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북 전주시의 한 아파트. 검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은 A 씨가 집을 나서고 있다.(사진 왼쪽) 40분쯤 뒤 지 씨가 A 씨의 빈집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 오른쪽) (사진=CCTV 캡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보이스피싱의 변종 형태가 나타나 또다시 노인들을 울리고 있다.
피해자를 속여 계좌이체 하도록 하는 송금 형태가 아닌 돈을 인출해 집안에 보관하게 한 뒤 이를 훔치는 절도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전북 전주시에 사는 A(67·여) 씨는 가슴 철렁한 전화를 받았다.
검찰청 직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할머니의 예금정보가 유출됐으니 지금 당장 예금 전액을 인출해 집안에 보관하라"는 전화였다.
이 남자는 또 "인출한 돈은 집안 장식장 밑에 넣어두고 지문감식 등 수사할 직원이 집에 방문할테니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며 "만나서 물어볼 것이 있으니 전라북도청으로 나오라"고 했다.
남자의 말에 속아 넘어간 A 씨는 지시한대로 행한 뒤 집을 나섰다. 그리고 40여 분 뒤 조선족 지모(22) 씨가 할머니의 집에 들어갔다.
지 씨는 이미 현관문 비밀번호와 돈이 있는 위치를 알고 있는 터였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지 씨는 현금 4500만원을 가지고 나와 사라졌다.
지난 6일 지 씨는 똑같은 수법에 걸려 든 B(75) 씨로부터 현금 2300만 원을 건네받으려다 금융기관 직원의 재치로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지 씨는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980만원을 비롯해 전주에서 5차례 등 불과 일주일 사이 8200여만 원을 절도형 보이스피싱을 벌여 중국의 총책에게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3개월 관광비자를 받아 입국한 지 씨는 훔친 돈의 10%를 수수료로 받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 씨는 "지인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여권을 사진 찍어 (중국 총책에게) 보낸 뒤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훔친 돈을 모두 보내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협박을 받아 돈은 모두 송금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지 씨가 호남과 충청권에서 활동한 점으로 미뤄 '절도형 보이스피싱'의 권역별 담당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송금액의 제한과 범죄 연관 계좌 지급 정지 등 계좌이체로 인한 범행의 한계가 보이자 변종 형태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7일 절도 혐의로 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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