학교가 성내에 있을 경우 의뢰인은 원 거주지 공안국 호적관리부문에서 부모의 호구부와 졸업증으로 호구를 회복하면 됩니다.성외일 경우 졸업증을 ...
  • 2015-06-04
  • 보안일군에게 새로 착용될 봄, 가을, 겨울철 복장. 6월 2일, 길림성공안청에 따르면 6월 2일부터 길림성의 공안기관은 4개월동안 경찰용복장과 표식 비법생산, 판만, 소지, 사용 타격전문행동을 전개한다. 2015년 6월 7일부터 보안일군이 견장, 가슴표지(胸徽), 완장(臂章), 번호 등 경찰표지를 사용하는것을 일률로 금지한...
  • 2015-06-03
  • 물음: 출산전 준생증수속을 해야 하나요? 어디에 가서 해야 하는지요? 답: 네. 첫아이라면 부부가 호구부, 신분증, 결혼증 원본,  결혼등록심사처리표를 가지고 호적 소재 사회구역이나 촌에 가서《첫아이 준생증명》을 떼면 됩니다. 둘째아이인 경우 부부가 호구부, 결혼증, 신분증 원본과 《첫아이 준생증명》...
  • 2015-06-03
  •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이사장 도재영)와 한국외대 글로벌 문화콘텐츠학과(학과장 임영상)는 2015년 중국 동포에 대한 미디어 모니터링 사업단을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모니터링 사업단은 중국 동포를 다루는 매체를 분석하고 실습을 통한 조사활동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단...
  • 2015-06-03
  • 中 조직서 기술 배워 시민 등친 보이스피싱 일당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일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부터 사기 수법을 배워 국내에서 서민들을 등친 한국인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했다. 사진은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들. 2015.6.2 jeonch@yna.co.kr 中 조직서 기술 ...
  • 2015-06-03
  • 천안서북경찰서는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던 일행에게 흉기를 휘두른 조선족 노모(42)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노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43분경 천안 입장면 소재 노래방 앞에서 피해자 한모(51·조선족) 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흉기로 복부를 2차...
  • 2015-06-03
  • 한국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상시 자진출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한국내 모든 공항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언제나 자진출국 신고를 할수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이 자진출국하면 이런 혜택이 있다.  □ 국내 불법체류 기간에 상관 없이 범칙금이 면제된다.  □ 보호시설에 수용되지 않으며, 자유...
  • 2015-06-01
  •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3파출소 조현정 순경 "모두 죽인다" 흉기 난동 중국동포 제압한 신입 여경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지난 25일 새벽 0시5분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3파출소. 다급한 신고 전화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남성이 식칼을 들고 사람을 죽이겠다며 난동을 피우고 있다"는 것. 지난해 ...
  • 2015-06-01
  • 【양평=뉴시스】문영일 기자 = 경기 양평경찰서는 일명 '티켓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며 성매매를 한 조선족 김모(46·여)씨 등 3명을 붙잡아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과 모텔에서 성매수를 한 김모(80·농업)씨 등 3명도 붙잡아 ...
  • 2015-06-01
  •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해 온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절도 등의 혐의로 임모(34·중국국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26일 오후 2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 식당에서 5만원 상당의 갈비와 소주를 마시고 계산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 2015-06-0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