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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대상 직업학원 성업 이유...기능사 자격증 따면 F-4 비자 나와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3월6일 16시41분    조회: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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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요리 등 기능사 자격증 따면 F-4 비자 나와…“취업보다 장기 체류 목적”
중국동포 많은 서울 대림동에 직업학원 성업 이유

서울 대림동의 한 직업훈련학원에서 중국동포들이 학원 강사에게 다림질을 배우고 있다. [사진 송승환 기자]

“싸고 자격증 빨리 나오는 학원 소개해줄게요. 이리로 오세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림역. 10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40~50대 여성 3명이 앞다퉈 전단을 내밀었다. 전단엔 OO종합기술학원, △△건축학원 등 학원 이름과 ‘합격률 최고 높은 F-4 취득 자격증’ ‘필기시험 면제, 자체 실습장 운영’ 등의 홍보 문구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한 40대 여성은 기자에게 “F4(재외동포비자)가 필요하면 다른 데 가지 말고 나한테 연락해라. 필요한 건 다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

 서울 대림동 일대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7만 명에 달한다. 최근 이곳에서는 각종 직업훈련학원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공인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단기 과정을 운영하는 학원들이다. 이곳에 직업학원들이 몰리게 된 것은 2012년 법무부가 F4 발급 요건을 완화하면서부터다. F4는 3년에 한 번씩 갱신하면 영구 체류가 가능한 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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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중국동포로 취득 자격이 제한됐다. 그런데 정부가 기능사 이상 자격증 취득자로 비자 발급 대상을 넓히면서 중국동포들이 너도나도 자격증 취득 행렬에 뛰어들게 됐다. 이로 인해 F4를 소지한 국내 중국동포는 2011년 7만4014명에서 2014년 20만8312명으로 급증했다.

 이날 찾은 대림동 일대에도 ‘취득하기 가장 쉬운 F4 자격증’ 등의 문구가 적힌 광고지가 거리 곳곳에 붙어 있었다.

한 세탁·요리기능사 학원에선 중국동포 20여 명이 25㎡ 크기의 실습실에서 열심히 흰색 셔츠를 다리고 있었다. 세탁기능사 실기 시험을 준비 중인 중국동포들이었다.

유모(49)씨는 “20여 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비자 때문에 3년에 한 번은 중국에 다녀와야 했다”며 “자격증을 따 F4가 생기면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원장은 “이곳 수강생의 90% 이상이 중국동포”라고 전했다.

 수강생들은 대개 3년간 체류 가능한 방문취업비자(H2)나 3개월간 머물 수 있는 단기방문비자(C3)로 입국한 상태였다. 대림3동 주민센터 인근의 한 요리학원에서 만난 중국동포 허모(32)씨도 한자가 빽빽이 적힌 화이트보드 앞에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는 “행정사가 석 달 안에 자격증을 딸 수 있다며 이곳을 추천했다. 회비로 70만원을 냈다”고 말했다. 이 학원 원장은 “F4를 받을 수 있는 116개 자격증 중 가장 따기 쉬운 세탁·요리·제빵과 버섯 재배, 정보처리 과정 등을 주로 가르친다”고 했다.

 이들은 주로 비자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사·여행사를 통해 학원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수강생을 알선하는 행정사·여행사에 주는 ‘소개비’도 보편화됐다.

한 학원 원장은 “처음엔 소개비가 한 명당 4만~6만원 선이었는데 최근엔 30만~4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학생이 늘어도 소개비를 내고 나면 별 실속이 없다”고 했다.

인근 직업학원 원장도 “행정사들이 영업사원까지 풀어 ‘한 명당 얼마를 줄 거냐’고 묻고 다닌다. 행정사들 갑질에 화가 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대림동 일대 행정사·여행사는 180곳에 달한다. 한 행정사는 “처음엔 돈을 받지 않고 중국동포들을 연결해줬는데 학원들이 먼저 ‘돈을 줄 테니 중국동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그래 놓고 이제 와서 갑질이라는 둥 비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과도한 소개비 관행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소개비 관행은 불법이지만 수수료를 현금으로 주고받다 보니 적발이나 제재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국가가 동포들의 자립을 돕는 차원에서 기능사 자격증을 따도록 유도한 것인데 장기 체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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