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 대밖에 없는 영국 애스턴마틴 ‘뱅퀴시 볼란테 니만 마커스’ 한정판을 몰고 다닌 사람은 신모(43)씨다. 시가 4억6000만원인 이 스포츠카는 2013년 말 애스턴마틴이 미국 뉴욕 맨해튼 대형백화점 ‘니만 마커스’와 함께 딱 10대만 내놓은 크리스마스 특별 콜라보(합작) 상품이었다. 지금 이 차는 압수 상태로 검찰이 위탁 보관 계약을 한 공매업체에, 차주 신씨는 구치소에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조원대 규모의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박장 개장)로 16명을 검거하고 신씨 등 간부 5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신씨는 이 조직 총책이다. 그는 범죄 수익을 세탁하려고 의사 이모(31)씨를 ‘바지 병원장’으로 앉혀 일명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신씨 일당은 2013년 초부터 지난해 12월 24일까지 미국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홍콩 마카오 중국 등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회원을 관리했다. 생일 등 기념일까지 챙기며 관리한 덕에 회원이 1만7000명에 달했다.
판돈 충전, 수익금 환전은 중국 주하이의 사무실에서 관리하는 대포 계좌 1189개를 이용했다. 이들 계좌에 입금된 돈은 약 2조6000억원이었다. 수익금은 조선족 환전상의 계좌를 거치는 환치기 방식으로 여러 국가의 조직원들에게 이체한 뒤 국내로 반입했다. 총책이 전화만 하면 실시간으로 이체됐고 그사이 단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 조직은 회원이 입금한 돈의 5%를 수수료로 챙겼다. 회원이 잃은 돈은 고스란히 신씨 일당의 수익이 됐다. 신씨는 서버를 담당했다는 ‘마 사장’이라는 인물과 수익을 6대 4로 나눠가졌다고 진술했다. 자기 몫의 40% 정도는 광고 책임자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렇게 300억원을 챙긴 신씨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등지 고급 아파트와 빌라를 전세로 빌려 3∼6개월마다 옮겨 다녔다. 외제차 여러 대를 굴렸다. 정작 자기 명의로 된 계좌나 부동산은 하나도 없었다. 전세계약금은 전액 현금이나 수표로 지불했다. 신씨는 1989년부터 10년간 대기업 계열 전자회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사이버도박에 발을 들였다.
신씨가 국내외에 숨긴 범죄수익금 중 경찰이 특정한 돈만 93억5000만원이다. 도박수익 환수 대상 금액으로는 2011년 김제 마늘밭에서 110억원이 나온 이래 최대 규모다. 경찰은 이 중 39억700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현금만 33억5000만원이다.
현금 중 14억원은 신씨가 경찰 추궁을 못 이기고 제출한 돈이다. 그는 구속 상태에서 누군가를 시켜 경기도 수원 모처 인적이 드문 곳에 갖다 두게 한 뒤 경찰이 찾아가도록 했다. 나머지 돈은 신씨 등 간부급 주거지와 사무실 내 가방이나 금고에 보관돼 있던 것을 압수했다. 전세계약 만료로 반납된 보증금도 압수했다.
경찰은 해외 은닉자금 27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에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국내 부동산 보증금 등에 묶여 있는 26억8000만원에 대해서는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국민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