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재외동포 사회가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은 만큼 차세대 한인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게 정책적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각계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재외한인학회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한민족공동체연구센터는 1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재외동포 차세대와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학계, 시민단체, 정책 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세계 각국에서 한민족의 뿌리를 잇고 있는 동포 2세의 언어·교육·경제 활동을 진단하고 이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했다.
고려대 윤인진 교수는 차세대 재미동포들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이들에게 교육·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차세대 재미동포의 대다수는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정치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있는 교육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와 사회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는 이들과 상호호혜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구체적 방안으로 모국 방문·한국어 프로그램 개선, 차세대 인적 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 인터넷을 통한 한민족 전자 공동체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민 2세대가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이중 언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타고 한국의 문화를 접하는 게 쉬워지면서 모국에 대한 한인 2세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송창주 교수는 "과거에 미국 등지에서는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한류 열풍이 불고 한국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지난 20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이민자들의 관심과 자부심이 커지는 변화가 생겼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민 차세대들이 현지어를 배우면서 부모가 쓰는 모국어를 잃는 것은 개인, 가정,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이들이 이중 언어 능력을 키우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세대 동포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선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전남대 선봉규 교수는 중국 옌볜(延邊)의 조선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의 개혁 개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한국은 옌볜 지역이 조선족 및 남북한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매개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경제·문화적 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 고려인의 자녀를 위한 정책 제언도 잇따라 나왔다.
한성대 박우 교수는 "한국의 차세대 조선족은 집단 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신생 사업가, 전문직, 일반 근로자 사이에 경제적 지위의 상당한 격차가 벌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경제적 지위의 격차는 여가, 소비에서도 차이를 만들었다"면서 "이들이 중견 세대가 됐을 때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인 지원 단체 '너머'의 김영숙 사무국장은 "고려인 동포 자녀 중 국내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언어 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국내 아동과 별 차이가 없는 자녀까지 차별한다면 이는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의 다문화 지원과 동일하게 보육, 교육, 문화, 의료 복지에 소외와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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