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해마다 늘어 2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날로 늘어가는 이주민으로 인해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국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외국인 200만 시대를 맞아 국내 이주민 현황, 달라지는 생활상, 사회 인식의 변화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200만 명에 육박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194만3천576명에 달했다. 2000년 당시 49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5년 사이에 4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장기체류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다문화가족이나 조선족처럼 한국 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 정착 이주민 늘어…장기체류자 비율↑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1년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14년 180만 명, 2015년에는 190만 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개월 이상의 장기체류자(외국인 등록·거소신고자)도 꾸준히 늘었다.
장기체류자 비율은 2002년까지 40%대에 그쳤지만, 국제결혼이 활성화되던 2003년 처음으로 단기체류자를 앞섰고, 2006년부터는 7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장기체류자는 전체 외국인의 75%인 146만5천5명이었다. 이 가운데 등록외국인은 113만4천619명, 거소신고자(국내 체류 재외동포)는 33만386명이었다.
◇ '코리안 드림' 찾아 한국으로
장기체류자가 늘어난 데는 결혼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가 한몫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결혼이주민의 경우 귀화자를 포함하면 지난해 기준 30만5천 명에 이른다. 2010년 처음으로 20만 명을 돌파한 지 5년 만에 1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국제결혼은 1990년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의 일환으로 성행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결혼중개업체가 활성화하면서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만2천319건이던 국제결혼은 2005년 4만3천121건으로 5년 새 4배가량 급증했다. 이 가운데 75%가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의 결혼이었다. 같은 해 전체 혼인 건수 대비 비중은 13.5%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불법·부실 중개와 가족 갈등에 따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법무부가 2011년 무분별한 국제결혼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결혼사증(F-2) 발급 심사를 강화하자, 2014년 국제결혼 건수는 2만3천316건까지 줄었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의 외국인 고용 조사 결과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상주하는 외국인 취업자는 93만8천 명에 이른다.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2년 79만1천 명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도성장기였던 당시 영세업종을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인력난을 덜기 위해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이후 저개발국에서 본격적으로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2002년까지 16만 명에 달하는 연수생이 한국을 다녀갔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늘고 열악한 노동환경 등이 문제가 되면서 2004년부터 법에 따라 기본 체류 기간 3년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가 시행됐다.
고용허가제는 정부의 책임 하에 진행돼 민간 중심의 산업연수생 제도보다 임금 체불과 인권 침해가 발생할 소지를 줄였지만, 사업주의 허가 없이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는 등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비판도 받고 있다.
◇ 중국동포·유학생도 가세
3월 말 기준 체류 외국인 194만 명 가운데 조선족은 63만 명에 달한다. 체류 외국인 3명 중 1명은 조선족인 셈이다. 여기에 귀화자 7만4천여 명을 합하면 국내 체류하는 중국동포는 7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동포의 국내 유입이 활발해진 건 1999년부터.
당시 재외동포에 국민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근로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한 '재외동포의 출입국 및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특히 2007년 방문취업제로 자유로운 출입국이 가능해지자 일자리를 찾아온 중국동포의 입국이 크게 늘었다.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외국인 유학생도 증가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2011년 8만8천468명에서 2012년 8만4천711명, 2013년 8만1천847명으로 주춤하다가 2015년 9만6천357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는 10만6천138명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각 대학이 재정 확보 차원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발 벗고 나선 데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를 향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다문화가족 88만 명…정부 정책 변화
이주민이 늘면서 이들의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다문화가족도 크게 늘었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다문화가족은 27만8천36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한다.
평균 가구원 수 3.16명을 감안하면 다문화가족 구성원 수는 8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6년 23만 명에서 10년이 채 안 돼 3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다문화가족이 늘면서 정부 정책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이주민의 사회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교육과 취업 지원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다문화가족의 정착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의 관심사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서 교육과 사회관계 등으로 넓어진 데 따른 것이다.
다문화·이민 정책은 지난 2006년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결혼이민자 가족 지원 대책'을 마련하면서 본격화했다.
이듬해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이어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고, 2009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 발족해 1·2차 다문화가족 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을 통해 정책 대상에 귀화자와 외국인 가족이 포함되고, 정책 내용도 한국 사회 적응에서 교육과 가족관계 향상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 3월 열린 제12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에서도 다문화가족 자녀의 성장 주기에 맞춘 대책이 나왔다. 영유아기·학령기·청년기로 나눠 사회성 향상과 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 남은 과제들…"책임과 의무 다하도록 해야"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혼이주민에 집중된 예산과 정책, 부처 간 중복 사업, 불법체류자 증가, 날로 거세지는 반(反)다문화 정서 등이 대표적이다.
이주민의 구성과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현재 전체 이주민 정책 지원사업 예산의 70%가 결혼이주민에 집중돼 있다.
소관 부처도 법무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행정자치부·교육부 등에 걸쳐 있어 예산과 사업의 중복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까지 가세해 각종 시혜성 이주민 지원사업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내국민을 홀대한다는 역차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IOM(국제이주기구)이민정책연구원 오정은 박사는 "진정한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이주민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닌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주민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적절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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